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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미래 튼튼한 디딤돌 놓는 지혜
100년 미래 튼튼한 디딤돌 놓는 지혜
  • 노동호
  • 승인 2019.03.04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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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호 하동문화원장
노동호 하동문화원장

 경남환경운동연합이 정부의 23개 공공사업의 예비 타당성조사 면제 결정에 반발해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낭비와 미래세대 재정 부담을 부추기는 예타 면제 결정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나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경제성장과 국가 균형 발전이란 미명하에 환경파괴와 예산낭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검증 과정을 무력화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번 예타 면제 대상 중 16개 사업이 도로, 철도 등 적자가 예상되는 토목사업이며, 이번 24조 1천억 원 규모의 예타 면제는 이명박 정부 당시 21조 8천억 원 규모의 예타 면제 사업을 뛰어넘는 것으로 `제2의 4대강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도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최소한의 검증장치를 무력화 시키는 것은 재앙의 근원이 될 수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되고 정부와 지자체는 부메랑이 돼 재정운영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음을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물론 서부경남 KTX 건설 사업은 경남도민의 오랜 숙원이라 도민들이 이번 예타 면제 결정을 환영하는 것이고 본사업의 절실함과 기대되는 효과를 도민의 입장에서는 크게 매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서부경남 KTX 사업 등 대규모 SOC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정무적 판단과 체계적인 행정력이 수반돼야 하는 만큼 사업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도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가야 하겠으며 만에 하나 환경단체의 우려가 현실이 돼 그 피해가 도민들에게 돌아오지 않도록 하는데 전력을 다해줬으면 한다.

 그리고 환경운동연합이 제2의 4대강 사태라며 예타 면제 결정을 철회하라는 주장과 향후 면제 조건을 강화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도 흘려듣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은 정부와 자치단체의 대규모 SOC 사업도 절실함 못지않게 사전 검증이 필요한 만큼 미래세대에 재정 부담이 되지 않도록 예타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보완해 나가야 하겠으며 그런 철저한 보완대책이 시대정신이고 우리 모두의 현실적 과제가 아닌가 한다.

 우리 지역의 일은 아니지만 평창동계올림픽 1주년을 맞은 강원도의 사정을 보면 딱하기만 하다. 총예산 8천675억 원을 들여 올림픽을 치른 시설들이 우려했던 대로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사전 검증과 수년간의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지속성이 없는 것은 지속할 수 없다는 뻔한 진실을 간과한 결과 강릉 스케이트장, 평창 슬라이딩센터 등은 당초 계획대로 폐쇄됐지만 그 외에는 활용방안이 없어 흉물로 변한 시설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 강원도를 비롯한 관련 시군이 유지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런 현상들이 평창만의 문제는 아니나 지역 균형 발전을 빌미로 정부와 지자체들이 100년 미래보다는 임기 내 뭔가를 이뤄야겠다는 성급한 인식으로 경제적 타당성을 불문하고 성과에만 집착해 명확한 검증도 안 된 용역 결과를 토대로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한탕주의의 전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제는 그동안 경험했던 실패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모든 SOC 사업의 예타 기준을 더욱 강화해 활용도의 지속성, 경제성 등의 객관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도록 하고 훗날 그 사업이 계획대로 안됐을 때 책임한계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를 미리 명확히 밝혀두도록 하는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했으면 한다.

 그리고 정부나 지자체 모두 확증편향주의에 빠진 리더들이 전문가 그룹이나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성급하게 단기성과에 목을 매는 어리석음으로는 지지와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울러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은 무리한 시설투자는 미래에 재정 부담이라는 재앙으로 돌아오게 되므로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의 과유불급을 항상 가슴에 담아 100년 미래의 디딤돌을 놓겠다는 중용의 리더십을 발휘해 줬으면 한다. 리더가 확증편향주의에 빠져 나를 따르라고 서두르면 보좌진은 조직 순응자나 게으름뱅이들로 가득 차게 돼 영혼이 없다는 소리를 듣게 되고 정부나 지자체는 희망이 없는 퇴보의 길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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