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1:48 (금)
느림의 철학
느림의 철학
  • 경남매일
  • 승인 2020.01.2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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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름 강조하는 시대 부작용을

느림과 조화 이뤄 극복해야
대청천문화회문화예술 분과위원장 라옥분

 

 `느리다` 함은 사전적 의미로 어떤 동작을 하거나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느림이란 시간을 급하게 다루지 않고 시간의 재촉에 떠밀려 가지 않겠다는 결심이며 나 자신을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 능력과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는 확고한 의지에서 비롯한 것이다."

 느리기 때문에 면밀하게 볼 수 있고 마음으로는 더 풍족할 수 있는 것이다. 여유로운 삶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조급하면 할수록 불안해지고 초조해지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속도를 줄이면 인생을 즐기는 방법이 눈에 들어오고 급하게 가다 보면 놓치고 마는 것이 많게 된다.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한다면 천천히 주변을 살피면서 주변 경관을 보고 걷기를 권한다.

 초스피드적 시대로 빠름에 대한 부작용을 느림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느림이라는 자체는 생각을 거듭할 수 있고 빠름에 비해 속도는 느리지만 그 느림은 신중을 기하면서 미래를 앞서 볼 수 있는 장점 또한 내포하고 있다. 느림이야말로 현재 여러 문제에 봉착한 대한민국 사회에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며 현대사회에 새로운 지표가 될 것이고 빠름과 느림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빛을 발하리라 기대해본다.

 체력증진을 위해 등산을 많이 하는데 그 등산할 때를 예로 들어보자면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스틱을 들고 모자를 눌러쓰고 양손에 장갑도 끼고 등산화 끈을 바짝 조여 매고 산을 오를 때 앞사람의 발자국만 따라갈 것이 아니라 나무들과 수많은 바위들, 길가에 피어난 이름 모를 꽃 그리고 하늘도 가끔은 올려다보고 동행인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면서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직ㆍ간접적으로 듣고 느끼면서 생각을 달리하거나 마음을 다잡는 계기도 될뿐더러 산을 오를 때의 힘겨움도 잊게 해주는 오묘함도 있다. 헐레벌떡 오르는 일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가끔은 심호흡도 크게 해 보고 또 가끔은 너럭바위에 몸을 맡기고 갖가지 음식들을 펼쳐 놓고 먹는 것도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다람쥐, 새들이 놀라 도망가더라도 함성 한 번 크게 질러 보고 가족 간의 화목을 다지기 위한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행복은 과히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실감하며 웃음 짓는 순간의 행복은 넘칠 것이다.

 필자의 지인 중 한 분인 김해시의회 최동석 의원은 호시우보(虎視牛步)라는 사자성어를 좌우명으로 여긴다. 걸음은 소걸음처럼 여유 있게 걷되 시선은 호랑이의 시선으로 멀리 보라. 호랑이같이 예리하고 무섭게 사물을 보고 소같이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으로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함을 의미한다. 실질적으로도 그러하다. 실천하고자 해서뿐만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 할 것이다. 무슨 이유로든 뜻을 밝힌 바에 대해서는 실천을 꼭 하시는 분임에는 약간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정도의 훌륭하신 분이다. 그러하기에 주변의 사람들은 그분을 존경을 바탕으로 믿고 의지하며 따르는 것이 아닐까?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릴 것이 아니라 자연경관도 보면서 정서적 위안과 휴식을 갖고 한 템포 느리게 살아가는 삶의 미학을 배우고 느끼면서 좀 더 풍성한 마음의 여유가 봄에 새싹이 자라나듯 새파랗게 돋아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한 가지 경험해 보고 싶은 것은 빠르지 않은 속도로 운행하면서 각 역마다 모두 정차하는 완행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정거장마다 정차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광경을 보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고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일도 경험해 보고 싶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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