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5:10 (금)
작은 친절, 큰 감동
작은 친절, 큰 감동
  • 염삼열
  • 승인 2019.05.20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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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삼열 김해서부경찰서 주촌파출소 경위
염삼열 김해서부경찰서 주촌파출소 경위

 우리 속담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란 말이 있다. 내가 남에게 말을 곱게 하면 남도 나에게 곱게 말한다는 뜻이다. 누구나 잘 알고는 있지만 생각하고 의식해서 말하지 않으면 자칫 말실수하게 되고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기가 쉽다.

 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다. 이는 말 한마디로 돈을 빌려준 사람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 즉, 말을 공손하고 조리 있게 잘하면 어려운 일이나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을 수 있다고 하니 말이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위의 두 속담 모두가 말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지만 비단 말의 기교뿐 아니라 마음이 담긴 정직한 친절 또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경찰관 초임 시절 `사람 사는 곳엔 사람도 많지만 사연 또한 참 많다`던 선배 경찰의 말을 듣고 처음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그 숨은 속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크고 작은 다양한 많은 일들을 경험했지만 과연 내가 경찰이 되지 않았더라면 경험해 볼 수 있었을까 하는 황당한 경험도 많다. 그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민생 최 일선 부서라고도 할 수 있는 파출소에서의 근무 중 경험담이다. 파출소에 근무하다 보면 과연 이런 일로도 파출소를 방문할 수가 있는가 하며 놀랄 때가 종종 있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타 관할 먼 곳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순찰차로 태워 달라고 떼를 쓰는 사람, 술만 취하면 파출소를 마치 제집 드나들 듯이 해 경찰관들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욕설을 하거나 시비를 거는 사람, 택시 차비가 없다며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찾아와 택시비 좀 빌려 달라고 말해 택시비를 주면 연락처도 주지 않고 가버리는 경우 등 다소 황당한 경험이었지만 지금은 웃으며 추억담으로 말할 수 있을 만큼 지나간 기억 속의 값진 경험들이다.

 사람에게 한 번 인식된 선입견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예컨대 처음 방문한 식당의 음식이 맛도 좋고 직원도 친절하게 응대해 줬다면 이후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반복해서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들겠지만, 반대로 음식의 맛은 좋지만 직원이 냉소적이고 불친절하게 응대했다고 한다면 음식의 맛이 제아무리 좋았더라도 누구든지 그 식당은 두 번 다시 찾고 싶지 않을 것임이 틀림없다.

 파출소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파출소를 방문한 이들이 경찰에게서 친절한 인상을 받았다면 좋은 선입견과 감동을 갖고 돌아갈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불친절한 선입견만 깊이 남을 것이다.

 교통신호기가 있는 교차로라면 교통신호기가 훌륭한 교통경찰 역할을 대신하겠지만 문제는 신호기가 없는 교차로인 경우이다. 바쁜 출근길 조금이라도 먼저 가려고 양보 없이 운전하고 끼어들기를 하다 보면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가 있기에 차량 흐름이 원활하도록 경찰이 수신호로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다.

 교통정리를 하다 보면 다양한 운전자들을 만날 수 있다. 보통은 경찰의 수신호에 잘 따라 주며 운전을 하지만 무리하게 끼어들기 하는 사람도 있고, 욕설하는 사람, 일부러 굉음을 내고 가는 사람, 종종 고맙다며 차창을 내려 인사를 하거나 껌이나 사탕을 주는 운전자도 있다. 비록 소박한 껌 하나, 사탕 하나, 감사의 인사말 한마디지만 그 속에 담긴 친절한 마음은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친절은 마음이며 정직이다. 친절은 표정과 말과 행동 모두가 소중하다. 몸에 밴 정직하고 자연스러운 친절, 그리고 내가 먼저 베푸는 친절, 그것이 모두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경찰관의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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