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정치인이 유튜브를 보는 이유
주부 정치인이 유튜브를 보는 이유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9.11.21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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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주부 정치인에게 문재인
정권의 남북 평화 추구는
굴욕적으로 비친다. 북한은 한국 정부의
유화적인 자세를 늘
깔본다. 그녀에게 비친
문 대통령은 약점이라도
잡힌 것처럼 보인다.
공수처를 줄기차게
미는 문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술수로 여겨진다.

 요즘 우리 사회의 얼굴엔 화색이 없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나라 걱정을 해야 하니 얼굴에 웃음 띨 겨를이 없다. 국민이 나라 걱정을 하는 건 당연하다 해도 좀 지나치다. 정치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 걱정을 통으로 해야 할 판이다. 정치판에서는 여야가 나뉘어 핏대를 올려 다투기도 하고, 가짜 웃음을 얼굴에 그리더라도 손을 잡는다. 지금 정치는 불통이다. 불통의 불똥이 국민에게 튀어 국민은 거친 호흡을 해야 할 지경이다. 두 진영의 대립은 최고조라 말을 섞기도 힘들다. 왜 나라가 이 지경까지 갔는지 가늠을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잘라서 현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 말하기도 겁난다. 바로 이어서 야당도 야당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정치판에 총선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면서 `정치인도 기저귀처럼 자주 갈아야 한다`는 말에 힘이 실린다. 기득권을 내려놓기는 사실 힘들다. 우리 정치가 후진성에 매몰돼 있어 물갈이가 가장 좋은 정치 행위로 비친다. 판이 크게 바뀌면 정치가 제대로 굴러갈 거라는 바람은 좋지만 그 바람이 적중한 적은 별로 없다. 중진들을 험지에 출마하라고 내미는 모양새도 후진 정치의 냄새가 폴폴 난다. 이리 굴리든 저리 굴리든 자기 당의 국회의원 숫자만 늘리면 된다는 단순한 논리다. 정치가 변화에 몸부림쳐도 생명력 없는 돌처럼 보인다. 딱딱한 정치판에 아무리 물을 뿌려도 생기가 돋기는 힘들어 보인다. 더 걱정해야 할 일은 현 정치가 만들어낸 진영 간에 팬 계곡의 깊이다.

 최근 한 후배가 들려준 재미있는 정치 얘기. 후배 부인은 퇴근 후 저녁을 먹으면서 하는 일은 유튜브 시청이란다. "우리 정치가 어디로 가는지 몰라 공부를 해야겠다. 현 정부가 국민을 우롱하면서 경제도 정치도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 후배 부인은 보수 쪽 유튜브만 골라본다면서 순진한 주부가 정치 비판의 칼을 가는 전사(戰士)가 됐단다. 후배는 조국 사태가 부인을 정치판으로 끌어드린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요즘 정치가 상식을 벗어난 지는 오래다. 예정된 철로를 가는 `열차`는 없다. 국가 경영이 가던 길로만 갈 수 없지만 예상된 길을 벗어나면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 한ㆍ일 군사 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ㆍGSOMIA) 파기, 지소미아로 연결된 한미 동맹 균열, 공수처 설치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등등 모든 게 꼬여있다. 힘겨운 경제 고개는 힘들다는 소리조차 꺼내기 힘든 판국이다.

 다시 주부 정치 투사 이야기로 돌아가서,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던 주부가 매일 유튜브를 보면서 거친 목소리를 담는 이유를 살펴야 한다. 주부가 극단적인 진영 논리에서 한쪽을 택해 `정치꾼`이 됐다. 그녀에게 `삶은 소대가리`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북한을 감싸는 문 대통령이 이해가 되지 않고, 공수처 추진에 여러 의혹을 받아도 몰아붙이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하면서 자화자찬 쇼를 벌이는 것을 보고 화를 버럭 낸다. 이런 극단적인 편 가르기가 어디서 출발하는지 초보 정치꾼에게는 궁금할 수밖에 없다. 섣부른 공부가 오해를 부를 수 있지만 현 정치판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

 주부 정치인에게 문재인 정권의 남북 평화 추구는 굴욕적으로 비친다. 북한은 한국 정부의 유화적인 자세를 늘 깔본다. 그녀에게 비친 문 대통령은 약점이라도 잡힌 것처럼 보인다. 공수처를 줄기차게 미는 문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술수로 여겨진다. 지난 국감장에서 여당의 실세들이 보인 폭압적 자세가 늘 마음에 켕긴다. 주부 정치인은 문 대통령이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이라는 확신을 한다. 그 정답을 이념 추구에 몰입하는 집권자라는 데서 찾는다.

 주부 정치인을 만든 현 정부는 책임을 느껴야 한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무장해 대치된 상황에서 한쪽은 무장을 풀면서 접근하는 게 어리석다. 주부 정치인의 사고는 단순하다. 청와대에 주사파에 몰입했던 인물들이 득실거리는 상황도 마뜩잖다. 주부 정치인이 정치의 그림자에 깔린 음습한 환경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환경의 뿌리에서 여러 열매가 맺히는데 두려움을 느낀다. 아마추어 주부 정치인은 오늘 저녁에도 유튜브를 보면서 고민을 해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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