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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탈 만들기 38년… “모두 무탈 바라는 마음 담지요”
김해 명장 가야탈공방 운영 조지현 대표
2017년 11월 14일 (화)
황현주 기자 hhj2524@kndaily.com
   
▲ 원당 조지현 선생은 “단순히 유희를 즐기기 위해 탈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해묵은 액운을 없애고 앞날의 풍요와 행복을 바라는 마음에서 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공방 천장엔 박 주렁주렁

좋은 박 구하려 직접 재배

다양한 공예품 전시 ‘눈길’

초기 시댁에서 구박 받아

“탈 초콜릿 만들고 싶어”





 “천장에 박이 참 많이 매달려 있지요? 내 손으로 일일이 다 속을 파고 말려서 매단 것들이에요. 이걸로 38년 동안 박탈을 만들어 왔어요.” 원당 조지현 선생은 가야탈공방의 문을 활짝 열면서 말했다. 공방은 생림면의 한적하고 후미진 시골에 위치하고 있다. 무르익어가는 무척산의 가을운치와 알록달록하게 색을 입혀 만든 박탈이 닮아 있는 듯 했다. 공방 안에는 커다란 얼굴에 황금색 눈을 가지고 있는 방상시탈과 오광대탈이 오밀조밀하게 자리를 메우고 있었고, 미처 완성하지 못한 탈도 간간히 눈에 들어왔다.

 가야탈공방은 1ㆍ2층으로 이뤄져 있다. 1층은 주로 탈을 제작하는 곳으로, 관광객들이 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2층은 38년 동안 본인 손으로 만든 작품들을 전시하거나 판매하는 전시실이다. 이곳에는 비단 탈 뿐만 아닌, 탈을 소재로 만든 옷핀, 단추, 머리핀, 수저, 벽시계, 다기 등 공예품들이 전시돼 있다.

 가야탈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조지현 선생은 지난 2014년 대한민국 향토명품장인에 선정된 오광대탈 전승자다. 이곳은 2011년 행정안전부로부터 김해가락 오광대탈 전수관으로 지정된 국책사업지다.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와 얼을 지키겠다는 취지로 ‘대한민국 향토명품 25선’에 선정됐다.

 나라마다 다양한 재료를 바탕으로 민족정서와 역사를 가진 탈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지 민중들이 유희를 즐기기 위한 도구로만 탈을 활용한 것은 아니라고 알려져 있다. 오광대놀이나 탈춤, 마당극 등이 발달하게 된 이유 역시 탈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세태를 풍자하고, 액운을 쫓기 위한 것에 큰 중점을 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음력 정월대보름날 밤에 즐기는 김해지역 전통놀이인 오광대놀이는 탈을 쓰고 놀이를 즐기고 난 후 그것을 부숴 불에 태우는 것으로 해묵은 액운을 없애고, 앞날의 풍요와 행복함을 기원했다고 한다.

 김해가락오광대탈 명장인 조지현 선생은 38년 전, 박을 이용한 박탈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초 선생은 목공예 작가였는데, 지난 1985년 부산일보 강당에서 첫 취미전을 할 당시 인간문화재 증곡 천재동 선생의 권유로 박탈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천재동 선생과 부산일보에서 취미전을 할 때 조지현은 선생은 세계 유일무이하게 박으로 탈을 만드는 곳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요즘은 박 보기가 별 보기보다 어려울 정도다. 플라스틱 바가지가 만들어지고, 먹거리가 풍부해지다보니 시골에서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박농사를 짓지 않기 때문이다.

   
▲ 김해오광대놀이를 재현해 만든 탈공예. 김해오광대놀이는 모두 여섯 마당으로 구성돼 있는데, 현재 연기와 춤 등을 계승하는 이가 없어 자취가 없어질 처지에 놓여 있다고 전해진다.

