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담긴 제비뽑기하는 심정으로
신뢰가 담긴 제비뽑기하는 심정으로
  • 류한열 논설실장
  • 승인 2018.06.07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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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이번 선거판을 짓누르고 있어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표가 흘러들어갈
공산이 크다는 데
문제가 있다.
▲ 류한열 논설실장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제도만큼 멋진 제도를 찾기 힘들다. 지방선거 운동이 한창인 지금, 온갖 흑색 선전이 난무하는 가운데 한 후보가 상대 후보를 한 방에 보내기 위해 ‘비수’를 찔러도 일단 선거결과가 나오면 모든 게 평정된다. 선거결과는 유권자의 한 표가 모여 거대한 힘을 내기 때문에 선거 과정에 큰 오점이 없으면 순응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국민들을 ‘공공의 광장’으로 나오게 하는 힘이 선거에 있다. 공공의 광장에서 잡다한 의견을 교환하고 대립해도 그 광장에서 나온 결과에 따라 제한된 기간에 권력을 잡는다.

 오늘부터 6ㆍ13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한다. 한 표를 더 얻기 위해 지방선거 후보들이 길거리에서 굽신거리는 모습에서 유권자들은 여러 생각을 한다. ‘권력이 좋기는 좋구나’, ‘지금이야 저렇게 고개를 숙여도 나중엔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다닐 걸’, ‘4년 동안 위세를 떨기 위해 고생하는구만’ 등등. 실제 유권자가 길거리에서 손을 내미는 후보를 보면서 진정성을 읽기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 후보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되고 시ㆍ군의원이 된 후 얼굴색을 바꾼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국가에서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의 일꾼을 뽑을 때 선거를 대체할 제도는 없다. 성경에 보면 지도자를 세우기 위해 제비뽑기를 했다. 유대인들은 제비뽑기를 하는 과정에 하나님의 뜻이 담겼다고 믿었기 때문에 제비뽑기를 야박한 방법이라고 몰아세우기도 어렵다. ‘그 후보가 그 후보겠지’라는 불신을 품고 마지못해 한 표를 던지는 투표행위보다 절대자를 향한 믿음이 담긴 제비뽑기가 나을지도 모른다. 지도자 한 명을 잘 세워서 나라가 부강하고 지방이 발전했다는 전설은 지금 통하지 않는다. 웬만하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내려 있다. 특별하게 뛰어난 인물이 있다는 말도 신화로 치부되고 있다. 선거에서 당선된 도지사나 시장, 군수가 잘 짜여진 지방자치단체 제도를 활용하고 자신의 이름만 내려는 유혹만 다스리면 별 문제가 없다. 치적을 쌓으려는 유혹에 넘어져 지방살림을 거덜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제도는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지 영특한 지도자의 힘에 따라 움직일 턱이 없다.

 지방선거 후보들은 당의 이름과 개인 이력 등으로 포장돼 있다. 사람됨은 깊숙이 숨어 있어 좀체 알 수 없다. 실제 지방행정을 보거나 지방의정을 나눌 때 사람 됨됨이가 큰 작용을 하지 않는다. 반복하지만 시스템에서 자신의 욕심을 빼고 대의를 좇는 양심만 있으면 훌륭한 리더가 된다. 하지만 양심을 좇는다는 게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지금 공공의 광장에 나온 후보들을 보면서 이상적인 가이드라인를 그릴 이유는 없다. ‘이상적’이라는 말에 모든 후보들은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야를 갈라 후보의 키를 재고 과거에 한 일을 보고 앞으로 일을 더 잘할 수 있다는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여러 겹의 가면을 쓴 후보들을 어떻게 좋은 후보와 나쁜 후보를 판단할 수 있을까?

 이번 지방선거판은 거대한 힘이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웬만한 저항을 해도 방향을 틀기 힘든 형세를 하고 있다. 잘못된 선거 여론 조사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든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런 말에 콧방귀를 뀌는 사람도 많다. 자칫 좋은 후보, 나쁜 후보가 당 색깔로 결정될 공산이 크다. 후보의 판단 기준에 당을 우선해야 한다는 말에는 설득력이 있다. 공당에서 인물을 가려 후보를 내었으니 속을 확률은 작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이번 선거판을 짓누르고 있어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표가 흘러들어갈 공산이 크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 당락을 제비뽑기로 결정하자고 하면 정신 나간 사람이다. 인물과 당의 신화를 벗어 놓고 후보의 얼굴에 나타나는 간절함을 보고 투표하면 어떨까? 이번 지방선거는 제대로 구도가 형성되지 못했다. 여당의 막강한 힘에 야당을 제대로 각을 세우지 못하고 분열까지 하고 있다. 후보들은 자신의 이름을 내고자 하는 욕심을 얼굴에 그리지만 그 가운데서 진정으로 일하고자 하는 간절함을 담은 후보를 찾으면 제비뽑기의 효과를 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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