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약수처럼 살자
상선약수처럼 살자
  • 정창훈
  • 승인 2019.08.2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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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대표이사 정창훈
본지 대표이사 정창훈

 주말 창원 귀산동 바닷가에 있는 김 교수의 별장에 저녁 초대를 받았다. 처음 뵙는 분도 있었지만 초대한 분에게 나는 아주 편안한 복장으로 간다고 했다. 샌들을 신고 반바지에 짧은 티를 입고 갔는데 입은 옷이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물 같은 삶을 이야기하다 보니 결국은 바다에서 하나가 됐다.

 다음은 소설가 박완서의 글이다. "나이가 드니 마음 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 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어 좋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 살아오면서 볼꼴, 못 볼 꼴 충분히 봤다. 한번 본 거 두 번 보고 싶지 않다. 한 겹 두 겹 책임을 벗고 가벼워지는 느낌을 음미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말년의 박완서 소설가는 노년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보여줬다. 물처럼 살다 간 선배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리 쉽게 접할 수 없는 고사성어 중 하나로 `상선약수`가 있다. `상선약수`는 노자의 사상에서 일컫는 말로 `이 세상에서 최상의 선(善)은 바로 물`이라는 뜻이다. 공자와 함께 중국의 성인으로 불리는 노자가 쓴 도덕경 8장에 `상선약수`가 등장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에서 上은 `위 상`, 善은 `착할 선`, 若은 `같을 약`, 水는 `물 수`로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말이다. 이 사자성어를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물의 소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매사에 물과 같이 행동하고 살아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물은 만물을 길러주고 키워 주지만 자신의 공을 남에게 내세우느라 남과 다투지 않는다. 그러니 상선약수처럼 사는 것은 자식을 키워 놓은 것에 대해, 남에게 좋은 일을 한 것 등에 대해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물은 높은 곳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낮은 곳을 지향하고 있다. `낮은 곳`은 인생을 `겸손`하고 `겸허`하게 사는 사람과 비유할 수 있다.

 물은 사람들이 더러워하거나 무서워하는 어떤 환경도 기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물은 만물의 생명의 원천이 되고 만물의 아픔을 치유하기도 한다. 그리고 좋은 일을 하면서 어느 것하고도 다투거나 앞서려 하지 않는다. 오로지 생명을 창조하고 성장시키고 우주를 생성하는 원천이 된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물은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녹여 내는 만능 용제다. 무색무취의 투명한 화학물질인 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용제보다도 더 많은 물질을 쉽사리 녹여낸다. 물이 `생명의 기원`이 되는 것도, 태초의 지구에 존재했던 수많은 물질이 물에 녹아들어 `원시 수프`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학의 창시자라는 탈레스도 `인간은 물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어떤 그릇, 어떤 환경 또는 어떤 조건이 돼도 물은 적합하게 조화를 창조해내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온갖 쓰레기에도 불구하고 결국 물은 정화를 위해 끊임없이 그리고 조용히 노력할 뿐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40~50억 년 전 생성된 유기물들은 해안 부근의 말라붙은 물거품이나 떠 있는 작은 물방울 속에 국지적으로 농축됐을 것"이라며 생명의 기원이자 만능 용제로서 물의 효용을 적시했다. 따라서 전통적인 해석을 요즘 말로 업데이트하자면, `물은 모든 것을 녹여내 융합시킨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고 해도 틀리진 않을 듯하다.

 상선약수에는 `가장 아름다운 인생은 물처럼 사는 것`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물처럼 아름답게 사는 인생이란 어떤 것일까?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어두움`과 `낮음`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지극한 요즘 같은 세상에서 물처럼 남과 다투지 않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며 겸손하게 사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물이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듯이, 평소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고 겸허하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물의 특성도 각자의 인생에 꼭 필요한 지혜일 것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각자는 스스로 자신이 아무리 똑똑하고 옳다고 확신하더라도 몽테스키외가 말했듯이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일 따름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이 최고의 선이다. 나만 옳다고 주장해서는 결코 좋은 결과를 산출하기 어렵다. 때로는 권력과 돈으로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결과는 거꾸로 상식의 파괴로 귀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일상에서 삶의 화두로 상선약수를 강조하는 남명건설 이병열 회장의 "물처럼 살아야 한다"는 철학은 소극적인 삶의 방식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와 한 호흡으로 사는 자연스러운 인생 방법을 제시한 것 같다.

 나는 감사하다는 진심을 얼마나 느끼며 살아왔을까. 나는 만물의 생명력에 대한 고마움을 얼마나 진정으로 공유하며 살아왔던가. 도도히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그 물방울 마다의 소리를 들으려는 숨죽인 소통의 정성을 얼마나 기울였다는 말인가. 물에서 배우는 삶은 화합과 관용, 겸손, 배려와 베풂, 무한한 신뢰, 청정, 기적의 능력 그리고 절제와 조화, 그리고 사랑일 것이다. 먼 훗날 나의 삶이 세상에 말하고 싶은 것은 자유다. 흘러가는 강물처럼 부딪치는 모든 것들에서 배우고, 만나는 모든 것들과 소통하며 물의 글을 쓰고, 그 글 속에서 인생과 사랑을 말하고 싶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상선약수와 같은 삶을 살자.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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