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가 쇠퇴할 때
한 나라가 쇠퇴할 때
  • 오태영 사회부장
  • 승인 2018.12.0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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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영 사회부장
오태영 사회부장

 세계역사를 보면 한 국가가 쇠퇴할 때 나타나는 징조가 있다. 귀족을 위시한 기득권계층의 도덕적 타락, 지배 엘리트층의 부패와 무능, 민심의 이반과 내부분열, 이를 틈 탄 외세의 침범 등이 나타난다. 반면 국가의 성립 시기나 팽창기에는 비전으로 무장한 강력한 군주와 유능한 엘리트집단이 나타난다. 백성들은 헌신적인 지배층을 믿고 갖은 고난도 기꺼이 감수한다. 먼 역사를 돌아다볼 필요도 없이 미국만 봐도 알 수 있다. 세계의 인종이 다 몰려 있는 미국이 오늘날과 같이 급변하는 시대에서 반세기 이상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바탕에는 자신들이 일궈온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포용력, 끊임없이 수혈되는 유능한 인재, 출신을 불문한 애국심이 있다. 건국 시절의 개척자 정신이 오늘까지도 도전정신으로 계승되고 있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학벌과 출신보다는 능력을 가장 중시하는 문화, 엄정한 법질서라는 토대가 없었다면 아마도 이런 것들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더 주목할 부분은 사회적 명성을 가진 자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자신들의 책무로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지배층이 사회에 대한 책무를 마치 경쟁이나 하듯 했던 로마제국의 전성기 시절을 현재의 미국은 보여준다.

 이런 면에서 현재 우리의 경우는 매우 참담하다. 정치는 국민이 아닌 정파적 이해 차원에서 이뤄진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과거 파헤치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미래에 대한 담론은 실종됐다. 코드인사로 국가권력이 일부 그룹에 집중되면서 피드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형국이다. 국가운영에 균형감이 보이지 않는다. 사법농단이라는 꼬리표에 사법부가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이다. 일부 그룹이 사법부를 장악하면서 사법부 내 하나회가 득세한다. 사법부가 중심을 못 잡고 시류에 난파선처럼 흔들리고 있다. 우리 사회 정의의 최후 보루라는 믿음도 무너지고 있다. 국민의 편에 선 언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권력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인상마저 짙다. 지난 과거 역사에 대한 자부심도 훼손되고 일그러졌다. 과거에 대한 부정이 일부에 의해 마치 유행병처럼 전파되고 있다. 비전은 보이지 않고 투쟁만이 득세한다. 이러다 보니 잘나가는 나라의 특징인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자부심은 설 자리를 잃었다.


 문제는 권력층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의 갑질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온다. 갑질이 이미 체질화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들의 갑질 횡포를 보면 갑질은 비단 힘 있는 자들만의 전유물은 아닌듯하다. 노조, 일반인 할 것 없이 준법정신은 오히려 퇴보하고 내 앞의 이익만 추구한다. 이러니 사회가 포용력을 잃어간다. 일부 대기업 노조가 직장 대물림을 하더니 이제는 채용 비리까지 만연한다. 정치색으로 국민이 갈라지면서 철 지난 이념투쟁도 여전하다. 국민들 간에 적대감만 커져간다고 하면 기우인가. TV를 보면 병역면제가 마치 로또를 맞은 것처럼 기쁜 일이 되고 있다. 일부이긴 하겠으나 대놓고 기뻐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 애국심이라는 게 얼마나 남아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건강한 사회라면 병역면제는 화장실에서나 기뻐해야 할 일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언급하기에는 민망한 정도다. 나랏일을 하는 고위직에 임명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가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혐의를 받는다. 우리 사회 주도층의 숨겨진 도덕성을 짐작하게 한다. 이러니 국민들이 사회주도층을 불신한다. 자신의 위치에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려고 노력하는 드러나지 않은 많은 이들의 노고가 민망해질 정도다. 미래에 대한 담론이 사라지고 무한이기주의가 팽배하는 사회는 쇠퇴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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