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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사이드’의 마이클을 사색하다
‘블라인드 사이드’의 마이클을 사색하다
  • 김성곤
  • 승인 2019.02.06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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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교육심리학 박사ㆍ독서치료전문가
김성곤 교육심리학 박사ㆍ독서치료전문가

존 리 행콕 감독의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 2009)는 미국 풋볼선수 마이클 오어의 삶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이 영화는 어머니 역할의 산드라 블록(리 앤 투오이)과 미국 풋볼선수 마이클 오어의 일생을 각각 다른 시각으로 조명해 볼 수 있는데 착한부자 리 앤 못지않게 훌륭한 마이클의 삶을 사색하고자 한다.

 추수감사절 하루 전 추운 겨울밤 갈 곳 없었던 마이클은 리 앤의 도움으로 리 앤의 집에서 하룻밤을 신세 지게 되고, 아침 일찍 자신의 낡은 티셔츠를 넣은 비닐을 손에 들고 리 앤의 집을 스스로 나선다. 마이클은 하룻밤 신세를 졌지만 그 집에 눌러 붙어서 그저 얻어먹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가난하지만 자존심을 버리지 않았고 이런 마이클의 삶에 대한 자세는 훗날 그를 전미 풋볼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하게 했다.

 리 앤이 처음부터 마이클을 믿었던 것은 아니다. 그를 집에 들인 첫날 밤 “뭘 훔쳐 가진 않겠지”라며 그를 의심하기도 하는데 정직한 마이클의 모습에서 마음을 점점 열게 되고 그를 가족으로까지 받아들이게 된다. 마이클은 리 앤으로부터 도움을 받되 그저 받는 것에 대한 거룩한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여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마이클과 리 앤도 대학입학 문제로 갈등을 겪고 마이클은 어릴 때 자라던 동네로 돌아가게 됐다. 마이클을 찾아간 리 앤, 마이클이 살던 동네와 사람들을 둘러 본 그녀는 마이클에게 “어떻게 이곳에서 견뎠니?”라고 질문했고 마이클은 나쁜 것이 지나갈 때 “눈을 감았다”라고 했다.

 마약중독자였던 마이클의 엄마는 마이클과 강제로 분리됐는데, 마이클은 엄마를 추억하며 “엄마가 마약 같은 나쁜 짓은 못 보게 했어요.” 나쁜 일이 다 지나가고, 엄마가 하나, 둘, 셋을 외치면 그때 눈을 뜨게 했고 “힘든 것은 지나갔어! 세상은 좋은 곳이야 다 잘 될 거야”라고 마이클에게 말 했다는 것이다. 마이클의 엄마가 마약 중독자이긴 했지만 마이클을 사랑했고 자녀에게 나름의 최선을 다한 것을 알 수 있다.

 어릴 때 아이들 교육은 모델링 교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되고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어른이 모델이 돼 보여주는 교육이 효과가 뛰어나다. 교사, 부모, 친구…. 아이들은 타인들의 행동을 관찰한 후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인사해라”고 말하지 않아도 어른들을 만나면 인사하는 부모나 교사를 보고 아이들은 인사하는 것을 배우며 실천한다. 아이들은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배운 교육을 가장 오래 기억하고 실천하게 된다. 그래서 나 또한 우리 아이들이 가장 두렵다. 같이 있는 시간만큼 나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할 테니까, 그리고 눈이라는 CCTV로 모든 행동을 녹화하며 기억의 창고에 저장할 테니까!서류가 없어서 정확한 나이도 모르고 IQ가 80, 아버지는 다리에서 의문의 추락사 했고 엄마는 마약중독이며 가족과는 연락조차 안 되고 신분증이 없어 신분증으로 사용하려고 운전면허증을 따고 싶어 했던 마이클! 그러나 천성이 순해서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먼로 리프, 로버트 로슨,1998, 비룡소)에 비유되던 아이, 경기 중에도 상대가 다칠까 봐 겁을 내는 아이! 마이클은 세상과 맞서 성실하게 그의 삶을 하루하루 살아냈다.

 마이클과 함께 운동을 시작했지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갱단에 들어가 21살 자신의 생일에 동네 갱단 싸움에서 목숨을 잃은 데이빗! 영화 속 두 사람의 삶은 대비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신문에 실린 데이빗의 소식을 접하며 “내 아들 마이클도 그렇게 될 뻔 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라는 리 앤의 고백을 통해 삶에 있어 선택의 중요성을 가슴깊이 느꼈다.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아이들의 소중함을 새삼 절실히 느낀다. 소중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부모가 사회가 함께 따뜻한 시선을 모아야 할 때다.

 마이클은 “명예야말로 사람을 움직이는 진정한 원동력이고 그것은 진정한 자신이다. 또한 의미 있는 목표를 위해 죽는다면 명예와 용기를 모두 갖게 된다는 점이 좋다”라고 그가 어떻게 명예롭게 살아가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마이클이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기까지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입학사정관들 앞에서 “용감한 애”라고 말했던 마이클의 운동 코치와 이해력이 있다며 다른 교사들을 설득했던 담임교사 그리고 어머니 리 앤과 가족들의 도움은 마이클에게 엄청난 힘을 주었다. 그러나 마이클이 성공하기까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성실한 삶의 자세와 정직하고 다른 이를 배려할 줄 아는 순한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결코 성공은 운이 좋아서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고 나 또한 스스로에게 가장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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