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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의 종말
자유민주주의의 종말
  • 이광수
  • 승인 2019.09.15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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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역사가이자 사상가인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1989년 여름, 내셔널 인터레스트 지에 `역사의 종말(The End of History)`이라는 글을 기고해 전 세계 지성계에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당시 소련의 공산체제 붕괴에 이은 동유럽 공산 독재정권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붕괴는 자유민주주의가 인류이념 진화의 종점 또는 인류 최후의 국가이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는 `역사의 종말`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가 자유민주주의를 `역사의 종말`로 선언한 것은 이데올로기 진화과정으로서의 역사가 끝났다는 뜻이다.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이 말은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은 더 이상 개선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것임을 전제한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우리나라 초중고교의 새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을 민주주의로 바꾸려는 시도에 대해 보수단체에서 크게 반발했다. 그리고 진보정치권에서 남북화해와 관련해 우리 헌법에서 표현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를 삭제한 민주주의로 하자고 주장해 논란이 증폭됐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는 그 본질과 개념 자체가 엄연히 다르다. 일당 독재체제인 북한의 정식국명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과연 그들이 우리가 추구하며 누리고 있는 자유를 허용하고 있는 체제인가. 민주라는 말을 국호로 사용한다면 우리와 같이 국민들에게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자유를 누리게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민주주의는 엄연히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허울뿐인 민주주의다. 그래서 `자유`를 뺀 민주주의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사 민주주의 국가는 많다. 중국, 러시아, 중남미 여러 나라들과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중동 등 인간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언론을 탄압하는 독재국가들도 민주주의국가라고 자칭한다. 자유민주주의는 주권재민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실현성의 추구, 개인의 자유와 평등성의 향유, 다수결의 원칙과 삼권분립의 확립, 언론, 출판, 종교, 집회,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고,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가 허용되는 민주사회를 말한다. 이처럼 자유민주주의는 허울뿐인 유사 민주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정치체제이다.

 그러나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찬탄해 마지않은 자유민주주의 제도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프랑스 정치학 교수인 장. 마리 게노는 1995년 `민주주의의 종말(The End of Democracy)`에서 국민국가와 민주정치의 종말을 예고하면서 국가라는 단위로 존립하는 세계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뒤이어 역사가이자 사상가인 사무엘.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The Clash of Civilization)`에서 더 적나라하게 구체적으로 그런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결국 세계 각국은 통합과 분립을 반복하면서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의 변화를 겪게 될 것은 자명하다.

 그러면 왜 이런 현상과 변화가 자유민주주의 붕괴로 이어지게 되는가. 이에는 민주주의의 치명적인 약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첫째가 포플리즘의 준동이다. 대중영합주의, 인기영합주의로 해석되는 포플리즘의 만연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남미제국과 발칸반도에서 극성을 부린 대중영합주의는 곧 허구임이 드러났다. 포플리즘 민주주의의 허상은 결국 디폴트로 파탄 난 국가 경제로 인해 국민들을 가난과 고통스런 삶의 나락으로 내몰았다. 두 번째로 대의민주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통치제도의 한계이다. 희랍식 직접민주주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표로 선택하는 인격체의 불완전성이 국가정책을 망치게 한다. `대의정치의 종말`은 이미 많은 정치학자들에 의해 주장됐지만 다른 뾰쪽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세 번째로 페르소나(가면, 거짓)로 위장한 프로파간다(선전선동)의 지배이다. 온갖 거짓과 위선의 가면을 쓴 선전선동은 사실상 물리적으로 민주주의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매스미디어 전성시대를 맞아 이런 매체를 통한 대중선전선동은 정치의 필수 불가결한 유세수단으로 정착했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모호한 정보홍수 속에서 그들이 조작한 달콤한 선전선동은 대중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정치집단은 사실을 왜곡한 거짓 정보를 권력 유지와 정권쟁탈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 소위 군중심리를 동원한 여론몰이로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한다. 끝으로 다수의 독재인 다수결의 원칙이 옳으냐의 문제다. 특별한 이슈에 소수가 다수의 독재에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와 민족은 개인에겐 관념의 존재이다. 이런 관념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파괴하는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민주주의의 치명적인 약점 이하 내용 : naver. blog 인용 재편집).

 지금 한국뿐만 아니라 `의회민주주의의 요람`이라는 영국의 의회정치와 `프런티어의 나라` 미국의 자유민주주의가 뿌리 째 흔들리며 전체주의적 민주주의로 퇴행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종말징후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원한다면,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인 레비츠키와 대니엘. 지블런 공저인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y Die)`를 일독할 필요가 있다. 자유민주주의 종말은 다른 나라만의 현상이 아닌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피로써 쟁취한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전체주의의 준동을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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