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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필 속에 꾸밈없는 소박한 삶 담았죠
서필 속에 꾸밈없는 소박한 삶 담았죠
  • 어태희 기자
  • 승인 2018.01.23 2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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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귀 선생 `고희서전` 김해도서관 갤러리 가야 자작시 등 작품 55점
▲ 김영귀 선생 작품 `니`(35x55, 2017).

 `남들은 잘도 하던데/ 와 그래 어렵노/여보 당신이란 말이/ 70이 되도록 쑥스럽네/이 나이에/새삼 배워 뭐하겠노/ 니캉 내캉 마!/ 새삼 우짜겠노/ 니가 좋지/ 누가 뭐래도/ 니가 좋더라`(김영귀 선생 작품, 니(2017))

 아내에게 전하는 애가(愛歌)를 써내려간 서체는 내용처럼 쑥스러움이 묻어나는 것 같기도 하고 연로한 장난기가 베여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먹을 잔뜩 묻혀 커다랗고 반듯하게 쓴 `니`에는 크기만큼 사랑이 듬뿍 담겨 있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을 자작시로 만들었다던 창전(蒼田) 김영귀 선생. 그는 청우 마묵회 회원이자 김해선면작가협회의 회원이다. 올해로 칠순을 맞이해 `고희서전(古稀書展)`이라는 이름을 붙여 김해도서관 갤러리가야 전시실에서 자신의 첫 개인전을 열게 됐다. `난정서`, `선지로지`, `세불아연` 등 작품 55점을 오는 28일까지 선보인다.

 김 선생은 서예를 시작한 지 10년 밖에 안됐다. 단단한 뼈대와 깊이가 느껴지는 서필을 보면 놀랄 일이다.

 "정년퇴직한 후로 잠시간 못 가본 여행도 가고 산과 들을 오고갔지만 허전한 마음은 채울 수 없었죠. 나이가 들면 친구들도 멀어지고 조금 더 하루를 풍요롭게 채울 수 있는 것을 찾아 수소문 하던 와중 한 지인이 서예를 권해 입문하게 됐습니다."

▲ 김해도서관 갤러리가야에서 첫 개인전을 열게 된 창전 김영귀 선생.

 처음엔 어렵게 느껴졌던 서예지만 먹에 빠져들고 작품에 빠져들며 실력이 점점 늘어갔다. 김해미술서예대전에 참가해 입선 3회, 특선 3회, 특별상 1회를 받고 경남서예대전에서도 입선을 6번 했다. 한산대첩서예전에서도 입선 3회, 특선 1회를 받고 전국공무원미술대전 서예부문에서도 입선했다. 가장 기쁜 점은 취미로 시작한 것이 남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임에도 남이 즐거워 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요. 이번 고희전에 내놓은 작품들, 졸작이지만 자녀들의 학예회나 발표회에 참관한다는 마음으로 살펴주고 모자란 점은 질정해주신다면 더 정진토록 하겠습니다."

 김 선생이 전하는 말의 면면에는 쑥스러움과 겸손함이 늘 묻어난다. 그를 지도했던 범지 박정식 선생은 그의 작품에 대해 "꾸밈없이 소박하다"고 말했다. 박 선생은 "내용에는 부모, 형제, 고향, 어릴 적 추억, 자식 간의 교감 등 일상의 산문이 주로 등장한다"며 "이는 선생의 성품과 무관하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 선생은 먹을 갈고 붓을 들어 화선지에 글을 써내려 갈 때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정신수양이라고 불리는 서예의 모습을 보여주듯 언제나 겸손한 그의 손 끝에는 소박한 우리네 모습이 그려진다. 그가 흘린 서필 속에 따뜻한 기운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에게는 큰 목표가 없다. 그저 힘닿는데 까지 서예를 계속 하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 한다.

 "이제 우리 가족들도 내가 풍기는 먹 냄새를 좋아합니다. 저도 이제 이 묵향 없이는 허전한 삶이 될 것 같습니다. 붓을 들 수 있는 한, 앞으로도 꾸준히 글자 속에 삶을 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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