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9:39 (금)
절실한 국민통합
절실한 국민통합
  • 이태균
  • 승인 2019.11.21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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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태균
칼럼니스트 이태균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갈등은 단순한 견해차나 옳고 그름의 문제거나 지지와 반대 차원이 아니다. 우리의 갈등에는 상대를 용납지 않는 독선, 경험 없는 무지와 무능, 과거에 대한 복수 그리고 권력에 대한 집착이 복합적으로 엉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리에 빠져 남남갈등이 심화되면 국민 통합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최소한 데모만큼은 줄어들어 시민들의 생활에 불편은 없어질 것으로 믿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되레 서울의 한복판인 광화문 광장은 하루도 쉴 날 없이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도 주말마다 데모가 이어지고 있어 교통체증에다 귀를 찢는 듯한 확성기의 소음공해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과 결과는 정의롭게`를 강조하면서 국민 통합과 협치를 약속했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면서 보수와 진보가 반목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 데모가 급증한 것은 국민 갈등도 더 심각화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무위원과 청와대의 인사만 보더라도 민정수석이 책임지고 인사 검증을 잘했다면 문 대통령이 스스로 정한 공직자 임명 제한 규정을 위반한 사람들은 제외했을 것이다. 조국 전 장관도 문 대통령이 민심에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서 국민들의 눈높이를 살폈다면 임명을 강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우리 사회가 두 동강이가 나는 국가적 혼란을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무위원에 대한 임명권이 아무리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 해도 민의를 져 버린 인사는 결국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대통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최근 국회 국감장에서 보여준 청와대 참모들의 언행은 청와대가 과연 국회를 바라보는 인식이 어떠한가를 단적으로 나타낸 증표가 아닐까. 대통령이 말로만 공정과 정의를 앞세우면서 국민 통합과 협치를 제아무리 외쳐본들 이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공연불에 지나지 않는다. 청와대 보좌진들이 대통령의 눈치나 보면서 쓴소리를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못했어야 되겠는가. 참다운 청와대 참모라면 대통령에게 직언도 하면서 국정운영이 잘 되도록 소리 나지 않게 뒤에서 대통령을 보좌해야 한다. 청와대 참모는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비서이지, 자신의 정치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가 안보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우리가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나아가 북한은 대륙 간 탄도미사일에 대한 이동식 발사 능력도 갖춘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의 안보실장은 북한의 이러한 능력을 국감장에서 부정하고 말았다. 남북대화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구축과 긴장 완화도 중요하지만,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군사정보는 국민에게 가급적이면 밝히는 게 좋다. 특히 대한민국의 국방을 책임진 국방부 장관마저 대통령과 북한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에 대한 직언을 할 수 없어서야 되겠는가.

 최근에 발생한 북한 어민의 강제 북송과 관련해서도 정부 부처 간의 충분한 사전 협의와 조사도 없이 청와대 국가 안보실이 나섰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북한 어민들에 대한 헌법과 인권 보호에 반한 행위가 발생해 논란이다. 이를 두고 탈북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도 우리나라의 인권 보호에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

 국민 통합과 협치, 그리고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려면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솔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수신재가(修身齊家) 하지 못한 사람은 대통령이 고위공직에 임명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언론과 국민도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과 위법사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되돌아보면서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의 보완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제 우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으로 두 동강 난 국론 분열과 반목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통합을 위해서 전 국민이 앞장서야 할 때다. 국민 통합과 협치를 위해서는 정치권도 정쟁을 그만두고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리당략에 눈먼 정치권이 솔선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되돌아보면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이후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와의 소통이 안 된 경우는 역대 정권에서도 찾아보기 드물다. 국민 통합과 협치를 잘하려면 무엇보다 우선 제1야당과의 소통이 충분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대표와 국회의원 일부가 삭발까지 하면서 광장에서 국민들을 상대로 거리 정치를 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아니 된다.

 경제 사정도 매우 어려운데 광장과 거리에서 보수 야당과 진보가 진영논리에 빠져 상대방을 반목하는 것은 이제 중단해야 한다. 대통령도 진보진영의 목소리만 듣지 말고 보수와 야당의 주장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우리 국민과 외국인이 많이 찾는 광화문광장이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공간이 돼야지 데모 광장이 돼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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