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2:13 (토)
기온 낮을 때 더 조심… 예상 밖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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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철성 의학전문 기자
  • 승인 2018.01.10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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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시한폭탄 뇌동맥
▲ 뇌동맥류 모습.

건강검진서 갑자기 발견

터졌을 땐 사망률 50%

금연ㆍ금주 평소 관리를

 건강검진에서 평소 건강에 별 탈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뇌동맥류’ 진단을 받아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뇌동맥류 진단을 받은 대다수의 환자는 머릿속에 작동하기 시작한 ‘시한폭탄’을 담고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언제 터질지 몰라 환자들은 어느 날 돌연사하거나 큰 병이 들어 자리에 눕지 않을까 하고 근심이 가뜩 차 있다. 그런데 이러한 뇌동맥류 환자들은 요즘처럼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는 한파에 아주 조심을 해야만 한다.

 이러한 뇌동맥류 질환을 일반적으로 ‘중풍’이라고 부른다. 또 뇌동맥류 질병에 걸린 것을 ‘풍 들었다’고도 한다. 이렇게 알려져있는 뇌졸중은 머리의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머리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뉘는데 뇌동맥류는 이 중에서도 뇌출혈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데 뇌동맥류는 뇌혈관이 터져 뇌출혈로 이어지기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다. 그래서 이렇게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한편, 전체인구의 약 3∼5%에서 발병하는 뇌동맥류 환자의 뇌 속 혈관은 이미 얇아져서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이다. 이때 뇌동맥류가 터져 뇌출혈(뇌지주막하출혈)을 일으키면 반 정도의 환자는 급사를 할 정도로 아주 위험하다. 반면에 터지지 않은 채로 발견된 뇌동맥류가 1년 이내에 터질 확률은 크기, 위치, 모양, 고혈압, 흡연 여부 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0.5∼1%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따라서 1%의 파열 위험성은 40세 환자가 90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향후 50년 동안 뇌동맥류가 터질 가능성도 역시 약 50% 정도가 된다.

 이에 뇌동맥류 진단을 받은 환자의 나이, 가족력 등을 고려해 치료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만약 터질 위험성이 적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곧바로 치료하지 않고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치료가 항상 안전한 게 아니고 치료에 따른 위험성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학술지 신경학, 신경외과학, 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 Psychiatry)에 최근 발표된 논문을 살펴보면 파열되지 않은 뇌동맥류의 치료 시 장애 및 사망률이 수술치료가 4.2%, 코일색전술이 3.6%로 각각 분석됐다. 그만큼 뇌동맥류 수술이 어렵고 위험하다. 따라서 수술하지 않는 뇌동맥류는 1년에 한 번 정도 뇌자기공명영상(MRA)이나 뇌혈관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크기 변화를 관찰하다가 뇌동맥류의 모양이 변하거나 크기가 커지는 경우에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일단 뇌동맥류가 터지면 평생 경험하지 못했던 극심한 두통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그 당시의 느낌을 ‘망치로 맞은 듯’ 하다고 표현한다. 결국 이러한 극심한 고통과 통증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갑자기 심한 두통이 생겼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까지 안타깝게도 뇌동맥류를 터지지 않게 하는 약물은 없다. 혈압이 높은 환자는 혈압조절을, 흡연자는 금연을, 과도한 음주자는 음주를 삼가는 게 최선책이다. 뇌동맥류 질환은 고령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요즘은 비교적 젊은 40대에도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는 고혈압, 과음, 흡연, 동맥경화, 스트레스 등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뇌동맥류의 유병률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다. 이유는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가족력도 중요한 위험 요인인 만큼 뇌졸중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건강하더라도 반드시 뇌 MRA나 혈관CT로 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다.

 뇌동맥류의 치료는 일명 머리뚜껑을 연다고 하는 외과적 수술인데 여기서 두개골을 잘라 머리를 열지 않고 그냥 문제가 발생한 뇌동맥류만 막아주는 시술법이 있다. 이러한 머리를 열지 않는 시술은 전신마취를 하고 사타구니 부위의 동맥을 통해 관을 삽입한 다음 뇌동맥류 속으로 백금코일을 넣어 뇌동맥류 내에 피가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시술한다. 그래서 동맥류 속으로 피가 들어가지 않게 함으로써 팽창하고 터지는 것을 막는다. 그런데 뇌동맥류의 입구가 넓어 코일이 빠질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는 스텐트를 삽입해 코일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스텐트 보조 코일색전술’로 시행한다. 이 경우 항혈소판 약물을 약 2년간 복용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 시술법은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치료한다는 장점 때문에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뇌동맥류의 모양이나 위치에 따라서는 시술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머리를 열어 수술을 하게 된다. 이때 관자놀이 부위의 피부 및 두개골을 절개하고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뇌동맥류에 접근한 다음 뇌동맥류를 작은 클립으로 묶어주는 ‘뇌동맥류경부결찰술’을 시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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