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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의 미각회해 - 흑임자와 임자수탕의 오해
김영복의 미각회해 - 흑임자와 임자수탕의 오해
  • 김영복
  • 승인 2019.12.2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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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어학사전을 보면 흑임자를 `한방에서 검은 참깨를 이르는 말`이라고 해놨다. 그리고 유의어로 `흑지마(黑芝麻)`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 `검은깨`를 검색하면 `빛깔이 검은깨`라 해놓고 유의어로 `거승, 흑유마(黑油麻), 흑임자(黑荏子), 흑지마(黑芝麻), 흑호마(黑胡麻)`라 했다.

 과연 어떤 이름이 참깨의 정확한 한문명일까? 바로 `지마(芝麻)`이다.

 그러므로 `검은 참깨`는 바로 `흑임자(黑荏子)`가 아닌 `흑지마(黑芝麻)`라고 불러야 옳다.

 그러면 `들깨`를 알아보기로 하자.

 `들깨`는 한문으로 `임(荏)`이요, 들깨의 열매를 임자(荏子)라 한다.

 어학사전 등에 `참깨`의 이름이 이처럼 잘못 쓰여 있으니 요리 연구가들이나 교수님들이 쓴 요리책 요리명이나 재료는 물론 칼럼 내용이 틀릴 수밖에 없다.

 농민신문 2010년 7월 19일 자에 게재된 `윤숙자의 계절 따라 음식 따라 - 임자수탕`을 보면 "임자수탕은 참깨를 뜻하는 `임자(荏子)`가 들어가 `깻국탕`이라고도 불리는데"라고 쓰여 있다.

 한양대 예종석 교수의 `예종석의 오늘 점심 - 여름 보양식, 임자수탕`에 보면 "조선 시대의 궁중 잔치를 기록한 1901년의 `진연의궤`에 임수탕(荏水湯)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돼 있고 `영계를 고아서 받힌 찬 국물에 껍질을 벗긴 참깨를 볶아 갈아서 받힌 것을 섞어서 만든다`고 요리법까지 설명돼 있는 것을 보면 귀한 음식임에 틀림없다. 우리 궁중음식의 특징으로 음식을 상약으로 보는 약선(藥膳)의 개념을 들 수 있는데 임자수탕은 그 전범이라 할 만한 찬선이다. 영계와 참깨로 만든 임자수탕은 삼복더위에 땀을 많이 흘려 지쳐있는 사람들의 열을 내려주고 기혈의 순환을 도와 체력을 보강해 준다고 한다. 담백한 닭고기와 고소한 참깨가 잘 어우러져 맛도 있을 뿐 아니라 소화도 잘 되는 건강식이다"라 쓰여 있다.

 2013년 5월 29일 문화일보에 게재된 공주대 명예교수이며 영양 학자인 `김갑영의 우리 음식 이야기-임자수탕(荏子水湯)`에는 "임자수탕은 닭 국물과 참깨를 함께 갈아 차게 해 냉국으로 먹던 여름 전통 보양식이다. 임자수탕의 `임자`는 흰 참깨를, `수탕`은 찬물을 각각 의미한다. 그래서 임자수탕을 `냉 깻국탕`으로도 불렀다"고 기재돼 있다.

 `한국세시풍속사전`은 대전보건대학교 전통조리과 김상보(金尙寶) 교수가 집필한 임자수탕 의 정의는 "어린 암탉인 연계(軟鷄)를 곤 국물에 찢어 놓은 닭고기와 껍질을 벗겨서 볶은 깨荏子, 白麻子를 갈아 받친 물을 섞고, 미나리, 오이채, 버섯을 살짝 데쳐 넣어 먹는 삼복 음식. 깻국탕 또는 백마자탕(白麻子湯)이라고도 한다"라고 했다. 그리고 내용에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하월 시식으로 밀로 국수를 만들어 호박과 닭고기를 조합해 백마자탕에 말아 먹는다"라고 했다. 흰 참깨와 닭이 가진 성질을 이용해 복(伏)을 물리치고자 한 것이 임자수탕인데, `동의보감`에는 흰깨에 대해 "성평(性平) 허로(虛勞)를 보하고 오장을 윤(潤) 하며, 풍기(風氣)를 소통(疏通) 하고 대장에 풍열(風熱)이 결체(結澁) 한 것을 다스릴 뿐만 아니라, 소변을 이(利) 하게 하고 열림(熱淋)을 다스린다. 또한 대변을 통리(通利) 한다"라고 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인용해 `백마자탕(白麻子湯)`이라 해 놓고 굳이 흰 참깨를 `白麻子, 荏子`라 한문명을 표기하고 `동의보감`의 흰깨에 대한 약성을 설명했는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임자수탕(荏子水湯)과 백마자탕(白麻子湯)을 정확하게 분리해 구분해 놔야 할 필요가 있었다.

 2014년 5월 29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정재균 PD의 `푸드 이야기-선조들이 먹던 시원한 여름철 보양식, 콩국수와 임자수탕`에 보면 "임자수탕은 주로 궁중과 양반가에서 여름철에 즐겨 먹었던 보양식이다. 차게 식힌 닭 육수와 볶은 깨를 갈아 섞어 면이나 채에 걸러 육수를 만들고 여기에 닭고기, 달걀지단, 오이채, 미나리, 표고버섯 등의 고명을 취향에 따라 얹어 먹는다. 요리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한 들깨를 임자(荏子)라 불렀기에 임자수탕(荏子水湯)이란 명칭이 붙었고 흰깨를 사용하면 백마자탕(白麻子湯)이라 부르기도 한다"라고 정확하게 짚어 놓았다.

 `검은깨`의 한문명은 `흑임자(黑荏子)`가 아닌 `흑마자(黑麻子)`로, 검은깨로 죽(粥)을 쑤면 `흑마자죽(黑麻子粥)`이며, 연계(軟鷄)에 흰 참깨(白麻子)를 넣으면 백마자탕((白麻子湯)이 되며, 들깨를 넣으면 임자수탕(荏子水湯)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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