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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가짜 뉴스ㆍ중국인 혐오 지양해야
우한 폐렴 가짜 뉴스ㆍ중국인 혐오 지양해야
  • 김용락 기자
  • 승인 2020.01.30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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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기자 김용락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ㆍ이하 신종 코로나)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넘어섰다. 30일 오전 기준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진자는 7천711명이며 170명이 사망했다. 확진자의 경우 사스를 넘어섰는데 2003년 중국에서 발병한 사스는 중국 내에서 5천327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349명이 숨졌다.

 중국 내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 증가 추이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 11일 41명에 그쳤던 확진자는 20일 201명으로 9일 만에 390% 증가했다. 이어 20일부터 29일(5천983명)까지 9일간은 확진자 증가 폭은 2천876%에 달한다. 이 같은 증가 추이는 중국의 춘절 기간(1월 24일~30일)과 겹쳐 수억 명의 중국인들이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확진자 절반가량이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에 집중돼 있지만 신종 코로나 청정 지역으로 여겨졌던 티베트에서도 확진자가 나와 중국 31개 성 모두가 신종 코로나 감염 지역이 됐다. 아시아 국가인 태국ㆍ홍콩ㆍ대만ㆍ싱가포르ㆍ일본 등이 7~14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호주, 미국, 프랑스, 독일 등도 4~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해외에서는 아직까지 사망자는 없다.

 우리나라서도 지난 20일ㆍ24일ㆍ26일ㆍ27일 1명씩 총 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모두 중국 우한에서 거주하거나 방문한 후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현재 조사대상 유증상자는 240명에 달한다. 의료계는 앞으로 1~2주가 확산 여부를 가르는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이후 확진자가 없는 등 엄중하게 방역체계가 가동 중인 가운데 근거 없이 왜곡된 정보가 SNS 상에 떠돌며 불안감을 증폭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최근에는 거제 맑은샘병원에 `중국 아기가 격리 중`이라는 유언비어가 퍼지며 해당 병원 입원 환자와 지역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이에 맑은샘병원은 28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29일에는 SNS와 메신저를 통해 `창원서 67년생 여성이 신종 코로나 감염 우려자로 격리될 예정`이라는 내용의 글이 퍼졌다. 해당 글에는 감염 우려자의 인적 사항과 발생 경위, 조치사항, 대책 등이 기록됐지만 이 또한 가짜 뉴스였다.

 동대구역에서는 유튜버 4명이 시민이 붐비는 기차역에서 환자 발생을 가장한 몰래카메라를 찍다가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중국인에 대한 무차별적 혐오 조성도 우려된다. SNS 상에서는 `내달 4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 콘서트에 중국인들이 올 수 있다`며 이를 금지해달라는 글이 퍼지고 있다. 한 식당은 중국인 출입 금지 안내문을 내걸었다가 시민들의 비판을 받고 스스로 철거하기도 했고 배달의민족 노조는 중국인 밀집 지역에 배달을 금지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하다 사과했다.

 이러한 `중국 포비아`의 영향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글은 58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전염병 확산에 대한 우려로 보이지만 지반에는 `중국 포비아`가 깔려있다.

 하지만 실제로 입국 거부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WHO의 국제보건규칙에는 "질병 확산을 통제하더라도 불필요하게 국가 간 이동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에볼라바이러스 확산 당시에도 국경 폐쇄 등 제한을 둬서는 안된다고 권고했다.

 특정한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입국 금지 결정은 국제적 질타를 배제하더라도 신분 세탁, 밀입국 등 비공식 이동의 증가로 감염병 확산 가능성을 높인다는 문제점이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규칙에 따라 국민청원에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아직까지는 입국금지를 밀어붙일 정도의 심각한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우한 폐렴과 관련, 과하다고 할 정도로 강력히 방역대책을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그 대책이 국가ㆍ인종에 대한 혐오ㆍ차별로 이어져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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