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고증… `토흔` 흙의 흔적을 말하다
30년 고증… `토흔` 흙의 흔적을 말하다
  • 이대근 기자
  • 승인 2018.03.1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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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봄 특별전을 연 이종능 작가.

이종능 작가 새봄 특별전

독창적인 작품 100여 점


전통과 현대 넘나드는 作



 경상대학교 출신으로 `흙의 질감을 추구하는 도예작가`로 불리는 지산(芝山) 이종능(李鍾能) 작가(60)의 2018년 새봄 맞이 특별전이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 1층 제2전시실에서 열린다. 개막 행사는 오는 22일 오후 6시에 마련된다.

 1978년 경상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1985년 졸업한 그는 지금까지 경기 광주에서 도자기를 굽고 있다. 이종능 작가는 흙의 흔적을 말하는 `토흔(土痕)`이라는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 한국의 대표적 도예가다. 지산은 30년 동안 흙과 불의 본질에 무게를 둔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유약의 색에 의존하던 전통 방식에서 벗어나 흙 본연의 질감과 색을 1천300도 장작 불길 속에서 찾아냈다. 독창적인 작품 세계인 `토흔`이 탄생한 것이다.

 "이 시대에는 이 시대의 이야기와 감성을 담은 도자기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는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면서, 대학 2학년 시절 지리산 산행에서 물기를 흠뻑 머금은 무지개 빛깔의 흙이 준 설렘을 1천300도의 장작 불꽃 속에서 찾아내고자 노력했다. 그 마음이 `토흔`이라는 원시성의 질감을 간직한, 세계 도자사(陶瓷史)에서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도자기를 탄생시켰다. 이것은 어느 계파와 장르에도 구애 받지 않는 자유분방한 작품 세계로 이어졌다.

 지난 2013~2015년 미국 워싱턴, 뉴욕, LA 전시회에서 크게 호평을 받았다. 스미소니언뮤지엄의 자연사 박물관 폴 테일러 박사는 "처음 보는 유니크(unique)한 작품이라 행복하다"고 하면서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폭넓은 작품세계가 신선하다. 특히 도자기 벽화는 기존의 도자기 모습을 탈피한 새로운 시도로 이 도예가의 창의적 감각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해외 전시회에서 `토흔`에 대한 많은 이들의 평가는 `독특하다`, `따뜻하다`, `인생을 보는 것 같다` 등으로 요약된다.

 도자기 인생 후반 30년을 시작하는 이번 전시회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은 꿈 시리즈. 이는 태초의 인간 본연의 내면을 기하학적 추상 문양과 현대적 색감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이뿐 아니라 30여 년의 작업을 통해 탄생한 작품 100여 점이 진주시민과 경남도민을 만난다. 지난 2007년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선보였던 우아하면서도 세상을 품을 것 같은 `백색의 달 항아리` 계보를 잇는 일련의 달 항아리 연작들과 토흔 작품, 도자기 벽화, 꿈 시리즈 등이다. `내 어릴 적에`라는 아이가 소 등에 기대어 잠을 자는 작품도 재미있다. 기다림과 꿈을 상징하는 `쑥부쟁이` 시리즈도 전시된다. 대표적인 토흔 작품 중 `고향의 언덕` 골동이야기 2는 먼 훗날 문화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산은 작품을 놓는 전시대를 직접 만들고, 어디든 갖고 다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작품을 가장 돋보이도록 하려는 세심한 배려다. 해외 전시회 때도 비행기에 싣고 간다. 그는 "딸아이를 시집보내는 의식과 같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958년 경주에서 태어나 중고교를 다닌 뒤 1978년 경상대에 입학한 그는 1979년 여름방학 때 지리산을 찾았다.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계기였다. 장맛비가 내린 후 흙이 쓸려간 어느 지점에선가 보게 된, 무지개 빛이 서린 형형색색 흙의 색깔에 매료되면서 도예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다. 군 제대 후 미친 듯 지리산 일대를 돌며 분청사기 파편과 태토(胎土/도자기를 만드는 흙)를 수집했다. 이를 토대로 한국 의 흙과 도자기 연구에 몰입했다.

 대학 4학년이던 1985년 한국 도자기의 본산으로 이름을 날리던 경기 이천으로 자리를 옮 겨 본격적인 작업과 연구에 들어갔다. 도자기 수업을 받으면서 그는 의문이 생겼다. 스스로가 원하는 작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탓이다.

 1986년에 이천에서 작업장을 연 그는 누구의 것을 베끼는 일, 답습하는 작업은 그만두고 싶었다. 문득 지리산에서 봤던 그 느낌, 흙 본연의 색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도자기를 만들기로 했다. 흙의 흔적, 세월의 느낌, 간절한 기도로 표현되는 새로운 도자기. 그것의 탄생을 염원하며 자신 만의 세계가 담긴 도자기 이름을 `토흔`이라 짓고 흙과 불의 본질을 찾아 나선 그의 여정이 시작됐다.

 일본과 제주, 대만, 태국에서 도자기를 연구하고 다시 3년 동안 중국, 몽골, 실크로드에서 배웠다. 중국에서도 탐구는 계속됐다. 일본에서 도자기 수업을 할 당시엔 사고로 손가락 하나도 잃었다. 1990년부터 1993년까지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는 대신 실크로드 북방문화 남방문화 탐방 배낭여행을 다녔다. 1993년 8월 경기 광주시 퇴촌면 관음리에 `지산도천방(芝山陶天房)`을 열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가 어느 정도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것은 1993년경. 1995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한국 대표작가 초대전, 영국 대영박물관 `달 항아리 특별전` 등 해외에서도 이름을 날렸다.

 그는 산청과 하동의 흙을 갖다 쓰고 진주도 자주 찾는다. 그를 길러 준 진주, 지리산과 단단한 끈으로 묶여 있는 셈이다. 지산은 "앞으로도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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