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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올해의 인물` 그레타 툰베리
타임 `올해의 인물` 그레타 툰베리
  • 이광수
  • 승인 2019.12.22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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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스웨덴의 소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시사주간지 타임(TIME)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돼 표지에 실렸다. 지난 10일 타임은 "툰베리는 행동하려는 이들에게 도덕적으로 호소했고, 그러지 않는 이들에겐 수치심을 안겼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최종 후보군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탄핵을 주도하고 있는 펠로시 미 하원의장, 민주화를 요구하는 홍콩 시위대 등이 포함됐다. 그런데 그레타 툰베리가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을 두고 배가 아파한 사람이 있어서 망신살이 뻗쳤다. 2016년 타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바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도 자신이 다시 선정되지 못한 것에 대해 타임을 비난해 비웃음 샀다. 16세 소녀 툰베리가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격한 어조로 세계 기후변화에 대한 각국 정상들의 각성을 촉구한 연설을 듣고 쌤통이 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입 역할을 하는 트윗에 "지난해 타임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 목록에 나를 포함하지 않았을 때, 나는 더 이상 타임을 신뢰하지 않기로 했다"고 불평을 쏟아냈다. 자기 치적 자랑과 함께 자신의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과 반대파에게 정제되지 않은 독설을 퍼붓는 선전선동가 다운 행동이었다. 그러나 2016년 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을 땐 타임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추켜세웠다. 아마 그땐 예상외의 인물이 대통령으로 뽑힌 것을 두고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현재 그는 의회에서 러시아의 사주를 받은 우크라이나의 미 대선 개입 스캔들로 탄핵 심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이 우세한 하원에서는 통과됐지만 공화당이 우세한 상원에서의 통과 여부는 미지수지만 미국 대통령 중 3번째로 탄핵 심판 대상이 되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최근 내가 읽은 몇 권의 미국 유명 사상가와 학자들의 저서에도 2016년 미 대선 이후 미국의 민주주의는 조종을 고했다고 개탄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허 돌출행동으로 세계 경제 국방 외교 등에 큰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이른바 퍼스트. 아메리카(First America) 정책의 후유증이다.

 툰베리는 지난 9월 대안 노벨상으로 불리는 `올바른 생활상(Right Livehood Awards)`수상자 중 한 명으로도 선정됐다. 바른생활 재단은 "다가오는 기후환경재앙에 참지 않겠다는 툰베리의 결심은 수백만 동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즉각 기후 행동을 요구하도록 고무시켰다"고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툰베리는 유엔 기후 행동 정상 회의에 참석한 세계 정상들을 향해 기후변화에 충분히 대처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하면서 "당신들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다"며 "모든 미래세대의 눈이 여러분을 향해 있다. 이 책임을 피해서 빠져나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6세 소녀치고는 참으로 당찬 기개와 두려워할 줄 모르는 용기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마치 영국과의 백년전쟁에서 조국 프랑스를 구한 구국 영웅 잔 다르크와 일제에 항거하다 순국한 한국의 유관순 열사를 연상케 한다.

 툰베리는 15세 때인 지난해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며 매주 금요일 등교를 거부하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후 이 소녀의 운동에 공감한 전 세계 청소년들이 지난해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기후 파업(Climate Strike)이라고 불리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는 유엔 기후 행동 정상 회의에서 세계 정상들의 책임을 촉구하는 다소 격정적이고 감정적인 말을 쏟아 냈다. TV로 보니 연설을 시작할 때 일그러져 화가 난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로 격한 말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서 툰베리의 투쟁성을 느낄 수 있었다.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대규모 멸종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성장이라는 꾸며낸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How dare you). 또 당신들은 우리를 실망시켰고, 우리는 당신들의 배신을 깨닫기 시작했다. 미래세대의 눈이 당신들을 향해 있다. 만약 우리를 실망시키는 쪽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고 역설했다. 우리 세대가 망쳐놓은 지구-온실가스 과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회복하기 위해 기성세대들과 정면으로 대항해 투쟁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있는 나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를 선언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이기도 하다.

 어린 나이에 직접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그것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을 상기시키고 있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강대국과 신흥개발도상국이 산업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환경파괴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방임할 할 수는 없다. 중국의 스모그 유입과 국내 산업공해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도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지구는 인간의 유일한 삶의 터전이자 인류 생존의 장으로 지속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로 온실가스가 과다 배출돼 자연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어린 소녀 환경운동가 툰베리의 용기 있는 도전과 투쟁 정신에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와 강한 배짱은 아무에게나 있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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