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事求是(실사구시)만이 살길이다
實事求是(실사구시)만이 살길이다
  • 오태영 사회부장
  • 승인 2018.08.16 2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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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장

 광복절을 맞아 8월 15일이 일제에서 해방을 기념하는 날인지 대한민국 정부 수립 기념일인지 논란이 뜨거웠다. 논란의 저 깊은 곳에는 대한민국 출범의 정통성과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도사리고 있다.

 광복절을 일제 해방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은 외세에 의한 비자주적 건국으로 본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부라는 등식이 연결된다.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이 광복절을 일제 해방 기념일로 생각하지만 지난 1948년 정부 수립 당시에는 8월 15일이 독립기념일이었다. 국회 통과과정에서 광복절이라고 이름이 바뀌긴 했지만 1945년 8월 15일과 달리 미 군정에서 벗어나 한민족이 스스로 통치하는 완전한 독립을 기념하는 날이었던 것이 당시의 팩트다. 그러던 것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광복절은 일제에서의 해방을 기념하는 날로 변질됐다.

 이 논란의 출발점은 급진 진보진영의 역사 인식에 있다. 80년대 민족해방(NL) 계열의 운동권은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의 뿌리를 일제 부역자들과 손잡은 이승만 정권의 탄생에서 찾는다. 이들에게는 대한민국의 자본주의는 친일파에서 시작해 개발독재로 연결되는 천민자본주의일 뿐이고 대한민국은 미국의 속국이다. 정의가 사라지고 기회주의가 득실대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들의 진단은 이래서 나온다.

 좌파가 그토록 부르짖는 미군 철수, 종전선언, 평화체제 구축은 이런 인식의 당연한 귀결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을 지난 1948년이 아닌 1919년 임시정부에서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 정부의 적폐청산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 한다.

 일제를 깨끗이 청산하지 못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우리의 과오다. 그것이 낳은 부조리와 모순도 적지 않다. 친일파 재산문제,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노동자 문제가 아직도 남아있다. 그러나 70년이 더 지난 지금에 아직도 이 문제에 매달릴 정도로 우리의 처지가 한가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고 미군 철수, 평화체제 구축을 주장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알고 싶다. 그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해 지난 1948년 건국했다고 하면 그토록 안 될 일인지 묻고 싶다.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를 가져오는 것인지도 묻고 싶다. 어째서 철 지난 이념에 대한민국의 발목이 잡혀 있어야 하는 지도 대답을 듣고 싶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가 과거와의 단절에만 있는 것인지도 알고 싶다. 그들이 바라는 세상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중국을 보면 놀라운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주요 명산마다 굴을 뚫고 가파른 계단을 만들고 에스컬레이터를 만들어 놨다. 그 힘든 역사의 과정에서 숱한 인권유린의 어두운 과거가 묻혀있는 것은 별개로 하더라도 일단은 놀랍다. 발상이 놀랍고, 실용주의가 놀랍다. 우리나라 같으면 아마도 꿈도 못 꿀 일이다. 고양이가 검으면 어떻고 희면 어떠냐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하는 중국의 실용주의는 우리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단시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오랜 실용주의 DNA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우리는 조선 500년이 명분만을 찾다 숱한 외침을 당하고 결국은 망했다고들 한다.

 현재 우리는 어떤가. 급진 진보진영의 역사 인식이 우리에게 어떤 이익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분명한 것은 중국처럼 유연한 사고는 아니라는 것이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가 명분과 이념에 사로잡혀 있기에는 너무 사치스럽지 않은가. 실사구시적 실용주의에 동의하기가 이토록 어려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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