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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 작가 ‘숨은 꽃’에 실험 정신 담아 핀다
13인의 작가 ‘숨은 꽃’에 실험 정신 담아 핀다
  • 김정련 기자
  • 승인 2019.12.11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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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믹창작센터 상환 작가 작품 중 ‘잃어버린 것, 그리고 곧 사라질 것들’, 혼합매체(흙, 레진, 시멘트, 나무 등), 2019.
세라믹창작센터 상환 작가 작품 중 ‘잃어버린 것, 그리고 곧 사라질 것들’, 혼합매체(흙, 레진, 시멘트, 나무 등), 2019.

세라믹창작센터ㆍ홍티아트센터
4개국 13명 21개 작품 교류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돔하우스

 김해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세라믹창작센터와 부산문화재단 홍티아트센터가 인고의 시간과 새로운 시도로 일궈 낸 창작물을 소개하는 작품전을 마련한다.

 클레이아크김해 미술관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돔하우스 제2갤러리에서 2019 세라믹창작센터-홍티아트센터 교류전 ‘숨은 꽃’전을 개최한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이번 교류전에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에서 7명, 부산문화재단 홍티아트센터에서 6명의 작가가 참여, 총 4개국 13명의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전시는 2020년 2월 16일까지 계속된다.

 올해로 6회를 맞은 두 기관의 교류전은 해마다 전시 장소를 번갈아 개최해왔으며 올해는 13명의 작가들이 그간 일궈낸 창작물이 마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어난 꽃과 같다는 뜻에서 ‘숨은 꽃’이라고 교류전 제목을 정했다.

 먼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에서는 레레(한국), 상환(한국), 배연옥(한국), 이재경(한국), 진연진(Chen Yan Jhen, 대만), 필립 마이클 소우시(Philip M. Soucy, 미국), 트리스틴 해밀톤 부스타만테(Tristyn H.Bustamante, 미국) 총 7명이 출품했다.

 기독교를 모태신앙으로 둔 레레 작가는 가정에서 경험했던 교회와 종교의 부조리를 주제로 잡았다. 작품 ‘샬롬’은 쉽게 은폐되고 지워지는 교회 내 성폭력과 본질을 끄집어 내 현대 교회를 비판한다.

 상환 작가는 작품 ‘잃어버린 것, 그리고 곧 사라질 것들’을 통해서 목표로 가는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일상의 가치를 얘기하고자 한다. 너무 당연해서 소중함을 잊었던 것들을 ‘현대인들의 모습’, ‘작은 흙덩어리를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는 고양이’ 등과 같은 소재를 이용해 전한다.

홍티아트센터 최정은 작가 작품 중 ‘너를 위한 나의 의무’ 인형부품 외 혼합매체, 가변설치, 2019
홍티아트센터 최정은 작가 작품 중 ‘너를 위한 나의 의무’ 인형부품 외 혼합매체, 가변설치, 2019

 배연옥 작가는 인간이라면 한 번쯤 떠올리는 이상과 그로 인한 불안과 괴로움, 좌절과 같은 상반된 감정을 작품 ‘두 개의 창’, ‘인내수’로 그려낸다. 작품 속, ‘가슴에 있는 달팽이’는 현실에 안주하는 자아를, ‘가슴을 뚫고 자라나는 나무’는 희망과 인내를 상징한다.

 이재경 작가는 작품 ‘모순’에서 타인과의 관계에서 느꼈던 양면적인 감정과 모순적인 상황을 형상화한다. 흙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느끼고 천천히 호흡을 맞추는 작가의 작업 방식은,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는 과정과 이어진다.

 진연진 작가는 짚으로 엮은 한 두름의 생선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 ‘고양이 사장과 나의 일주일’을 출품했다. 작가는 시간을 물병에 넣을 수 있는 물에 비유, 일주일의 시간을 일곱 개의 물병에 담고자 했다.

