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3:27 (일)
두 병원 화재 ‘방화문’ 생사 갈랐다
두 병원 화재 ‘방화문’ 생사 갈랐다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8.01.29 2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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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병원 사망 39명 1층에 방화문 없어 2층에 사상자 많아
대구 신라병원 피해 ‘0’ 방화문 먼저 닫아 연기 위층 확산 막아
▲ 29일 오후 밀양 세종병원에서 경찰 과학수사팀이 화재 현장에 있던 물품을 옮기고 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하루 뒷날 대구에서도 5층 규모 병원에서 불이 났지만 사상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대구 신라병원에서는 방화문을 먼저 닫는 등 초동 대처를 적절히 한 것으로 알려져 두 병원 간 사례에서 방화문의 중요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29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신라병원 화재는 지난 27일 오후 9시 29분 발생했다.

 당시 출동한 소방관들은 “2층 의사 당직실에서 불이 났다”는 병원 측 설명을 듣고 소방호스가 들어갈 틈만 남겨두고 2층 계단 쪽 방화문을 닫았다.

 화재 당시 신라병원 5ㆍ6층에는 중환자 8명과 경증 환자 27명 등 총 35명의 환자가 있었다. 병원 관계자 11명을 포함하면 총 46명이 병원 내부에 있었다.

 방화문을 먼저 닫아서 연기는 위층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환자를 포함해 대부분은 자력으로 대피했고 거동이 불편한 중환자 8명은 출동한 소방관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갔다.

 이처럼 방화문을 닫아 다른 층으로 연기가 새어 나가는 것을 막은 탓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같은 높이의 밀양 세종병원 1층에는 방화문이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1층 응급실 내 탕비실 천장은 불이 시작된 것으로 지목된 장소다.

 감식에서 2층에 설치된 방화문이 가장 많이 찌그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2층에서 발생한 사망자도 20명이나 됐다.

 불이 나면 연기가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가게 마련인데 1층에 이를 막을 방화문이 없다 보니 2층에 사상자가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세종병원에는 2층부터 꼭대기인 6층(4층 없음)까지는 각 층 중앙계단 쪽에 방화문이 1개씩 총 4개가 설치돼 있었다.

 밀양 화재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은 “1층 방화문이 있어 차단됐으면 연기가 소량이었을 것으로 본다”며 “차단이 안 돼 각 층으로 연기가 올라가 엄청난 열기가 났고 피해가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충북 제천 화재 참사 때도 방화문은 어김없이 열려 있었다. 당시 1층 비상계단 쪽 방화문은 고임목으로 고정된 채 열려 있어 연기와 열기가 확산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화문이 제 역할을 다 하려면 연기감지기에 의한 일부 폐쇄와 열감지기에 의한 완전폐쇄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하지만 이를 다 갖춘 시설은 많지 않다. 노후한 건물은 퓨즈메탈(fuse metal)이 부착된 열감지기가 있는 것이 고작이다.

 열감지기가 부착된 방화문은 화재 시 열에 의해 퓨즈장치 감지부에 설치된 퓨즈메탈이 정해진 온도가 되면 용해돼 스프링을 개방하는 방식이다.

 한 소방 관계자는 “독성연기 두세 모금이면 건장한 사람도 쓰러질 수 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연기감지기와 열감지기가 같이 작동해야 연기와 열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신축 건물은 모두 갖추고 있지만 문제는 오래된 건물 등은 연기감지기가 없는 방화문이 아직 많은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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