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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난 `구름빵` 동화작가
`화병`난 `구름빵` 동화작가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0.04.06 0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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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김중걸

동화 `구름빵`의 작가 백희나 씨(49)가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대 아동문학 작가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ALMA) 수상자 선정 소식에 흥분하게 된다.

2016년 5월 16일 소설가 한강이 소설 `채식주의자`로 한국인 최초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했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과 콩쿠르상과 함께 3대 문학상으로 꼽히며 린드그랜 상도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은 세계 아동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린드그렌(1907~2002)을 추모하기 위해 2002년 스웨덴 정부가 제정한 상이다. 린드그렌은 우리가 잘 아는 `내 이름은 삐삐 롱 스타킹(1945년)`, `에밀은 사고뭉치` 등의 아름다운 동화 작품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불후의 주인공들을 탄생시켰다. 상금은 무려 500만 스웨덴 크로나(약 6억 465만 원)에 달한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달라가탄의 린드그렌 손자 집에서 67개국 240명 후보 중에서 백 씨를 2020년도 수상자로 발표했다. ALMA 심사위원회는 "조그마한 미니어처로 구름빵과 달 사베트, 동물들과 목욕탕 요정, 사람들을 만들어 내는 그녀의 그림책은 감각적이고 현기증이 날 만큼 날카로우며, 놀라운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며 극찬했다.

이번 수상은 소설가 한강, 지난 2월 영화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4관왕 수상에 이은 우리 문화계의 쾌거이다.

그러나 한국인 최초 린드그렌 상을 수상한 백씨는 "구름빵 낭만?" "제게는 화병"이라고 밝혀 충격이다.

`구름빵`은 2004년 첫 출판 이후 아동용 도서 1위를 차지하며 40만 부 이상 팔렸다. 10개 국어로 번역돼 프랑스, 대만, 중국, 독일, 노르웨이 등 8개국에 수출됐다. TV 애니메이션과 어린이 뮤지컬로 만들어져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아온 `구름빵`에 작가는 어떤 트라우마가 있는 걸까?

2003년 신인 작가인 백씨는 `구름빵`을 `매절 계약`을 맺었다. `매절 계약`은 출판사가 저작자(작가)에게 정기적인 고료나 수익 배분 없이 일정 금액을 한 번에 지급하고 그 대가를 향후 저작물 이용을 통해 모든 수익을 독점하는 계약으로 출판업계의 오랜 관행이라고 한다.

`구름빵`은 출판과 애니메이션 등으로 부가가치가 4천400억 원대라고 한다. 그러나 백씨는 계약금 850만 원과 전시회 개최 후 인센티브 1천만 원 등 1천850만 원을 받은 게 전부다.

결국 그는 저작권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했으나 2심에 패소했다. 백 씨는 지금도 신인 작가들은 불공정 계약 때문에 저작권을 빼앗기기도 하고 굉장히 힘든 길을 걷고 있다 끝까지 싸우겠다며 지난 12일 상고장을 냈다.

이에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2018년 11월 창작자의 정당한 권리행사와 수익 보호를 위한 `저작권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국회 본회의에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출판사 측은 "`구름빵`은 당시 신인 작가의 창작 작품임에도 (출판사에서) 4개월 이상 그림책에 사용된 사진 전체를 촬영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발간 후에도 독보적인 마케팅 비용을 사용했다"며 "`구름빵`은 매절 계약이 아닌 저작물 용역계약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이 같은 개발물은 인세 계약이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구름빵` 작가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지고도 뮤지컬 자문, 작가와의 대화, 캐릭터 활용 등 작품 성공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이어지지 못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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