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1:43 (토)
`칠종칠금`이 주는 교훈
`칠종칠금`이 주는 교훈
  • 이우진 기자
  • 승인 2020.03.29 2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방자치부 부국장대우 이우진

손자병법에 "최상의 전법은 적의 모략을 깨뜨리는 것이고 그다음이 외교관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군사적 정벌이요 마지막이 적의 요새를 공격하는 일이다"라는 말이 있다.

손무는 `싸우지 않고 포섭하는 것`을 가장 바람직한 방법으로 봤다. 백전백승이 결코 최상의 방법은 아니라 싸우지 않고 포섭하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도 상대방의 계책을 완전히 부숴 승리를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공심술`이다. 상대의 마음을 공격하는 이 심리전은 상책 중의 상책으로 손꼽힌다. 그리고 이 공심술을 자주 사용했던 이가 바로 제갈량이다. 그가 선보였던 계책 중 가장 빛나는 전략이기도 했다.

제갈량이 남만왕 맹획을 일곱 번 사로잡아 일곱 번 풀어준 일화는 그가 선보인 공심술의 걸작이다. 맹획은 제갈량의 인내와 지혜에 감격해 자자손손 반역하지 않을 것이며 제갈량이 북방 정벌에 힘을 쏟을 수 있도록 후방을 공고히 하겠노라고 눈물을 흘리며 맹세한다. 남만왕 맹획은 전쟁 영웅으로 남방 소수 민족들에게 인심과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제갈량은 전쟁을 벌여 정복하기보다는 심리적 승복을 이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일곱 번씩이나 맹획을 사로잡기 위해서 제갈량은 온갖 계책을 동원했다. 내부의 소수 민족들을 회유하고 진채를 급습해 만병을 포위하기도 했다. 때로는 거짓 투항을 알고도 받아주거나 적이 무방비 상태일 때 갑자기 공격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 이런 방법으로 수고로운 노력을 한 데는 모든 부족 사람들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난 항복을 받기 위해서였다.

일곱 번째로 맹획을 사로잡았을 때 제갈량은 사람을 보내어 "제갈 승상은 당신과 대면하기 부끄러우시다"며 "다시 한번 풀어드릴 테니 세력을 모아 싸워보자고 청했습니다"고 말했다. 이에 맹획은 눈물을 흘리며 "자고로 일곱 번이나 풀어줬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없소. 내 비록 변방의 야인이나 예의가 무엇인지 알고 있소. 어찌 부끄러워 싸울 수 있겠소"라고 말했다.

제갈량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난 승복으로 남만을 평정하면서 한 번의 노력으로 영원한 안정을 꾀하고자 했다. `칠종칠금`식 전략과 같은 심리 공략은 마음속의 어두운 면, 소극적인 면을 개조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기와 형세를 잘 판단해야 하고 복잡한 현실을 정확히 이해해 어떻게 대응할지 분명한 태도를 정해야 한다. 심리 공략에 동원되는 수단은 얻고자 할 때 주고 펼치고자 할 때 억누를 줄 아는 지혜다.

칠종칠금은 얼핏 보면 시간을 소모하고 자원만 낭비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맹획의 마음을 진심으로 감복시켜 다시는 반역하지 않겠노라는 맹세를 이끌어냈다. 이것은 더불어 이익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나에게 가장 큰 이익이라는 말이다. 이익이 걸린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는 당장 이익을 취하기보다는 그 이익을 둘러싼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그것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 전략이 상대에게 존경심을 주는 것이든 두려움을 자아내든 부끄러움을 자아내는 것이든 그 목적이 어디까지나 상대방의 마음을 공략하는 데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총선 후보자들은 지금 당장의 이익을 위해 나아가지 말고 의리와 신의를 지키는 그런 사람들과 같이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교훈처럼 군민의 쓴소리를 귀담아듣고 실천할 줄 아는 대인배의 모습을 군민들은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