 박으로 탈을 만들어야 하는 조지현 선생은 한 때 박을 구할 수 없어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질 좋은 박을 구할 수 없다보니 선생은 직접 박농사를 짓기로 결심했다. 공방 텃밭에 봄이 되면 직접 박씨를 뿌리고 가을이면 거둬 속을 일일이 파내 소금물에 삶아 햇빛에 말리는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

 처음 박농사를 지을 당시만 해도 모든 과정을 혼자서 진행했지만, 아들이 자신의 뒤를 이어 김해오광대탈 전수자가 되겠다고 한 이후부터 아들과 함께 하게 됐다. 조지현 선생의 아들 박진우 씨는 선생의 뒤를 잇고자 공방의 모든 업무를 주도적으로 도맡아 하고 있는데,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예품 입점부터 시작해 탈을 제작하는 것까지 어머니의 일을 앞장서 해내고 있다.

 “시댁에서도 제가 탈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어요. 돈도 되지 않는 것을 뭣하러 하느냐며 구박도 많이 하셨고, 심지어 아들에게 절대 내 뒤를 이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기까지 하셨죠. 그러나 지금은 나보다 우리 아들이 더 적극적이에요. 그래서 든든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그 녀석도 어릴 때 내가 박 속을 파내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짜증 내기도 했어요.” 남편과의 사이에서 1남 1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던 선생에게 지난 2006년 청천벽력과도 같은 대형 사고가 찾아오고 말았다. 심한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사고 현장에 함께 있던 선생의 남편은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았지만 선생은 요행히 살아남았다. 그러나 선생은 사고가 발생된 두 달 간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 했고, 그 날 이후로 쉽게 사람을 기억하지 못 하는 기억상실증을 겪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액운을 쫓아줬지만, 정작 자신의 액운은 안타깝게도 비켜가지 못 했던 것일까? 그러나 그 액운은 훗날 선생에게 ‘탈 초콜릿’이라는 행운으로 돌아왔다.

   
▲ 김해 생림면에 위치한 가야탈공방 전시실. 이곳에는 김해가락오광대탈을 전시했을 뿐 아니라 나무와 박으로 만든 탈과 탈모양의 각종 생필품들을 관람하거나 구입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선생은 특허청에 ‘탈 초콜릿’이 정식으로 등록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탈 초콜릿은 김해가락오광대탈 모양을 토대로 만든 것으로, 주재료인 카카오뿐만 아닌, 박 속과 수세미 등 천연재료의 분말을 첨가한 초콜릿이다. 또한 오광대탈 모양의 빵 역시도 선생이 고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특허를 받았다고 마냥 좋아할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이것을 생산할 수 있는 자본과 환경이 있어야 한다는 것. 더욱이 식품위생관련 자격증이 없어 공방에서 직접 생산을 못 하고 있어 어린이나 청소년 체험학습에서만 탈 초콜릿만들기를 통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공방 역시 규모가 협소하고 주차시설이 없다보니 멀리서 체험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실제로 공방체험을 위해 찾아온 손님들 중 일부는 불편한 환경 때문에 돌아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선생에게 탈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선생은 “탈은 말 그대로 탈을 없애기 위한 탈인거죠. 탈을 쓰고 놀이를 즐김으로써 모두가 무탈하게 평생을 보낼 수 있도록 기원하는 것. 그리고 인간의 못된 습성이나 성격을 반성하게 하는 것으로 탈 없는 인간으로 변화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탈이 가진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하게 돼요.”



 ▶원당 조지현 선생 약력



ㆍ1954년 함안 출생

ㆍ1985년 부산일보 취미전

ㆍ2004년 공주민속극 박물관 특별 기획전

ㆍ2012년 제10회 대한민국공예예술대전 특상

ㆍ2013년 제43회 경남도 경예품대전 동상

ㆍ2016년 미국 보스턴 영사관 초청전 ‘ECHOES. OF. KOREA’

ㆍ2017년 대한민국 평화미술대전 공예대상 및 문화체육부 장관상

ㆍ(현)김해가락오광대탈전승관 운영

ㆍ김해가락오광대탈 관련 디자인 등록(제 0384471호 외 18건)

ㆍ(현)한국미술협회 기타공예부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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