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국가 아닌 김해시에 보리수 왜 기증했나
인도가 국가 아닌 김해시에 보리수 왜 기증했나
  • 김용구 기자
  • 승인 2019.03.1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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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년 전 가야 허황옥 혈연에 후손 지자체장 교류ㆍ열정 더해
허성곤 시장, 인도 3차례 방문 “후손 사는 김해에 선물 요청”
지난 2017년 3월 허성곤 김해시장은 인도 UP주 아요디아서 열린 허왕후 기념비 건립 16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2017년 3월 허성곤 김해시장은 인도 UP주 아요디아서 열린 허왕후 기념비 건립 16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최근 인도 정부가 석가모니 부처의 현신으로 여기는 보리수를 김해시에 기증했다. 국가가 아닌 도시에 기증하는 첫 사례로 수천 년을 이어온 인도와 김해시의 특별한 인연이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도와 김해시의 특별한 인연은 2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고대사 주요 역사서인 삼국유사 가락국기편을 보면 ‘인도 아유타국 공주인 허황옥(33~189)이 16세였던 서기 48년 국왕의 명을 받아 풍랑을 잠재우는 파사석탑(경남도문화재자료 제227호)을 실은 배를 타고 지금의 김해로 건너와 가락국(가야) 시조 김수로왕과 혼인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가야사를 연구하는 사가들은 7세기 당나라 불교 승려 현장의 인도 여행기인 ‘대당서역기’ 등의 기록을 토대로 아유타국의 위치가 현재 인도 우타르프라데시(UP)주 아요디아시로 추정한다.

 문헌상 우리나라 최초 이주 여성인 허황옥은 혼인 후 10남 2녀를 두었고 한국 최대 성씨인 김해 김씨와 허씨, 인천 이씨의 시조모가 된다.

 첫째 아들은 2대 거등왕에 오르고 둘째와 셋째는 허왕후의 성씨를 물려받아 김해 허씨의 시조가 된다.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가 결혼을 하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나머지 7명의 아들은 하동 지리산 자락에 있는 칠불사에 들어가 성불한다. 딸 둘은 각각 일본과 신라로 시집간다.

 인도의 불교(남방불교)와 차(茶) 전래설도 허황옥에 기원한다.

 왕후의 오빠이자 불승인 장유화상은 동생과 함께 가락국으로 건너와 남방불교를 최초로 전파하며 여러 사찰을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김해 은하사, 흥부암, 모은암, 자암사, 장유사, 통천사, 부은암(밀양), 칠불암(하동)이 가락국과 관련이 있다.

 가야 8대 질지왕은 452년(질지왕 2년) 수로왕의 합혼터에 왕후의 명복을 비는 왕후사를 건립하는 등 불교 우대정책을 지속했다.

 왕후가 싣고 온 파사석탑은 호계사에 있다가 조선 말 왕후릉으로 옮겨 별도의 전각을 건립해 보존하고 있다.

 이와 함께 허왕후는 수로왕과 혼인을 위해 장군차를 봉차(옛날 혼담이 성사되면 차 한 봉지를 양가에서 주고받는 것)로 가져온다.

 1918년 한말의 불교학자 이능화가 지은 우리나라 불교사에 관한 저술인 조선불교통사에도 ‘48년 허황옥이 가야에 올 때 차 씨를 들여왔다’고 기록돼 있다.

 김해 동상동, 대성동 등지에 장군차 시배지가 남아 있으며, 지난 2017년 6월 경남도 기념물 제287호로 지정됐다.

지난 2017년 12월 허성곤 김해시장이 인도 UP주와 국제우호협력도시 협약을 맺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허성곤 김해시장이 인도 UP주와 국제우호협력도시 협약을 맺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천 년 전 맺어진 혈연, 활발한 교류로 되살아나

 이처럼 혈연으로 맺어진 인연은 20세기가 흘러 다시 교류관계로 되살아난다.

 김해시는 지난 1999년 아요디아 미쉬라 왕손 내외가 한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2000년 아요디아와 자매도시 결연을 맺는다.

 이듬해에는 허황옥을 기념하는 기념비와 공원을 아요디아에 건립하고 이후 매년 가락중앙종친회에서 인도 현지서 열리는 기념식에 참석해 오고 있다.

 인구 6만여 명의 아요디아는 고대 인도 코살라 왕국의 초기 수도였으며 불교시대(기원전 6~5세기)에는 100여 개의 사원이 늘어선 불교 중심지였다.

 이렇게 되살아난 인도와 김해시간 교류는 허왕후의 후손인 허성곤 현 시장 취임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지난 2016년 4월 취임한 허 시장은 ‘가야건국 2000년 세계도시 김해’란 슬로건을 내걸고 국제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다가오는 2042년 가야건국 2천 년을 앞두고 고대 해상교역의 중심지로 철기문화를 꽃피운 가락국의 번영을 되살리기 위해 국제적인 각종 인증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도시 품격을 높여 세계 유수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포부에서다.

 이러한 국제화 프로젝트의 실행으로 김해시는 지난해 6월 세계 245번째, 국내 14번째 국제슬로시티 인증을 받았으며 국제안전도시 공인,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 가야문화유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유네스코 창의도시 가입을 추진 중이다.

