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교육부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교육부
  •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 승인 2017.12.0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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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아마도 전국의 거의 모든 학부모는 자기의 아이들이 영어를 원어민처럼 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여유만 있다면 적지 않은 돈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방과 후 영어교실이 인기가 있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 이런 학부모들의 바람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부가 초등 1ㆍ2학년 방과 후 영어교실을 금지하고 나섰다. 예상대로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반대 학부모들은 선행학습 금지는 학원 배만 불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마도 거의 틀림없이 학원 배만 불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학원에 보낼 여유가 없는 학부모들은 자기의 아이가 영어에 뒤처지는 것은 못난 자신 탓이라고 가슴을 칠 것이다. 몇백만 원씩 돈을 들여 원어민 교사에게 보내는 사람도 있는데 몇십만 원하는 학원에도 못 보내는 자신을 책망하며 두고두고 자녀에게 죄책감을 가질 것이다.

 선행학습이 학교수업을 등한시하게 하고 학력 향상에도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있기는 하다. 역대 정권이 단골로 약속하는 공교육 정상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에게는 이런 교육부의 논리가 귀에 들어올 여지가 별반 없다. 내 아이가 영어에 뒤처지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목전의 현실이다. 대중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거창한 이론보다는 당장 주어지는 결과에 집착하는 게 보통의 국민이다. 선행학습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소리쳐도 귀 기울일 국민은 거의 없다.


 교육부가 방과 후 교실을 금지하면 초등 저학년 학생이 영어공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리는 없다. 만일 그렇게 생각했다면 대한민국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정부다. 영어가 출세에 매우 중요한 수단인 한 이런 현상을 바뀔 수가 없다. 교육부가 의도했을 리는 없지만 이 정책은 영어교육의 부익부 빈익빈을 강화시키는 결과만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럼에도 이런 정책을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모르긴 몰라도 공교육 정상화라는 양보할 수 없는 정책적 목표 때문일 것이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로서는 뭔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을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남보다 뛰어나기를 원한다. 잘 살기를 원한다. 그게 본능이다. 이런 본능을 무시하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개혁개방에 나선 중국이 G2로 급부상한 것은 이런 인간 본능을 거부한 이론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마지노선도 여기까지다. 시장은 인간의 이기심과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 물론 무수한 시장실패 사례가 있지만 개입도 본능을 거부하는 마지노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것도 애매하기 짝이 없다. 학생들이 학교수업에 충실하고 학원에는 학습이 부진한 일부만 다니는 것이 공교육 정상화라고 한다면 결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지금의 학교는 매우 이질적인 생각과 학습 태도를 가진 학생들이 뒤섞여 있다. 모두가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에 가려는 학생이 아니다. 절반 이상의 학교에서 절반 이상의 학생이 수업시간에 딴짓을 한다. 수업에 충실하기 힘든 교실구조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구호는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직업계고 현장실습에서 학생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인권유린이 드러나자 교육부가 현장실습을 취업 중심에서 학습 중심으로 바꾼다고 한다. 이럴 줄을 몰랐다고 한다면 교육부의 정책 능력에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평소 살피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문제가 터지고 나면 고치고 없애고 하는 것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 지켜보는 국민들은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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