 필립 마이클 소우시 작가는 점토를 가늘게 말아 이어 붙인 뒤 층층이 쌓아 올리는 코일 빌딩 기법을 바탕으로 역사와 속도, 물질성과 형식을 표현한다. 작품 ‘한국 비자로 만든 미국 코일’은 작가가 흙과 나눈 상호작용의 속도와 동태(動胎)가 고스란히 묻어나 있어 마치 춤을 추는 듯이 보인다.

세라믹창작센터 진연진 작가 작품 ‘고양이 사장과 나의 일주일’ 도자설치, 2019
세라믹창작센터 진연진 작가 작품 ‘고양이 사장과 나의 일주일’ 도자설치, 2019

 트리스틴 해밀톤 부스타만테 작가는 생명체와 기계의 결합으로 미래에 등장하게 될 새로운 상호작용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작품 ‘라우터에서의 채팅’, ‘분리된 저장소’, ‘하이퍼 터치터치 워커’ 등은 인간의 유전자 구조를 변형하거나 기계를 인체에 주입해 인간의 능력이 획기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상상이 담겨있다.

 부산문화재단 홍티아트센터에서는 이정동(한국), 정주희(한국), 김등용(한국), 최정은(한국), 이장욱(한국), 오우마(Ouma, 일본) 작가가 각자의 개성이 담긴 작품을 내놓았다.

 이정동 작가는 다매체 설치 작품 ‘숲-파도’로 시간과 기술의 변화를 보여준다. 작가는 파도를 모티프로 8년간 작품을 제작해왔으며,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PVC 비닐부터 3D 기술까지 다양한 재료를 접목해 파도를 그려왔다.

 정주희 작가는 스스로 경험한 심리적 충격을 사회 역사적 상황과 결부시켜 비판적인 시각을 작품으로 드러낸다. 이번 교류전 출품 영상 ‘읽기 연습’ 시리즈는 권위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인간 내면의 시도를 보여준다.

 김등용 작가는 일상 속 사소해서 버려지고 사라지는 것들에 주목한다. 작품 ‘땀’은 작가가 직접 흘린 땀을 증발 시켜 추출한 소금 등을 재료로 제작한 작품이다. 땀으로 얼룩진 티셔츠는 작가의 삶 그 자체이자 노동의 산물이다. 작가는 천위에 드러난 땀으로 얼룩진 선을 이어 붙여 삶이 계속됨을 표현한다.

홍티아트센터 이정동 작가 작품 ‘숲-파도’ 대나무, 와이어, PVC, 가변설치, 2019
홍티아트센터 이정동 작가 작품 ‘숲-파도’ 대나무, 와이어, PVC, 가변설치, 2019

 최정은 작가는 작품 ‘너를 위한 나의 의무’에서 권력 시스템에 대해 고찰한다. 센서가 부착된 원판은 관람객이 근처에 오면 누웠다 섰다를 반복하는데, 그 움직임에 따라 원판 가득 부착된 인형 눈들도 함께 감았다 뜨기를 반복한다.

 이장욱 작가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자인 한자와 한글의 탄생 원리와 그 관계성을 시각화한 이미지 작품 ‘외침’을 선보인다. 같은 음을 가진 여러 개의 한자와 그것들이 겹쳐져 만들어 낸 한글 이미지를 나열한 작품에서 한글은 하나로 뭉친 모습 또는 시스템을 의미하며, 한자는 그 안에 담긴 다양성을 상징한다.

 오우마 작가는 작품 ‘삶의 지속성 III’에서 생물학의 최소 생명 단위인 세포의 결합과 탄생에 주목한다. 한국의 한지와 일본의 화지를 나란히 걸어, 하나의 큰 세포막과 같은 형태를 구축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전시 관계자는 “세라믹창작센터와 홍티아트센터의 교류전은 각 공간의 면면과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의의가 크다. 앞으로도 경남과 부산을 대표하는 창작 공간으로서 꾸준히 이어질 교류와 전시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문의 전시기획팀 055-340-7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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