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딜레마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딜레마
  • 김명일 기자
  • 승인 2019.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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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일 편집부국장
김명일 편집부국장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처지에 놓였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놓고 찬ㆍ반 양측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애꿎은 아이들까지 학생인권조례 반대 집회에 나섰다. 초등학생이 포함된 경남 학생 48명이 지난달 23일 경남도의회 앞에서 열린 학생인권조례 제정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이 학생들은 도의원 48명 전원에게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손편지를 썼다. 어린 학생들은 낭송식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등 순수함이 묻어났다. 교육에는 보수, 진보가 없다고 했는데 학생들도 보수, 진보로 구분해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반대 측의 조례안 폐지 요구가 거세다. 반대 측은 지난달 혈서, 삭발, 조례 제정 반대 손편지 전달식 등으로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반대 측은 조례안이 지나치게 학생권리만 강조하고 책임과 의무는 등한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조례안 제2장의 학생 인권, 제16조 차별 금지, 학생은 성 정체성, 성적 지향, 종교, 출신 국가, 장애,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독소 조항이라 지적한다. 이는 "동성애를 지지하고 미성년 학생의 임신과 출산이 허용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이는 "일반적인 학생이 무분별한 성생활로 인해 아기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고 묻는다.


 반면, 찬성 측은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은 학생이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최소한의 선언이라고 주장한다. 조례안 제정을 촉구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여전히 학생에 대한 폭력과 인권침해가 끊이지 않고, 고통이 실재하기 때문에 학교에 더 인권적인 조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성 소수자 학생은 "학생인권조례안에서 저에게 크게 다가왔던 부분은 제16조의 `차별의 금지` 였다"며 "처음 조례안이 발표됐을 때 16조의 "성 정체성,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을 저는 몇 번이고 읽어 봤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청에서 직접 성 소수자를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믿기지 않기도 했고, 비록 한 줄의 문구지만 저에게는 아주 큰 의미로 다가왔다"며 "원안 훼손 없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교육청 입장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넘어야 할 산`이다. 박종훈 교육감 2기 주요 교육정책은 민주적인 학교문화 조성, 미래역량을 키우는 수업 혁신 등이다. 도교육청은 미래인재를 육성하고 민주적인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종훈 교육감은 도의회 본회의에서 "민주주의를 교육하고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학교는 민주적인 절차가 지켜지고, 인권 친화적 문화가 숨 쉬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학생인권조례는 미래 역량을 갖춰 자신감 있고, 당당한 모습으로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실현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라고 말했다. 최근 박종훈 교육감은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조례안 수정 의사를 밝혔다. 박 교육감은 "선출직 교육감으로 원안을 고수하고 싶은 사람들의 뜻대로 갈 수는 없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다"며 "원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부 조항을 수정, 보완해 조례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두고 진퇴양난에 빠진 교육청은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수정하지는 않겠다"고 하지만 원안을 어느 정도 수정할지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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