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 잡고 걸어라
폼 잡고 걸어라
  • 경남매일
  • 승인 2018.05.2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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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 수필가

  커피숍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보다 강력한 제재를 한다고 한다. 법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국가적으로 독려하고 사업장에서 수용하고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플라스틱 제품이 남용되고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자 생겨난 자구책이다. 일단은 몇몇 매장에서 개인 컵을 가져 오면 10%를 할인해주는 것으로 소비자들에게 설득하고 확산시킬 모양이다.

 이런 혜택은 이달 말부터 확대되는데,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쓰면 음료값을 종류와 용량에 관계없이 300원씩 깎아준다. 또한 일회용 컵 사용량을 줄이기로 환경부와 협약을 맺은 20개 프랜차이즈 업체, 전국 1만 곳에 이르는 매장에서 음료값의 최대 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또 일회용 컵을 쓰면 일정 금액을 더 내고 컵을 반납해야만 이 돈을 되돌려 받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도 내년부터 의무화된다고 한다. 사실 일회용 컵의 남용이 환경은 물론, 거리 미화를 해치는 1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버스 정류소나 지하철역에는 커피나 음료를 마시고 버린 종이컵이 쓰레기통은 물론 그 주변까지 넘쳐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급기야 일회용 컵을 사용 자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니 보다 쾌적한 환경이 기대 된다.


 별 그림이 그려진 특정 브랜드의 컵은 하나의 패션처럼 여겨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햇살 부시고 바람 좋은 점심 식사 시간에 그 브랜드 로고가 찍힌 커피잔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멋지게 부각된다. 그래서 점심값보다 비싼 그 커피 집은 사람들로 바글바글 한지도 모른다. 컵뿐만 아니라 그 로고가 찍힌 다양한 소품은 젊은이들에게 핫한 아이템이다. 텀블러를 비롯해서 머그컵 등 다양한 상품들은 컬렉터들에게까지 반향을 일으킨다고 한다. 오죽하면 젊은이들이 집을 구할 때 그 커피집이 어디에 있는지도 중요한 조건이라니 달리 설명하지 않아도 알만하다.

 개인용 컵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게 번거롭고 쉽지도 않을 것이다. 어쩌면 10% 할인의 미끼는 별 효력을 일으키지 못할 지도 모른다. 또한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간편하기도 하고 폼 잡기도 더없이 좋은 그 아이템을 국가적으로 제재를 하는 것도 못마땅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한국인이 한 해 사용하는 일회용 컵이 257억 개이고, 플라스틱 소비는 세계 1위라니 부끄러운 일이다. 문제는 매장 내에선 종이든 플라스틱이든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돼 있는데도 누구도 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환경부가 재활용 촉진법을 개정해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시킨 것은 1994년이다.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시는 손님에게 일회용 컵을 제공하면 매장 면적에 따라 처음 적발 시 5만~50만 원, 1년간 세 차례 적발 시 30만~2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매기게 돼 있다. 하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또는 심각성에 대해 간과하면서 유명무실해져버린 것이다.

 이제 거리 풍경은 달라져야 한다. 어느 특정 브랜드의 로고가 찍힌 천편일률적인 컵 대신 각자의 취향이나 필요에 의한 개인 컵이 거리를 또는 어느 공간을 장식하는 것도 멋진 일일 것 같다. 그것이 한 개인의 개성이 되고 하나의 패션 트렌드로 자리 잡는다면 얼마나 신선한 일이겠는가. 세상이 원하는 것을 수용하면서 그로 인해 나를 표현하는 것, 그것이 시대를 선도하고 주름잡는 일이지 않겠는가.

 시나브로 심각해지는 지구의 주름살을 변해가는 기후나 환경에서 실감한다. 사람들은 뒤늦게 적응하고 맞추느라 급급한 형상이다. 일회용 컵이나 비닐 봉투를 자제하고 대체 가능한 컵이나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앞뒤 생각 없이 유행이나 트렌드를 좇는 일은 비생산적인 일이다. 좋고 나쁨을 구별하고 판단하는 기준이 보다 깊고 넓은 차원을 지향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 지성인에게 최고로 폼 나는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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