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뿌리를 걱정한다
보수의 뿌리를 걱정한다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18.01.11 2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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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을 UFC 옥타곤으로
생각하면
너무 희화화하는
것일까. 양쪽 선수의
실력이 비슷해야
재미있고 박진감이
넘친다.
▲ 류한열 편집국장

 정치는 보수와 진보가 부딪치면서 발전한다. 보수든 진보든 한쪽으로 너무 쏠리면 사회는 경직되고 정치는 독단으로 흐르기 쉽다. 진보 세상이 돼도 보수가 힘을 써야 진보가 더 돋보인다. 힘이란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은 게 사람의 욕심이다. 배가 한쪽으로 너무 쏠리면 뒤집힌다. 배에 탄 사람은 뒤집힐 때까지 위험을 잘 모른다. 배가 뒤집힌 후 내 탓 네 탓 공방을 벌이기 일쑤다. 보수와 진보 성향인 사람은 같은 사안을 두고도 엇갈린 태도를 보인다. 미국 공화당ㆍ민주당이 낙태를 두고 벌이는 공방을 빗댄 말이 참 재미있다. 공화당 정치인은 자기 딸이 필요할 때까지 낙태에 반대한다. 이에 반해 민주당 정치인은 자기 딸이 원할 때까지 낙태에 반대한다. 결국 낙태 반대는 똑같은데 어디에 갖다 붙이는 가에 달렸다. 정치판에서 보수와 진보가 벌이는 정치 게임을 한 꺼풀만 벗겨보면 영양가가 별로 없다는 소리다.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치인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드러내놓고 자신을 알릴 순 없어도, 출마 선언이나 출판기념회를 하면서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경남 정치판를 들여다보면 보수 지역은 꽁꽁 얼고 진보 지역에서는 따뜻한 바람이 분다. 경남이 보수의 텃밭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요즘 찾아보기 힘들다. 민심이 이쪽저쪽 떠돌아다니는 건 지극히 정상이다. 예부터 ‘민심은 천심이다’는 말을 무겁게 들어왔다. ‘민심 무서운 줄 알아라’는 경고는 아무리 새겨도 무섭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적폐 청산의 대상이 된 보수가 삭아서 없어지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울지 모른다. 하지만 보수 없는 진보는 있을 수 없다. 실제 보수와 진보에 무슨 씨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진보ㆍ보수 논리다. 20대에 진보가 아니면 심장이 없다고 볼 수 있고, 50대에 보수가 아니면 뇌가 없다고 한다. 극좌와 극우는 제쳐 놓고 진보와 보수는 세대를 따라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진보와 보수의 가운데를 가르는 기준을 논할 때 교과서에는 경제 정책을 내세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벌을 두고 진보와 보수는 결을 달리한다. 재벌을 못살게 굴면 진보 소릴 듣고, 재벌에 쓴소리 못 하면 보수다. 재벌을 중소기업이나 서민에게 ‘적대적인 힘’으로 볼 수도 있고, 재벌을 중소기업과 서민을 먹여 살리는 ‘고마운 천사’로 여길 수 있다. 보기 나름이다.

 예전 경남은 보수판이었다고 하고 요즘은 진보로 판을 갈았다고 야단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당파를 정하면 두뇌 활동이 그쪽에 맞춰진다. 머리 작용이 한쪽으로 쏠리면 웬만하면 진보는 무조건 옳고, 보수는 무조건 나쁘다거나 혹은 그 반대로 생각이 굳어진다. 지금 경남에서 보수가 좋다고 외쳐봐야 별다른 소득을 얻기 힘들다. 시간이 더 필요하고 두뇌 작용을 확 바꿀 ‘큰일’이 일어나야 한다. 큰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아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선거 날짜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경남 보수 정치인을 만나면, 정확하게 말해 한국당 정치인을 만나면 풀이 죽어있다. 어떤 소리를 해도 먹히지 않을 게 뻔하다고 지레 겁을 먹고 있다. 어떻게 선거를 치러야 하나 걱정이 많다. 하지만 민주당 정치인을 만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고 자신감이 얼굴에 줄줄 흐른다. 경남 정치 토양을 완전히 갈아엎을 태세다. 예전 한국당에 그 많던 인물은 어디 가고, 민주당에는 인물이 넘쳐 나는지 ‘정치 인심’이 참 고약하다.

 정치판을 UFC 옥타곤으로 생각하면 너무 희화화하는 것일까. 양쪽 선수의 실력이 비슷해야 재미있고 박진감이 넘친다. 경남에서 힘을 받고 있는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이 제대로 6ㆍ13 지방선거에서 붙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보수라는 이름을 달고 큰 혜택을 봤다면 보수진영은 이번에 진짜 실력으로 겨뤄야 한다. 진보든 보수든 ‘운칠기삼’으로 싸우지 말고 ‘운삼기칠’로 싸워 경남 정치판에서 주도권을 잡기를 바란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 정치판에 신선한 바람이 불 태세다. 지방 정치의 훈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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