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ㆍ고성 등 강원도 5개 시ㆍ군을 휩쓴 사상 최악의 산불이 이틀 만에 진화됐지만 여의도 면적의 2배인 530㏊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고 주택 400여 채가 소실돼 72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폐허로 변한 삶의 터전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있을 주민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나마 큰 인명피해 없이 불길을 잡은 것이 불행 중 다행이다. 강풍이 불어닥치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조기 진화가 가능했던 건 소방관과 군인, 현장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한 덕분이다. 산불을 성공적으로 잡은 만큼 복구작업에도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피해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만큼 주민의 생계 안정과 피해복구에 한 치의 차질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산불 피해를 보고 느낄 수 있듯이, 이제 산불은 더 이상 저 멀리 산에서 나는 불이 아니다. 단 몇 시간이면 내 집, 내 일터를 파괴할 수 있는 생활 속의 재난으로 인식하고 산불에 대비하는 패러다임을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다시는 이처럼 참혹한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평소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둬야 한다는 점이다. 설사 재난은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 노력에 따라 피해를 얼마든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울창한 산림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산불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무려 4천300건이 넘는 산불이 발생했고, 이로 인한 피해 면적도 서울 넓이의 9분의 1에 맞먹는 6천700㏊에 이른다는 사실에서 우리의 대비 자세가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산불이 나면 주민들의 재산과 생명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다시 숲을 조성하기까지 수십 수 백 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