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ㆍ수박 등 상품성 하락
시설 난방비 30% 절감 효과도
겨울 같지 않은 겨울, 기온이 높고 비가 내리는 날씨가 잦아 작물 웃자람과 병충해 발생이 우려된다. 또 이상고온에 시설난방비가 크게 줄었고 서민들의 난방비도 대폭 줄어 희비도 교차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식물의 활동성이 증가하면서 병충해 발생도 우려된다는 점이다. 따뜻한 기온으로 죽지 않고 월동하는 곤충이 늘어나면서 과수나무와 밭작물에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도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경남의 평균 기온은 -5~3.6도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2~6도로 3도가량 높아졌다. 지난 연말부터 이번 달 초까지 경남 지역에 내린 비는 90㎜로 평년보다 55㎜나 많은 비가 내렸다. 이 때문에 올해는 보리가 다 자라기도 전부터 누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웃자람 현상은 마늘과 양파 시금치 등 다른 밭작물에서도 일부 발견되고 있다.
대표적인 겨울 작물인 시금치는 길이가 10㎝를 넘어가면 상품성이 하락하는데, 따뜻한 날씨에 생육이 다소 빨라졌다. 지난가을 비가 오며 피해를 입어 시금치 수확량도 지난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돼 농민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유통가도 지난해 1㎏당 3천 원가량이었지만 올해는 1㎏당 1천500원까지 절반가량 떨어졌다.
낮 시간대에 포근한 날씨가 많아지며 들쑥날쑥한 날씨 탓에 과육이 제대로 크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함안에서 겨울 수박을 재배 중인 농민은 "지난해보다 올해 수박 크기가 많게는 1㎏ 정도 작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시설 재배 농가에서는 따뜻해진 날씨 덕에 온풍기 사용이 줄었다. 경남지역 시설 재배 농가는 많게는 30%가량 난방비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일부 농가는 온풍기를 거의 작동시키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예년보다 춥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도시가스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업계와 한국가스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도시가스용 천연가스(LNG) 판매량은 248만 8천t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272만 1천t)보다 23만t(8.5%) 줄었고, 다른 해보다 유난히 추웠던 2017년과 비교하면 11.3%나 감소했다. 도시가스 판매량이 급감한 가장 큰 이유로는 평균 기온 상승이 꼽힌다.
최달연 경남도 농업기술원 원장은 "겨울철이 따뜻하면 아무래도 올해 병해충이 많이 발생할 우려가 높기 때문에 병해충 발생 정보를 참고해 그때그때 적기에 병해충을 방제해야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