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 오수진
  • 승인 2018.06.2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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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수진(사)경남수렵인 참여연대 회장

 ‘개(犬)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이 말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즐겨 사용하는 말이다.

 홍 전 대표 또한 ‘내가 정치를 하면서 즐겨 사용하고, 좋아하는 말이다. 누가 무어라고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내 갈 길을 간다’는 의미라고 밝히고 있다.


 홍 전 대표는 경남도지사 시절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을 향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말한 바 있고, 경남도의회 여영국 의원을 향해서도 그런 말을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조치에 반발하는 친박계 의원들을 향해서도 그런 말을 하는 등 홍 대표가 하는 일에 반대만 하면, 내편 네편 가리지 않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을 하곤 했다.

 지난달 한국당의 전 원내대표였던 정우택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방선거 앞으로 보름 이대로는 안 된다. 당 지도부는 끝없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당 지지율에 책임을 지고, 백의종군할 것을 호소한다’고 했다.

 이에 발끈한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기들이 망쳐 놓은 당을 살려 놓으니 선거를 불과 보름 앞두고 대표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분란을 일으켜 지방선거를 망치게 하고 그 책임을 나에게 돌려 물러나게 하려는 심보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여기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개는 홍 전 대표가 하는 일에 반대하는 상대방이 되고 홍 전 대표는 이를 무시하고 힘차게 달리는 기차가 되는 것인데, 이 말이 비유화법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을 개에 비유해 말하는 것은 국가 지도자의 언어가 아니라 자신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막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자살, 찌라씨, 빨갱이, 바퀴벌레, 연탄가스, 암 덩어리, 고름 등의 수없이 많은 악담(惡談)을 해 놓고 항상 팩트(Fact)라고 한다.

 어떤 분은 김영삼 전 대통령 또한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왜 김 전 대통령이 이 말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고, 홍 전 대표가 이 말을 하면 문제가 되는가? 하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을 사용한 것은 군사독재정권을 향한 저항의 말이지만,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모든 영역이 민주화된 오늘 자신이 하는 일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독설(毒舌)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암울했던 군사독재정권은 인권도 민주도 없이 탄압받던 시절이기 때문에 ‘너희들이 아무리 막아도 민주주의를 향한 나의 열정은 막을 수가 없다’는 저항과 울분(鬱憤)의 언어라고 할 수 있지만, 민주화된 오늘날 이런 말을 쓸 수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는 말의 성찬이라고 했는데 적정하고, 품위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그 여론을 당 운영에 반영해야 할 당 대표가 ‘네가 무어라고 하더라도 내 길을 간다’는 것은 심각한 불통(不通)이 되고, 당내 인사라 하더라도 자기가 하는 일에 반대하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말하는 것은 사리 분별 못하는 철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 된다.

 어떻게 홍 전 대표가 하는 일은 절대 선이고, 다른 사람들의 주장은 절대 악이라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홍 전 대표가 살려놓았다고 자랑하던 자유한국당은 지난 6ㆍ13 지방선거에서 몰락하므로, 그가 타고 가야 할 기차는 애석하게도 떠나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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