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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거제경제 현장을 가다
[르포]거제경제 현장을 가다
  • 한상균 기자
  • 승인 2019.04.09 2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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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합병 태풍 속 조선소 부활 기지개 켠다
대우조선이 건조한 아프리카 앙골라 해양플랜트 ‘소난골 리봉고스’호.(선주사가 발주하고 인도를 미루던 이 해양플랜트는 최근 인수절차를 거쳐 선주 측에 인도했다.)
대우조선이 건조한 아프리카 앙골라 해양플랜트 ‘소난골 리봉고스’호.(선주사가 발주하고 인도를 미루던 이 해양플랜트는 최근 인수절차를 거쳐 선주 측에 인도했다.)

한내ㆍ사등공단 본격 조업 원룸지역 공실률 점차 줄어 거제시 부동산 가격 꿈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창사 반세기가 되기도 전에 초일류 조선기술을 갖춘 초일류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양사는 연간 매출규모가 각각 평균 8~10조 원대를 달성하는 초대형기업이다.

 한창 잘 나가던 지난 2012~2014년에는 양사가 각각 5만여 명의 인력을 보유해 10만여 명이 조선업을 통해 고용을 유지할 정도로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기업이 된 것이다.

삼성중공업이 카타르에서 수주받아 완공한 세계최대 LNG운반선.
삼성중공업이 카타르에서 수주받아 완공한 세계최대 LNG운반선.

 초기 중형선박이 주를 이뤘던 선박들은 유조선, 컨테이너선, LNG운반선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크기도 대형, 초대형으로 크게 변모했다.

 최근에는 러시아 야말반도에서 생산한 LNG를 북극 빙해의 얼음을 깨고 운반하는 쇄빙LNG운반선을 개발해 극지항로를 개척하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다.

 또 잠수함, 이지스함, 전투함, 구축함 등 방산부문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 이 분야 국산화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지난 2015년부터 불어 닥친 글로벌 경제위기는 급기야 선박수주 급감 사태를 야기해 조선업 위기를 초래했고, 지역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말았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지회장 신상기)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합병을 반대하며 현장실사 저지를 위한 중식집회에 들어갔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지회장 신상기)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합병을 반대하며 현장실사 저지를 위한 중식집회에 들어갔다.

 일거리가 줄어든 조선소 현장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근로자를 줄이는 살벌한 현장이 되고 말았다.

 거제 인구는 지난 2016년 27만을 넘어 정점을 찍었다가 올 2월 말 현재 24만 명대로 3년 새 2만8천여 명이 줄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양대조선소는 목표액의 약 90%를 달성하며 조선업의 부활을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문제로 지목됐던 해양플랜트 인도문제가 해결되면서 유동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 가장 성과로 다가왔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5조 3천억 원이라는 극약처방을 받고도 지난해 흑자경영을 달성하며 부활의 청신호를 밝혔다.

 지난 2013년 아프리카 앙골라 국영 소난골사의 드릴십 2척을 완공했지만 선주 측에서 인도를 지연시키는 바람에 경영상 큰 어려움을 겪는 애물단지가 됐다.

 드릴십 1척의 잔금은 약 4천600억 원, 약 1조 원 대에 달하는 해양플랜트의 인도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이처럼 조선업의 부활의 신호는 사외협력업체의 가동을 불러왔다.

 완전 조업을 중단했던 한내공단, 사등공단이 본격적인 조업에 들어갔다.

 한내공단협의회 천종완 회장은 “지난해 중반까지 공장문을 닫았다가 8개월째 조업을 하고 있다”며 “외곽지역인 이 지역의 원룸에도 거의 빈 곳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문을 닫고 조업을 중단했던 한내공단에도 조선물량이 들어와 조업을 하고 있다. 공단의 조업 중단에 따라 공실률이 가장 심각했던 인근 원룸지역에도 근로자들이 들어와 빈 숙소가 해결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문을 닫고 조업을 중단했던 한내공단에도 조선물량이 들어와 조업을 하고 있다. 공단의 조업 중단에 따라 공실률이 가장 심각했던 인근 원룸지역에도 근로자들이 들어와 빈 숙소가 해결되고 있다.

 이제 4월을 맞는 거제시는 경남 유일의 부동산가격이 오른 지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부동산중개업체 관계자는 도시지역 아파트는 대부분 가격이 제자리로 들어서는 것과 때를 같이해 매물도 점차 활기를 띠는 추세라고 밝혔다.

 공실률이 가장 심했던 원룸지역에서도 공실률이 점차 줄고 있는 것이 감지된다. 특히 조선소 인근지역은 빈 곳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조선업의 부활, 지역경기 호조를 내다보는 지역민들의 기대가 부풀어간다.

 그렇지만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합병은 또 다른 악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극렬한 노조와의 대립을 지켜본 시민들에게는 또 다른 직격탄이 된다는 생각이다.

 이미 인수합병 과정에서 당사자가 제외됐다는 것과 인적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점에서 필사적인 투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박건조는 기계로 찍어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니고 모든 공정을 근로자들의 손으로 해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근로자들을 외면하고 선박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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