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2:44 (금)
느티나무 마을
느티나무 마을
  • 이은정
  • 승인 2019.08.04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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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이은정

수백 년 이어온 인연

마주보고 선 두 그루 느티나무

그 넉넉한 숲에 물들어

지붕들이 모두 파랗다

나고 살고 죽고

마을의 역사가 깊어질수록

나무는 아름드리로 몸통을 키우고

아랫녘 윗녘 안방 구들 밑 까지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뻗어

집집의 안부를 묻는다

삶을 흔드는 바람은 저리 비켜라

낡은 기왓장 하나 건드리지 말라고

당당히 버티고 선 큰 어르신

우람한 팔뚝으로 푸른 잎을 감싸 안아

숲속엔 새들을 키우고

그늘엔 사람들을 품었다

그 무성한 숲의 품에 안기면

들뜨던 세상의 소리들이 고자누룩해진다.

백 년도 못사는 우리네 인생인데

몇 생을 거치며 살아온 거목

믿음직한 거인의 얼굴이다

그를 닮아 나무처럼 살고 싶은

어진 사람들이 사는 곳

겨울에 눈이 내리면

온 들판에 차곡차곡 쌀가마니가 쌓이는

雪倉리 느티나무 마을

*진영읍 설창리 느티나무/ 수령: 400년~300년 /김해시 보호

<시인약력>

- 2004년 순수문학 시 등단

- 2010년 화백문학 수필등단

- 가온 문학상 수상

- 김해문인협회 회원

- 수필집 '하얀 고무신 신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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