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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못 차린 통합당 국민 명령도 거역하나
정신 못 차린 통합당 국민 명령도 거역하나
  • 경남매일
  • 승인 2020.04.29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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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태균

지난 4ㆍ15 총선에서 보수ㆍ우파 정당에게 지지를 보낸 유권자와 국민은 1960년대 이전 출생자, 북한을 주적으로 생각하는 집단, 서울의 8학군 지역과 TK와 부ㆍ울ㆍ경이다. 여론을 선도해 준 보수 언론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보수ㆍ우파의 미래통합당에 대한 지지만으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 총선에서 밝혀졌다. 진보여당과 보수야당에 대한 총 180:110 이라는 총선 성적표가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이번 총선 스코어는 특정 집단의 극단적 견해가 대한민국의 성장에 땀과 눈물을 바친 다수 의견인지 진중하게 접근하라는 엄숙한 국민의 명령도 담겨있다. 보수야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전통적 지지기반에 너무 기대지 말고 수도권과 중도와 청년층을 아우러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함에도 이것을 실천하지 못하고 통합당은 게으름을 피우다 F학점을 받았다. 앞으로 통합당이 가야 할 방향은 다양한 세대와 집단의 서로 다른 견해와 직접 부딪치면서 작은 것부터 실천해 신뢰를 쌓고 보수의 진짜 담론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이 통합해 미래통합당을 만들었지만 물리적 통합도 제대로 못해 화학적 통합은 미처 꿈꿀 시간도 없었다. 국민과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과 비전도 제대로 제시 못한 총선 결과는 진보의 압승, 보수의 궤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ㆍ야당의 처신을 되돌아볼 때 총 110석이라도 얻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공천 과정에서 불공정 시비, 후보자의 실언과 막말, 탄핵당한 정권의 총리를 얼굴로 재건을 시도한 것 등을 고려하면 총선 결과는 결코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 선거에서 네 번이나 연속 패배한 보수의 문제가 한 번의 공천 실패와 선거 전략의 부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당 조직의 체질적 한계와 보수 이념도 새로이 정립해야 할 시점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빠`들의 여론몰이와 진보ㆍ여당의 프리미엄 덕분에, 문재인 정부가 잘한다는 소리보다 되레 실책을 질책하는 소리가 주변에서 많고, 조국 씨의 위선에 대한 공분도 가시지 않았음에도 판세를 엎지 못하고, 보수ㆍ야당은 생사의 갈림길을 어찌해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통합당 대표와 지도부가 민심이 어떻게 변하는지 국민과 유권자의 마음과 눈높이를 읽지 못한 것이다. 유권자는 탄핵으로 정치적인 사형선고를 받은 전 정권의 총리가 조 전 장관을 비판하며 `정의의 사도`처럼 주역을 맡은 것은 아무래도 어색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하지 못하고 코로나19 사태로 먹고살기 어려운 유권자와 국민이 다수인데 긴급재난기금 지급을 두고도 통합당은 오락가락했다. 진보ㆍ여당은 지자체 장들과 청와대가 나서서 100만 원을 준다느니 몇십만 원을 별도로 지방정부에서 준다느니 하면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도, 통합당은 국가의 건전재정 타령만 하면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다가 막판에 황 전 대표가 말을 바꿔 1인당 50만 원을 주자고 했지만 골든타임을 놓쳐 유권자의 환심도 사지 못하고 말았다.

초상집인 통합당은 맏상주도 없는 처지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수습 방향을 잡았으나, 보수진영 차기 대선 주자라는 사람들이 `김종인 비토론`을 주도하고 있다. 이유인즉 김 위원장이 홍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의원 등은 유효기간이 지난 사람으로 차기 대선후보는 1970년생으로 경제통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이 1990년대에 기소돼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두 건의 뇌물수수 사건을 잇달아 거론했다. 유승민 의원 측에서도 `김종인 비대위 반대론`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통합당은 지금 비대위원장감으로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들며 김종인 위원장을 대신할 인물이 없기 때문에,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홍준표 당선자는 정치인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홍 당선자는 사이다 같은 발언으로 극우ㆍ보수의 지지는 확실하나, 독불장군 스타일이라 보수ㆍ진보를 함께 아우르면서 중도와 청년층을 포용함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만약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당선 가능성은 매우 어려워 보이는데, 그 이유는 중도 층과 젊은 청년 층에서 표를 끌어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권자 판도를 보면, 지금은 고3부터 60세 초반까지는 거의 민주당과 진보를 지지하기 때문에, 60세 후반부터 70~80세 어르신 표와 젊은 보수층 표를 싹슬이한다고 해도 최고 40%가 상한이 될 것이다.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최소 41% 이상을 득표해야 하는데, 승부의 갈림길이 될 1~2%의 갭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대선후보가 되려면 3선이나 한 `동대문을에서 민병두 민주당 의원`과 한판 승부해야 함에도 기피했다. 안방인 대구에서 당선된 것은 홍 당선자에겐 영광일 줄 모르나 통합당 전체와 보수우파와 중도층에서는 박수받을 일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총선 패배 후 혼란에 빠진 당을 추스르는 일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궤멸적 패배를 딛고 환골탈태해야 하는 지금 수습 방안도 뚜렷하지 못한 채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보수야당의 진정한 새 출발을 바라는 국민을 또 한 번 배신하는 행위다. 통합당 중진들이 총선 참패 후 보여준 모습은 마치 세월호의 침몰하는 배 안에서 나만 살겠다고 승객들의 구조는 제켜 둔 채 탈출하는 선장을 떠올리게 한다. 자리 싸움으로 국민과 유권자는 안목에도 없는 통합당은 `다시 태어나라`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에 정신 못 차리고 명령도 거역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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