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기소유예 처분과 헌법소원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과 헌법소원
  • 경남매일
  • 승인 2020.04.2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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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김주복

우리 형사소송법은 공소제기(起訴)의 기본 원칙으로 기소독점(獨占)주의(형소법246조)와 기소편의(便宜)주의(형소법247조)를 채택하고 있으면서, 국가기관 중 검사에게만 기소권을 부여하고 있다. 부연하자면, `기소 독점`이란, 검사가 공소권을 전부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고, `기소 편의`란, 설사 범죄 혐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재량에 의해 기소를 하지 않을 수 있다(기소유예 처분)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리 형사소송법은 두 가지 원칙을 모두 채택함으로써, 검사의 권한은 실로 막강해 자의와 독선에 빠져 남용됐고, 정치적인 영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사실이다. 공소제기(起訴)의 기본 원칙 중, 특히 기소편의주의를 통제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한 결과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이고, 이에 대한 사건 당사자의 불복 방법이다.

기소유예 처분이란, 기소를 하는데 충분한 범죄혐의가 있고 소송조건이 구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재량에 의해 기소를 하지 않는 처분(이른바 `선처`)을 말한다.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하는 제도로는, 고소인 또는 고발인의 항고ㆍ재항고 제도(검찰청법10조)와 재정신청제도(형소법 260조), 피의자의 헌법소원제도(헌법재판소법 68조)가 있다.

이와 관련, 요즘 가끔 언론에 보도가 되고 있는 내용이 있다. 즉, 자신은 무혐의라고 주장하는 피의자가, 범죄 혐의는 있어 보이지만 선처를 해 기소를 하지 않은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자신이 검사의 자의적인 처분으로 인해 법원의 재판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을 권리(평등권, 행복추구권, 재판청구권 등)를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기소유예 처분 취소 청구를 해, 인용 결정을 받은 사례들이다. 사례 두 개를 소개한다.

(휴대폰 충전기 절도 사건) `2018년 2월 9일 서울 용산구 소재 독서실에서 피해자 소유의 휴대폰 충전기 1개를 가지고 가서 절도했다`는 범죄사실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청구인 A는 위 기소유예 처분이 자신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는데, 헌법재판소는, 청구인 A에게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절도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피청구인(검사)이 청구인 A에 대해 한 기소유예 처분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청구인 A의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선고했다.

(재물손괴 사건) `2019년 6월 19일 22시 45분경 및 2019년 6월 20일 02시 50분경 자신이 거주하는 집에서 사실혼 배우자인 피해자에게 결별을 요구하며 다투다 이불, 카펫 등을 가위로 자르고 밥통을 집어던지고 옷걸이를 부수고 장판을 긁히게 했다`는 범죄사실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청구인 B는 위 기소유예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는데, 헌법재판소는, 재물의 효용이 실질적으로 해하여진 것인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 재물손괴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바, 관련 증거와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면 청구인 B에게 재물손괴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청구인 B에게 재물손괴의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청구인 B가 타인의 재물을 손괴했다는 전제로 피청구인(검사)이 청구인 B에 대해 한 기소유예 처분이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2019년 8월까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 1천781건이 접수됐는데, 청구인이 헌법소원을 취하한 것 외에 실제로 심리가 진행된 1천556건 가운데 323건이 인용(처분 취소 결정)됐다고 한다. 전체 심리 건수의 20.8%가 `검사의 독선과 자의`였던 것이다.

기소편의주의는 기소 합리주의가 돼야 한다.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한 이상 기소에 대한 검사의 독선과 자의를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통제장치가 마련돼야 하고, 그 통제장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최적의 작동상태가 보장돼야 한다.

영국의 종교역사가이자 정치가인 액튼(John Dalberg-Acton) 경은, 1887년 성공회 주교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의 글을 썼다.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Power tends to corrupt and 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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