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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의 미각회해 - `육사시미`를 `편육회` 또는 `저민 고기`로
김영복의 미각회해 - `육사시미`를 `편육회` 또는 `저민 고기`로
  • 김영복
  • 승인 2019.10.14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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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문화연구가 김 영 복
식생활문화연구가 김 영 복

 육회 집에 가면 육사시미(肉sashimi:刺身)라는 일본 혼용어를 쓰는 메뉴가 있다. 육회의 일종이지만 일반적인 육회와는 다르다. 기본적인 개념은 육회와는 달리 쇠고기로 만든 회에 가깝다. 육회는 채 썰어 나오지만 육사시미는 얇게 저며 나온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에는 육사시미가 없다. 일본은 생선 회 외에는 쇠고기를 날로 먹지 않는다. 물론 일본식 육회요리라고 하는 `규우니쿠 타타키`가 있다지만 엄밀히 말해 육회로 볼 수 없다. 규우니쿠 타타키는 쇠고기 포를 떠서 겉면을 살짝 익힌 요리로 `규우니쿠`는 우육을 말하는 것이고 `타타키`는 잘게 다진 고기를 말한다. 즉 `샤부샤부`처럼 우육을 편으로 저며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겉면을 익힌 것이다. 육회는 그야말로 쇠고기를 날로 먹는 것을 말한다. 일본의 육회는 한국식 불고기가 일본에 정착하면서 유입되기는 했지만, 일부 한국식 불고기 체인점 등에서 제한적으로 팔기 시작했다. 일본은 급기야 1998년 생식용 고기 취급에서의 대장균ㆍ유통ㆍ조리 방법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으나 2011년 4월 23, 29일 도야마현 도나미시 숯불갈비 체인점 `야키니쿠슈카 에비스` 도나미 지점과 후쿠이현의 한국식 삼겹살전문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육회를 먹고 57명이 식중독에 걸렸으며, 2명의 어린이와 40대 여성 1명 모두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육회 금지령이 내려지게 됐다. 일본의 육회 문화는 아직 저급한 정도다. 그런데 우리가 굳이 육사시미라는 말을 쓰니 당황스럽다.

 사시미의 본고장이라고 하는 일본은 구마모토현에서는 말고기 육회는 `바사시`라고 부르지만 육회는 우리말 발음인 `유케`라고 부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육사시미로 부르니 참 어이 상실이다. 물론 외식업자들이 육회와 차별화하기 위해서 궁여지책으로 `육사시미`라는 말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추측해 보지만 식생활 문화를 이끌어가야 할 학계 등에서 외식업자들이 채택한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회를 우리는 육회와 어회로 구분한다. 그러나 이것조차 정리가 안 된 채 어회도 회(膾)를 쓰는 오류가 학계의 논문, 기고, 사전 등에 자주 눈에 띈다.

 이제 육사시미를 대체 할 음식명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고기나 생선을 저민 것을 포(脯)라고 하므로 포회(脯膾)라고 하면 좋을 듯싶은데, 주로 포는 `저며서 말린 것`이 일반화돼 포회라고 하면 `저며서 말린 육포를 회로 먹는다`는 조리학 상의 오해 소지가 충분히 있다. 그래서 육사시미의 일본말을 고기를 편으로 갈랐다는 의미의 편육(片肉)에 `회(膾)`자를 붙여 `편육회(片肉膾)` 또는 `저민 고기`로 대체하면 좋을 듯싶다. 물론 편육 하면 삶은 고기를 눌러서 물기를 빼고 얇게 저며 놓은 것을 말하지만 엄밀히 말해 편편하게 저민 조각 고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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