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1:47 (토)
춘래불사춘
춘래불사춘
  • 정영애
  • 승인 2018.04.02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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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애 금성주강(주) 대표이사

  봄이 오는 문턱에서 잠시 불어 닥친 춘설로 주춤했던 봄꽃의 향연이 본격적으로 시작 됐다. 매화와 산수유의 개화로 시작된 봄꽃의 만개가 진달래, 개나리로 이어지더니 벚꽃의 향연으로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곧 인근 진해 군항제의 개막으로 벚꽃잔치를 즐기려는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 겨우내 두껍게 차려입은 무거운 겉옷을 벗어 던지고 산뜻한 봄옷으로 치장한 여인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볍고 정겨워 보인다. 직장과 학교로 바삐 오가며 계절의 변화조차 실감 못한 채 지내다가 모처럼의 나들이를 했다. 그동안 틈나는 대로 써둔 글과 신문에 간간히 보낸 글들을 모아 작은 문집하나 내려고 표지촬영에 나섰다. 어색한 표정을 교정하는 포토그래퍼의 지시에 따라 반나절을 촬영에 임하고 나니 허기가 진다. 어느새 5시가 훌쩍 넘어 촬영지 근처 해안가를 찾았다. 오랜만에 싱싱한 회라도 한 접시 하려고 지인의 단골 횟집에 들렸더니 부부가 어장에 나갔는지 문이 굳게 잠겨있다. 헛걸음을 하고 인근 횟집을 기웃 그렸으나 역시 문이 잠겨있었다. 이 시간대면 손님들로 북적대던 해안가 횟집들 앞엔 승용차 한 대 보이지 않는다. 할 수없이 차를 몰아 횟집이 몰려있는 해안 끝 어시장 근처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곳 역시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한 참 헤매다가 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 식당 안에 들어갔다. 회를 주문하고 주인아줌마에게 왜 이렇게 조용하냐고 여쭤보니 조선경기 침체로 장사가 안 된다고 울상이다. 예전 같으면 지금 쯤 손님들로 주차정리에 진땀을 뺄 시간인데 달랑 주인 차와 우리가 타고 온 차뿐이다. 주인 말로는 기업체의 단체회식이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주말에 가족들이 몇 팀 올 뿐 직장인들의 회식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저녁 식사를 겸해서 끝내고 시가지를 지나오면서 거리의 상점들을 보니 셔터 문이 잠긴 점포가 눈에 많이 띈다. 주말도 아닌 평일인데도 문 닫힌 가게가 많다는 것은 불경기를 증명하는 것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있다. 봄이 와도 온 것 같지 않다는 뜻이다. 이 말은 전한 시대 원제의 궁녀 왕소군이 흉노와의 화친정책에 따라 흉노왕에게 시집을 가게 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지은 시에서 유래했다.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 오랑케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고사성어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때 자주 인구에 회자되는 말이다. 엄동설한이 지나 따뜻한 봄이 와서 만화방초가 우거져 즐겁고 기뻐해야 함에도 자신의 처지나 시대적 상황이 좋지 못함을 한탄하는 자조적인 표현이다. 앞서 회집의 불경기에서 언급했듯이 이 지역 주력산업인 조선경기의 침체로 실업자가 늘어나고 자동차 산업마저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역경기 침체로 소규모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들은 도산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역시 작은 기업을 꾸려가고 있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이웃의 중소기업체들이 어느 날 문득 소리 소문 없이 문을 굳게 닫은 것을 볼 때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청년실업문제가 세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지역 중소기업체나 자영업자들이 처한 위기상황은 크게 주목 받고 있지 못한 것 같다. 큰일이나 사건의 단초는 항상 작은 일들이 누적돼 발생한다. 지역경제의 불황이 누적되면 결국 국가경제의 추락으로 귀결돼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진다. 지금 세계 각국은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철강 및 알루미늄 등 제품에 대한 관세폭탄으로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대미 통상단의 노력으로 우선 큰 불은 껐지만 남북문제의 진전 상황에 따라 언제 보호무역의 장벽이 가로막을지 장담 할 수 없다. 한미 무역협정이 마무리 된 것도 아니고 트럼프대통령의 오락가락 통상 정책의 유탄이 언제 날아들지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대외 통상문제의 갈등해결은 발등의 불처럼 뜨겁고 시급한 과제이다.

 더구나 1천450조를 넘어선 가계부채로 인해 운신의 폭이 좁아진 국내경기진작카드로 인해 청년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이 생각대로 될지 걱정스럽다. 더구나 2개월 앞으로 다가온 6ㆍ13 지방 동시 선거로 인해 경기진작정책수단의 동원은 당분간 어렵게 돼있다. 정치적 이슈가 먼저이지 민생은 차후 문제가 되기 마련이다. 대립적 관계로 치닫고 있는 국내정치상황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주변 강대국들의 움직임 또한 예사롭지가 않다. 다들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와 강대국들의 힘의 균형추가 어디로 움직이는가에 따라 우리의 국익에 정.부로 작용할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를 맞아 남북문제가 북한의 핵 동결로 한반도에 화해무드가 조성돼 경기활성화의 모멘텀이 마련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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