 이뿐 아니라 행정서비스도 국제인증을 추진하고 국제적인 교류도 아시아권을 벗어나 더 많은 세계도시들로 그 폭을 넓혀 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허 시장은 취임 첫해 9월 한국-인도 간 협력사업인 허왕후 기념공원 새단장 사업의 설계공모 심사를 위해 방한한 UP주 차관 부부를 김해로 초청해 UP주와의 교류의사를 전달하며 인도와의 본격적인 교류의 첫발을 내딛는다.

 지난 2월 불교 발원지 인도가 신성시하는 석가모니 보리수 묘목을 기증받기까지 허 시장은 재임 2년여간 인도를 3차례 방문했고 주한인도대사관을 5번이나 찾아가는 특유의 부지런함과 열정으로 인도인들을 감동시켰다.

 허 시장은 2017년 3월 김해시장 중 처음으로 인도를 방문했다. UP주 아요디아서 열린 허왕후 기념비 건립 16주년 행사에 참석한 허 시장은 UP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문화, 경제 교류를 타진한다.


 허 시장은 첫 인도 방문 이후 9개월만인 같은 해 12월 다시 인도행 비행기에 오른다. UP주와 국제우호협력도시 협약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인도 북부에 위치한 UP주는 인구 2억 명으로 인도서 가장 큰 주이자 역대 14명의 인도 총리 중 9명을 배출할 만큼 인도 정치의 중심지로서 시장 규모로 볼 때도 웬만한 국가보다 더 크다.

 허 시장은 “아요디아는 김해시에 비해 도시 규모가 작고 재정여건이 넉넉하지 않아 교류가 활발하지 못한 측면이 있어 행ㆍ재정적 상급기관인 UP주와 교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해시는 UP주와 우호협력도시 협약을 맺기까지 그해 4월 요기 아디타야나트 주총리 취임 때 전문을 보낸 데 이어 6월 주한인도대사관과 문화관광 MOU를 체결하고 10월 김해서 열린 허왕후 신행길 축제를 공동 개최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

지난달 21일 허성곤 김해시장이 한국을 국빈 방문한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로부터 보드가야 마하보디 사원의 석가모니 보리수 묘목을 기증받은 뒤 담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달 21일 허성곤 김해시장이 한국을 국빈 방문한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로부터 보드가야 마하보디 사원의 석가모니 보리수 묘목을 기증받은 뒤 담화를 나누고 있다.

 ◇허성곤 시장 열정, 인도정부 보리수로 화답

 허 시장은 지난해 11월 세 번째 인도 방문길에 오른다. UP주 공식 초청을 받아 김정숙 여사가 참석한 한-인도 허왕후 기념공원 공동조성사업 기공식과 허왕후 기념비 건립 17주년 기념행사,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 축제 개막식 등에 참석했다.

 이때 허 시장은 비크람 도래스와미 전 주한인도대사(2015ㆍ4~2018ㆍ7)를 만나 2014년 인도정부가 한국정부에 전달했던 석가모니 보리수를 허왕후 후손들이 사는 김해에도 선물해 달라고 요청한다.

 허 시장은 이어 지난해 12월 주한인도대사관을 방문해 신임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인도대사를 면담하면서 다시 한번 보리수 기증을 건의했고 이를 흔쾌히 수용한 인도대사가 인도정부에 제안해 전격적으로 성사된다.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인도대사는 지난 1월 28일 서울 세빛섬에서 열린 제70주년 인도 공화국의 날 행사에서 초청인사인 허 시장에게 인도 정부에서 인도와 특별한 인연을 가진 김해시민들을 위해 보리수 한 그루를 기증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다.

 인도대사관은 매년 인도 헌법 발포와 공화국 선언(1950년 1월 26일)을 기념하는 인도 공화국의 날 행사에 인도와 특별한 관계에 있는 국가의 주한외교사절을 초청한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정부를 대표한 조현 외교부 1차관과 주한외교사절 300여 명,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유일하게 허 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초청을 받았다.

 석가모니 보리수도 인도 정상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직접 전달하며 김해시와의 각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모디 총리는 한-인도 정상회담차 방한한 첫날인 지난달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허 시장에게 보리수 묘목 한 그루를 선물했다.

 석가모니는 기원전 6세기 인도 비하르주 보드가야 마하보디사원 보리수 아래서 득도했고 이 묘목은 이 신성목의 종자로 번식한 것이다.

 인도 정부의 보리수 선물은 김해시까지 8번째이다. 그간 한국, 태국 등 7개국에 보리수 후계목을 기증했는데 특정 도시 기증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와 김해가 2천 년 전 맺은 혈연의 상징으로 김해시의 대표적인 역사관광자원이 될 전망이다.

 보리수는 경기도 포천의 국립수목원에서 2년 정도 특별관리를 받게 되며 다 자라면 높이 30m, 폭 15m에 달하는 거목이 되기 때문에 김해시는 불암동에 건립을 추진 중인 허왕후 기념공원 인도정원에 열대온실을 조성해 이식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허 시장은 “인도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3억의 인구와 세계 6위의 GDP, 연평균 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무한 잠재력의 나라로 관광, 농업, IT 등 다분야에서 교류하고 양 도시에서 열리는 대표축제 상호방문 같은 사업을 구체화해서 추진하겠다”며 “허왕후가 맺어준 인연의 끈으로 중국 대체시장으로 떠오른 인도와 교류협력을 확대하면서 김해시가 세계도시로 도약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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