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저항
시장의 저항
  • 오태영 사회부장
  • 승인 2018.10.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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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장

 정부의 가장 우선적 역할은 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외침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데 있다.

 경쟁이 평등하고 공정하고 진행될 수 있도록 시장을 감시하고 게임의 룰을 정비하는 것도 중요한 책무다. 시장이 참여하지 않거나 하기 어려운 공공 부분에 투자하고 관리하는 것도 현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누구로부터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것인가에 대한 정의도 새롭게 수정됐다. 단지 범죄로부터 만이 아닌 정부로부터도 재산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졌다.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이나 정책으로부터 개인의 재산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는 것도 자본주의 진행 과정에서 중요한 일임이 경험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갈수록 정부의 역할이 커지고 이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커지면서 정부 역할의 한계와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고민과 걱정도 생겼다.

 현 정부 들어 진행되고 있는 몇 가지 정책들을 보면 이런 걱정이 안 들 수 없다.

 우선 공공 부분 일자리 정책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인 이 정책은 민간일자리가 기대만큼 생겨나지 않으니 세금을 들여서 공무원 17만 명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계획대로 할 경우 이들의 연봉과 30년간 받을 연금을 감안하면 연간 수십조 원이 든다.

 인구가 줄어들 미래의 부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의 자원 배분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 사회의 특권 계층화한 공무원들을 세금으로 늘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철밥통 공무원이 늘어가면 일자리 시장은 왜곡되고 민간 부분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올해 늘어난 공무원은 2만 7천명, 이 중에는 학생 수가 줄어드는데도 거꾸로 늘어난 교사가 포함돼 있다. 다른 일자리 정책도 사실상 세금살포와 다름없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니 각종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런 식의 일자리가 오래 유지될 수는 없다.

 기업은 경쟁력이 생명인데 수액으로 얼마나 가겠는가. 이런 식의 세금 살포라면 차라리 4대강 사업처럼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공공사업을 하는 것이 낫다. 정부는 1년 6개월 동안 54조 원을 들였으나 고용이 3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낙동강살리기 사업은 추정치이긴 하나 7조 6천억 원을 들여 11만 5천개의 일자리를 창출(지난 2009년 건설산업연구원, 전남발전연구원 분석)했다.

 소득 주도 성장정책이 낳은 최저임금 인상도 일자리 공황만 불러왔다. 일자리를 나누자고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도 임금감소와 기업의 경영 부담만 낳는 꼴이 됐다.

 부동산정책도 문제다. 정책의 초점이 집값 잡기에만 맞춰져 있다 보니 효과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나 부동산값이 오르는 곳은 있다. 자고 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수도권도 서울만 그렇지 외곽도시는 그렇지 않다.

 그런데 아파트의 고급 여부와 관계없이 전국을 획일적으로 규제하다 보니 부작용만 생긴다. 부자들의 부동산 욕심까지 정부가 규제할 이유는 따지고 보면 없다. 서민들의 주거 부담이 필요 없이 상승하는 것만 막으면 된다.

 부동산은 철저히 돈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재벌개혁이라는 것도 선을 넘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갑질, 부당한 내부거래 등 재벌의 횡포를 막고 감시하면 될 일이지,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등 민간기업의 게임 룰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른 방향이다.

 이런 정책들이 목표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데서 나온다. 시장은 힘으로 이기려고 해서 가능할 일이 애당초 아닌데 누가 이기나 보자는 식으로 덤벼드니 생기는 참사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경쟁이 공정하도록 관리하면서 그 과실이 공평하게 배분되도록 관리하는 것으로 정부의 역할은 끝나야 한다.

 시장에 직접 개입하고 시장을 지배하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역할 범위 밖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내갈 길을 가겠다고 고집한다. 그 배경에는 기업과 재벌, 시장에 대한 뿌리 깊은 거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기성질서는 악이고 촛불 개혁 세력은 선하다는 확고한 믿음이 엿보인다. 어느 시대나 부조리는 있고 선과 악이 공존하게 마련이다.

 시장이라는 것은 무한욕심이 부딪히고 절충해서 만들어지는 생존의 게임장이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이기적 활동이 사회 전체의 자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시장의 실패가 민간에 대한 정부의 무한개입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정부가 선한 의도를 가졌다고 그대로 움직여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에서 시장이 저항하고 있음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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