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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도입 10년 만에 ‘인류 원초적 놀이’에 빠지다
국내 도입 10년 만에 ‘인류 원초적 놀이’에 빠지다
  • 김중걸 기자
  • 승인 2019.02.14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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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군 선수와 카바디 선수들이 부산 동아대학교 체육관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김중걸 기자
이장군 선수와 카바디 선수들이 부산 동아대학교 체육관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김중걸 기자

13억 인도인 즐기는 가장 인기 있는 운동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첫 소개된 후

10년 만인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은메달 이장군 선수, 인도 리그 최정상급 선수 도약

카바디 강국 만든 국가대표팀 조재호 감독 “22년 중국 아시안게임 금메달 꼭 따야죠”

 “‘카바디’는 인류의 원초적 놀이 동작으로 만들어진 스포츠로 어디서든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스포츠입니다.”

 인도 전통 스포츠인 ‘카바디’는 13억 인도인이 즐겨하는 대중 스포츠이다.

 부처님도 즐겨 했다는 놀이 성격의 스포츠인 ‘카바디’는 인도 국민이 광분하는 스포츠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카바디’는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2003년 부산에서 첫 도입된 이래 10년 만에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카바디 남자 국가대표팀이 은메달을 따내는 장족의 발전을 했다.

 또 9명의 남자 선수가 인도 카바디팀에 각각 프로선수로 초청되는 등 한국 남자 카바디 선수들이 카바디 본고장인 인도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이장군 선수(27)는 2014년 인도 리그에 진출해 지난 시즌에는 3번째 높은 연봉(1억 1000만 원)을 받는 최정상급 선수가 됐다.

 이장군 선수가 인도의 거리에 나서면 몰려든 팬들로 일대가 마비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조재호 카바디 국가대표팀 감독.
조재호 카바디 국가대표팀 감독.

국내 카바디 도입 10년 만에 한국을 카바디 강국으로 만든 인물은 조재호 카바디 국가대표팀 감독(58)이다.

 조 감독은 지난 2002년 6월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 때 조직위원회 카바디 경기운영본부 국제협력관을 맡으면서 카바디를 접했다.

 당시 국내에는 전혀 소개되지 않은 생소한 카바디 경기를 부산에서 치르기 위해 실무진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조 감독과 부산아시안게임 카바디 경기 운영위 실무진들은 인도 현지를 방문해 처음으로 카바디 경기를 관람하는 기회를 얻었다.

 경기를 지켜본 조 감독과 실무진들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마치 우리의 술래잡기 같은 경기에 놀랐으며 카바디의 탄생과정과 경기로 체계화한 인도의 저력에 놀랐다.

 조 감독은 “유도 선수로 일본에 유도유학을 간 적이 있었다. 일본씨름인 ‘스모’를 이해하면 일본문화를 이해한다고 해도 무방하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역시 ‘카바디’를 이해하면 인도와 인도문화를 이해한다고 할 수 있다”며 “카바디 속에는 인도의 정신과 인도 문화ㆍ풍습이 모두 담겨 있는 가장 인도적인 운동이다”고 말했다.

2018 두바이 4개국 초청 카바디 대회에 참가한 한국 카바디 선수단. / 정재호 감독
2018 두바이 4개국 초청 카바디 대회에 참가한 한국 카바디 선수단. / 정재호 감독

카바디 경기는 원래 땅 위에서 경기를 했으나 부산아시안게임 때부터 매트 위에서 하는 실내스포츠로 변화시키는 업적도 이뤄냈다.

 부산아시안게임 때 비가 오자 실무진들은 동명대학교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르게 하면서 세계 최초 카바디 실내경기의 효시가 됐다.

 7명의 선수가 한 팀이 돼 길이 12.5m 폭 6.25m 크기의 경기장에서 수비진영으로 넘어온 상대 팀 공격수 1명을 막는 지극히 간단할 것 같은 카바디 경기에는 인도 요가처럼 호흡은 물론 강인한 근육을 수반하는 순발력과 지구력, 경기운영의 지혜(머리싸움)가 담겨져 있다.

 술래잡기와 공 없이 하는 피구, 격투기를 섞어 놓은 듯한 카바디는 씨름 선수 못지않은 터질듯한 두께의 선수들의 허벅지에서 운동의 강도를 엿볼 수 있다.

