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이어온 인연
마주보고 선 두 그루 느티나무
그 넉넉한 숲에 물들어
지붕들이 모두 파랗다
나고 살고 죽고
마을의 역사가 깊어질수록
나무는 아름드리로 몸통을 키우고
아랫녘 윗녘 안방 구들 밑 까지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뻗어
집집의 안부를 묻는다
삶을 흔드는 바람은 저리 비켜라
낡은 기왓장 하나 건드리지 말라고
당당히 버티고 선 큰 어르신
우람한 팔뚝으로 푸른 잎을 감싸 안아
숲속엔 새들을 키우고
그늘엔 사람들을 품었다
그 무성한 숲의 품에 안기면
들뜨던 세상의 소리들이 고자누룩해진다.
백 년도 못사는 우리네 인생인데
몇 생을 거치며 살아온 거목
믿음직한 거인의 얼굴이다
그를 닮아 나무처럼 살고 싶은
어진 사람들이 사는 곳
겨울에 눈이 내리면
온 들판에 차곡차곡 쌀가마니가 쌓이는
雪倉리 느티나무 마을
*진영읍 설창리 느티나무/ 수령: 400년~300년 /김해시 보호
<시인약력>
- 2004년 순수문학 시 등단
- 2010년 화백문학 수필등단
- 가온 문학상 수상
- 김해문인협회 회원
- 수필집 '하얀 고무신 신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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