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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꿈을 키우는 질문
아이들 꿈을 키우는 질문
  • 이영숙
  • 승인 2018.01.23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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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숙 담쟁이 가족상담 부모교육 연구소 소장

 학교의 본관에 들어서면 어디라도 꿈, 창의성, 인성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아이들의 꿈과 창의성 그리고 인성이 마음껏 발현되고 있을까? 갸우뚱거려진다. 그중 꿈에 대해 얘기해보자. 몇 년 전부터 자율학기제가 시행되면서 중학교에서는 한 학기 동안 평가를 하지 않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중학교에서 전문상담사로 근무하면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호소했던 문제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다. “선생님 저는 성적도 그다지 좋지 않고 잘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요.” 어른들에겐 아무 생각 없이 희희낙락거리는 것처럼 보이고 그래서 걱정을 빙자한 잔소리를 하게 되지만 정작 자기 걱정은 자기가 가장 심각하게 하는 법이다. 누구도 자신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것을 아이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먼저 경험 했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에게 훈계를 한다. 가르칠 건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그 가르침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어른이 해야 한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체험 프로그램들 대부분은 직업과 관련된 것이다. 아이들의 견문을 넓히고 어떤 것이 적성에 맞는지를 알아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꿈을 대신할 수는 없다. 먼저 꿈과 직업은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성적이 낮아서 자존감 또한 낮은 아이들은 자신의 삶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어렵다. 자존감이 낮고 주도성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꿈은 그냥 꿈인 듯 꿈 자체가 너무나 먼 얘기로 들린다. 그럼에도 학기 초만 되면 꿈을 적어내라고 한다. 심지어 학생이 원하는 것과 부모가 원하는 것을 따로 조사하는 학교도 있다. 부모와 자녀의 꿈이 일치해야 할 까닭은 무엇인가?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적어내는 것은 꿈이 아니라 직업이다.

 꿈과 직업의 차이는 어떻게 살고 싶으냐와 무엇이 되고 싶으냐이다. 그리고 꿈은 자원의 한계가 없지만 직업은 자원의 한계가 있다. 자원이란 개인의 능력이나 재능뿐만 아니라 지지자 즉 부모의 경제력이나 정보력 그리고 사회적 지위까지도 포함한다.

 고등학교에 동기부여를 주제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공부를 제법 잘 하니 집안에 법조인, 경찰, 의사는 있어야 한다며 그중 의사가 되라는 부모의 요구에 따라 의대에 진학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성적은 점점 떨어지고 의사 외엔 아무것도 생각해보지 않은 여학생은 꿈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질문을 했다. “의사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니?” 여러 이유가 있지만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 아이의 삶에서 생명을 살린다는 것이 중요했던 이유는 “생명을 살리는 것은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라는 탈무드의 글이 감동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구하는 직업이 의사뿐인가? 의사가 되려면 의대에 진학해야 하고 의대에 진학한다는 것은 여러 자원을 배제 시키더라도 일단 성적은 우수해야 한다. 개인이 가진 자원의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그렇다고 생명을 살리거나 세상을 구하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할 까닭은 없다.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구하는 직업이 의사뿐이겠는가?

 아이들이 방황하고 반항하며 학교 부적응을 보이거나 심할 경우 폭력 등의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의 삶에 주도성을 잃고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꿈이 없기 때문이다. 꿈이 있는 아이들은 흔들리지 않는다. 방향 설정이 분명한 아이들은 유혹에 흔들리더라도 곧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질문해야 한다. “넌 어떻게 살고 싶니? 그렇게 산다는 건 너에게 어떤 의미가 있니? 그렇게 되기 위해서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니?”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개인이 가진 능력이나 재능에 상관없이 그 가능성을 발현시킬 수 있도록 한계가 없는 꿈을 마음껏 펼치는 아이로 조력해야 한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정해지면 무엇이 돼야 하는지는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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