 조 감독은 “공격수는 공격하는 30초 동안 숨을 참은 채 쉬지 않고 ‘카바디’를 외쳐야 한다”며 “이는 내쉬는 숨인 날숨만으로 돼 있는 구호로 튼튼한 폐활량이 아니면 버티기 힘들다. 이 때문에 단지 뛰고 달리는 동작만 있는 운동이 아닌 헬스를 연상케 하는 유산소적 운동요소에다 수비수는 수비수를 터치 후 자기진영으로 달아나는 공격수를 사력을 다해 잡아야 하는 격투기 요소까지 충실히 담겨져 있는 운동이다”고 덧붙였다.

 조 감독이 발탁한 이장군 선수 역시 고교 시절 조정을 하다 체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동아대학교에서 우연히 ‘카바디’를 만나 카바디에 입문했다.

 이 선수는 종주국인 인도 카바디 실업팀에 스카우트 돼 인도에서는 대통령은 몰라도 ‘장군리’는 다 아는 국민 스타로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인도에서 카바디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1일 부산시 하단동 동아대학교 체육관에는 동아대와 동의대, 남서울대, 중부대, 관동대, 동부산대, 세한대 등 8개 대학의 남녀선수들이 코치의 지도로 이장군 선수와 함께 ‘카바디’를 외치며 훈련에 땀을 흘리고 있다.

 조 감독은 오는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대표팀은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자대표팀은 지난해 8월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가루다 극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카바디 경기 남자결승에서 이란에게 15대 26으로 패해 은메달에 그쳤다.

 남자 국가대표팀은 세계 4강에 들어 있으나 여자대표팀은 지난 2016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에 그쳐 오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입상권이 목표이다.

 조 감독은 대한민국 카바디 대표팀의 2022년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목표와 함께 올해 북한에 카바디를 알리는 일을 도모하고 있다.

 조 감독은 “카바디는 지구상 유일하게 선수끼리 손을 잡고 하는 운동이다. 남북평화의 상징이 손을 잡는 것처럼 카바디 경기를 통해 손을 잡고 경기를 펼치는 화합의 정신을 북한에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카바디 국가대표팀. / 정재호 감독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카바디 국가대표팀. / 정재호 감독

이를 위해 초등학교 카바디팀의 북한 시범경기 등 다양한 방법의 카바디 교류를 구상하고 있다.

 조 감독은 “야구는 300시간을 배워야 게임을 할 수 있지만 카바디는 불과 2시간만 배우면 된다”며 “이 때문에 초등학생들에게도 안성맞춤인 운동이다”고 밝혔다.

 남북 노동자 축구, 세계사격대회, 오는 4월 평양에서 열리는 평양국제마라톤대회에 창원시민과 허성무 창원시장이 평화의 주자로 뛰게 되는 등 창원통일마라톤대회와의 협력 등 남북 스포츠 교류가 활발한 창원 등 부산경남지역에서 카바디 남북교류를 모색하고 있다.

 조 감독은 “남북평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북한 동포들과 손을 잡고 할 수 있는 종목이 카바디이다”며 “카바디 남북교류 성사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성원을 보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카바디 도입 50년이 되는 일본에 비해 도입 10년 만에 한국 카바디 국가대표팀이 세계 4강의 반열에 올린 뚝심의 지도자인 조 감독은 고교와 대학에서 유도선수로 활약한 스포츠맨이다.

 조 감독은 동아대 체육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 대학원 석ㆍ박사를 취득했으며 대학교수, 유도와 카바디에 각각 1급 심판과 지도자 자격을 갖고 있다.

 조 감독은 4000년 전 부처님도 즐겨한 지구상 가장 오래된 스포츠인 카바디 국내 보급을 위해 만나는 사람마다 의성어인 ‘카바디’를 외쳐 보라고 권한다.

 애초 ‘두두’ ‘와와’에서 ‘카바디(숨을 참는다는 뜻으로 힌두어에서 유래됐다고도 한다)’로 변화된 의성어는 호흡을 통한 내공강화의 효과가 있는 훌륭한 호흡법이기도 하다며 카바디 예찬과 보급에 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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