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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양분 ‘퇴직 공무원 접촉 제한’
평가 양분 ‘퇴직 공무원 접촉 제한’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8.04.22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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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고리 차단’ vs ‘사생활 침해’

“강령 핑계 부탁 거절할 수 있어”

“친목 차원 만나는 기회도 있다”

 “공짜는 없다.” 직무 관련성이 있는 퇴직 공무원 사적 접촉을 제한한 공무원 행동강령 평가가 엇갈린다. 부패 고리 차단을 위해 긍정적이란 반면, 취지 공감에도 ‘사생활 침해’란 불만도 있다.

 이에 대해 도민들은 ‘전관’ 출신으로 상하수도, 관급자재 납품 업체 등 기술용역회사 대표나 임원인 관피아는 사실상의 ‘로비스트’로 도청과 시군청을 들락거리거나 만찬이 잦은 현실을 감안하면 건설 행정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 행동강령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관급공사를 특정 업체가 도맡아 수주하는 쏠림현상의 이면에는 전직 공무원들이 주축이 된 ‘건설 마피아’가 있다는 주장이 업계에서 흘러나온다. 또 퇴직 공직자들이 지역 건설업체는 물론, 설계를 담당하는 건축사사무소에 포진, 관급공사 수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다.

 논란인 가운데 지난 17일 경남도를 비롯한 도내 전 시군은 국민권익위 행동강령을 공포ㆍ시행했다. 도청 A국장은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퇴직 선배에 대해 행동 강령상 직무 관련 퇴직 공무원을 만나면 안 된다는 핑계를 댈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부정부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선을 그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길만한 일이라며 향응이나 접대를 받은 공무원들이 해임ㆍ정직 처분을 받는 등 ‘비위 백화점’이라는 오명을 썼던 공직사회 인식을 개선할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관계를 단절하라는 소리냐”는 불만도 있다. B국장은 “직무와 관련된다지만, 퇴직 공무원들과 친목 차원에서 만나는 기회도 있다”며 “법에 저촉되지 않는데도 사전 신고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란 지적이다. 이어 “기관장에게 사전 신고하면 된다지만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데 누가 신고까지 하면서 약속을 잡으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정준석 경남도 감사관은 “비위ㆍ부패 발생 예방과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선을 규정한 것일 뿐, 사적 접촉 제한이라는 게 골프나 사행성 오락, 여행, 직무 관련자가 제공하는 향응에 해당하며 예우 차원의 대접은 무방하다”고 밝혔다. 친목 모임에 직무 관련 퇴직자가 포함됐더라도 사회상규상의 만남이라면 사전ㆍ사후 신고만 잘하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도내 시군의 경우, 공무원 행동강령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직무 관련 퇴직자와 접촉하겠다는 사전 신고는 1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이 행동강령이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목소리를 키우는 공무원들도 있지만, 도민들과 관피아를 확보하지 못한 관련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도민은 “친목 모임조차 신고하라는 것은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 ‘인간관계, 선후배 관계를 아예 끊어버리란 행동강령이다’란 주장은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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