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8:48 (토)
자전거와 손녀
자전거와 손녀
  • 김병기 경감
  • 승인 2018.07.1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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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경감

  한 달 전 주말에 생긴 일이다. 해반천에서 자전거를 끌고 오는 아내와 손녀를 우연히 만났다. 아내는 손녀를 자전거에 태우기에는 불안하다며 걷고 있었다. 자전거 짐받이에는 유아 안장이 없었다. 위험하다는 생각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어서 손녀를 자전거에 태워주기로 결심했다.

 전주대에 꼽힌 신문 한 부를 뽑아 짐받이에 깔고는 손녀를 태웠다. 울퉁불퉁한 도로를 지날 때 조금이나마 엉덩이가 아프지 않도록 한 것이다. 거북공원을 두 바퀴 돌면서 "우리 손녀 내년에 학교 가니까 안장 없이도 잘 타네, 다리 조심하고"라 말하자 "할아버지 저 이제 잘 타죠"라는 대답과 함께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급히 자전거를 세우고 손녀를 살폈다.

 여름철이라 샌들을 신은 것이 화근이었다. 7살 손녀의 오른쪽 발이 자전거 뒷바퀴 지지대에 꼈다. 급히 자전거 바퀴를 뒤쪽으로 돌려 발을 빼내자 샌들 뒤축이 떨어졌고 양말에 피가 스며들었다. 놀라서 양발을 벗겨보니 발뒤꿈치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손녀는 울고 아내도 울먹였다.

 마침 병원에 다니는 딸이 집에 있어 손녀를 응급실로 보냈다. 괜찮길 바라며 불안해하다 보니 오후가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다. 이어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행히 아킬레스는 건드리지 않아 봉합이 잘됐고 반깁스를 했다"고. 그제야 놀란 마음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탔던 자전거, 체육대회 종목인 10m 천천히 달리기와 1㎞ 빨리 달리기에 참여해 우승까지 했다. 지금껏 자전거를 타면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 자전거를 버릴 수도 없고. 손녀를 다치게 한 탓에 사위에게 할 말이 없어 애써 모른척 했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저녁에 만난 손녀에게 "많이 아팠지"라 말하니 반깁스한 다리를 쭉 펴면서 이제는 아프지 않다며 안겼다. 그때 어린이집에 다니는 둘째 손녀가 말을 건다. "할아버지, 언니가 주사 맞고 막 울었어요"라고 말하면서 퍼즐을 가져와 같이 하자고 했다.

 병원은 보름치 약을 주면서 많이 움직이지 말고 상처 소독을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손녀는 유치원에 가지 않았다. 평소 할머니를 잘 따라 온종일 붙어 지냈다. 유치원 친구보다 할머니와 읽는 책이 재미있고 반찬 장만에도 흥미를 보탠다. 잘못은 내가 하고 아내가 고생을 했다.

 장마에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봉합한 실을 제거하기 위해 사위가 휴가를 냈다. 병원에서 손녀의 상처가 덧나 꿰맨 곳을 열어 다시 수술했다. 겁에 질린 손녀가 숨을 몰아쉬면서 울었다. 소식을 들은 형은 "병원에서 잘못한 것이 아닌지, 의료사고다"라고 불평한다.

 손녀는 많이 움직이지 않기 위해 입원을 해야 했다. 간호는 아내와 딸이 번갈아 했고 둘째 손녀 어린이집은 내가 맡았다. 그렇게 다시 보름을 긴장 속에 살았고 독한 주사를 손녀는 잘 견뎠다.

 봉합한 실을 풀고 집에 돌아온 손녀가 집 근처 파란공원에 가자고 한다. 한 달을 걷지 못한 탓으로 걸음걸이가 신통치 않아 유아 안장을 채우자 서로 먼저라며 응석이다.

 만약 유아 안장을 채웠다면 큰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자전거를 잘 탄다고 자부했지만 사고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안전만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한 달 전 그날은 안전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혹독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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