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복지
공간복지
  • 오태영 사회부장
  • 승인 2018.10.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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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장

 흔히 복지하면 대개 기초연금, 의료혜택, 무상보육과 같은 금전적 수혜와 경로당, 복지관과 같은 공공인프라를 떠올린다. 그러나 도로, 공원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은 복지라는 개념에서 생각하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은퇴한 노인들은 그다지 갈 곳이 없다. 많은 시간을 집에서만 보내기는 어렵다. 그래서 집 밖이라도 나서면 어디로 갈까 여간 고민이 아니다. 갈 곳이 없다. 돈 안 들고 갈 수 있는 곳이라곤 복지관이나 공원, 도서관 등 몇 곳 안 된다. 그나마 차를 타고 멀리까지 가야 한다. 웬만큼 부지런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다. 산보를 하려 해도 걷기 좋은 길은 그다지 없다.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길이 거의 대다수다. 창원에는 생태하천복원사업으로 낸 산책길이 있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도내 많은 도시에서 산책을 즐길 만 한 안전한 길은 찾기 어렵다. 있다고 해도 접근성이 문제다. 가까이에 있는 주민들이야 이용하기 편하다 해도 절대다수에게는 남의 집 이야기일 뿐이다. 공원을 가려고 해도 대개가 산에 있고 그렇지 않다 해도 걸어서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곳에 있다. 공원을 만들 때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이라는 측면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사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공원이 있다 해도 즐길 공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좁게 낸 길 외에는 사람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잔디를 보호하려고 출입이 금지돼 있다. 가봐야 앉을 벤치가 없거나 몇 개 되지 않는다. 사람을 위한 공원이라기보다 공원을 위한 공원이라는 인상이 짙다.

 비단 은퇴자만의 고민은 아니다. 주말에 가까운 밖에 나가 바람이라도 쐬려면 차를 타지 않고는 갈만한 데가 없다. 그래서 주말만 되면 도로가 차로 붐빈다. 많은 시간과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그것도 고생을 감수해야 주말을 즐길 수 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그들만이 어울려 놀 공간은 거의 없다. 청소년을 위한 공간, 그들이 끼를 발산할 공간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싼 돈을 주고 커피숍을 찾고, 학생들은 PC방을 찾는다. 그게 싫으면 집 TV 앞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주말을 보내기 좋은 시설이지만 경남에서 이런 호사를 누릴만한 여지가 있는 도민은 거의 없다. 앞서 말한 대로 접근성이 떨어지고 가봐야 고만고만하기 때문이다. 시간과 돈을 들여 먼 곳까지 가 쉴 곳을 찾는다 해도 돈 들이지 않고 보낼 공간은 별로 없다. 음식점, 펜션들이 독차지해 계곡물에 발을 담그기도 쉽지 않다. 가까운 도심이나 외곽 모두 돈 들이지 않고는 쉴 곳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주변의 자연과 공공시설을 복지라는 개념에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계곡과 같은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은 사람이 쉴 공간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음식점, 커피숍, 펜션이 독차지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곤란하다. 천혜의 경관이면 뭐하나, 좋은 곳은 상업 시설이 점령했는데. 인도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 돼야 한다. 길을 가다 앉아 쉴 수 있도록 지붕이 있는 벤치를 만들고 휴지통을 비치해야 한다. 지금의 인도는 벤치도 쓰레기통도 거의 없다. 그냥 지나가는 길이지 사람이 쉬는 공간에 대한 배려는 없다. 고령자들은 길을 걷다 힘들어도 앉을 자리조차 없다. 공원도 사람이 뛰고 자리를 펴고 누울 수 있는 공간으로 재창조해야 한다. 산에만 둘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중심으로 공원을 옮겨 와야 한다. 사람이 찾지 않는 산에다 선만 그어놓고는 공원개발이 안 되니 민간특례개발이라는 독배를 마시는 우를 범하지 않아도 된다. 도서관도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도록 배치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인프라를 사람이 이용하는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공간복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돼야 한다. 돈이 없어도 집밖에만 가면 쉴 곳이 넘쳐나는 도시는 어쩌면 무상보육, 무상의료만큼이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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