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금이다
침묵은 금이다
  • 하성재
  • 승인 2019.09.3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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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하 성 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하 성 재

 온갖 소음이 판치는 세상에서 혼자만 잠잠하면 귀청이 터질지 모른다. 우리 주위에는 늘 소음이 존재하고 그것도 점점 커져가는 상황에서 잠잠하기는 정말 힘들다. 우리 주변에 있는 갖가지 소음을 생각해 보자. 사람들의 말하는 소리, 출퇴근길의 차 소리, TV나 라디오 소리, 휴대폰에서 들리는 동영상 소리 등 우리는 하루 종일 다양한 소음에 노출돼 있다. 심지어 소음을 피해 산책하는 중에도 우리는 이어폰을 끼며 또 다른 소음을 귀에 집어넣으려 한다.

 소리가 사라지고 정적이 흐르면 우리는 내면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소음을 찾으려고 한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외롭고 우울하고 힘겨운 일이기 때문이다. 침묵은 직면하고 싶지 않은 영역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래서 우리는 일상의 소음을 더 높여가면서 침잠해있는 삶의 현실을 외면하려 하기도 한다. 침묵, 즉 잠잠하다는 것은 단순히 귀를 닫고 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소음`이란 단지 귓가에 들리는 물리적인 소리뿐 아니라 마음을 휘젓는 무언가를 뜻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고,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범인들`이 무엇인지 하나씩 찾아보자.


 가장 먼저는 염려이다. 염려는 우리를 향해 소리를 질러댄다. 염려와 걱정 때문에 우리는 한밤중에 잠을 설치고 공포에 질릴 수 있다. 해가 뜨기도 전에 초조함으로 안절부절못한다. 염려는 마음에만 숨어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쉬는 휴식 시간에도 고개를 내민다. 염려는 늘 현재형으로 소리친다.

 두 번째, 욕심과 탐심이라는 소음도 우리의 귀를 먹먹하게 한다. 소비 욕구가 가득한 사람은 잠잠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들은 사고 싶은 것을 늘 머릿속에 담아두고 단순히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고 물건을 사들인다. 걱정되고 긴장되고 화나거나 무료해지면 쇼핑몰에 가서 물건이 아닌 안정을 사는 것이다. 이처럼 소리는 없지만, 귀청을 때릴듯한 욕구의 함성에 우리는 압도당한다. 좀 더 멋져 보이고 근사한 기분을 느끼려면 `우리에게 없는` 무언가를 사야 한다고 소비 욕구는 끊임없이 설득한다.

 세 번째, 지연(遲延)은 이상한 소음을 만들어낸다. 오늘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과제를 뒤로 미루면 `꾸물대지 말고 어서 해`라는 나지막한 잔소리가 귓가에서 윙윙거린다. 지연의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 급기야는 우리 삶을 혼란스럽게 한다. 결단을 내리지 못한 관계들은 우리의 마음을 괴롭힌다. 말하지 못한 사연, 수행하지 못한 과제, 수수방관했던 상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휴식 중에 별안간 머리를 스친다. 나지막한 잔소리가 이내 손톱으로 칠판을 긁어대는 소리처럼 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일단 잠잠함을 추구해야 한다. 이것은 매우 간단해 보이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1년 동안 산속에 들어가 침묵 수행을 하거나, 집을 비닐 시트로 휘감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단지 하루에 잠시 동안이라도 `멈춤`의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소음을 내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염려의 소음을 걷어내고, 아우성대는 소비 욕구를 잠재우고, 꾸물거린다는 잔소리에도 귀를 막아라. 작지만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우리는 잠잠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

 우리는 보통 식사 때마다 휴대폰을 본다. 가족 식사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보다 조용한 삶을 원한다면, 잠시 휴대폰의 전원을 꺼라. 소음이 나고 때때로 당신의 주의를 끄는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제품의 전원을 꺼버리자. 문명을 등지고 현실과 동떨어져 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잠시 내면의 소리를 들으려면 다소 획기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덕 필즈는 그의 저서 `Refuel(재충전)`에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실천사항을 제안한다.



 ㆍ숙면을 돕기 위한 음향기기를 침대 맡에서 치우십시오.

 ㆍ때때로 차에서 라디오나 동영상을 틀지 마세요.

 ㆍ소음이 나는 가전제품을 사용하지 말고 집안일을 해보세요.

 ㆍ이어폰을 끼지 않은 채로 산책이나 조깅을 하세요.

 ㆍ집에서 소음이 완전히 차단된 공간이나 시간을 정해보세요.



 우리가 침묵할 때 우리의 내면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TV 그리고 인터넷에 흠뻑 쏠려 있는 우리의 눈과 귀는 결국 우리를 망치게 한다. 침묵은 금이다. 내면에 울리는 나의 음성을 분명히 듣고 싶다면 잠시 `멈춤`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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