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적폐청산
진정한 적폐청산
  • 김혜란
  • 승인 2017.10.1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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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 TBN ㆍ창원교통방송 진행자

  최근 전방위 화두인 적폐청산은 19대 대선과정을 거치면서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 중 하나로 내놓은 것이다. 여러 분야에서 적폐라 여기는 문제들이 드러나고 언론을 통해 국민들의 인정과 반응을 살피며 진행되고 있다. 야당들은 이 정부가 ‘정치보복’이라 쓰고 적폐청산이라 읽는다면서 크고 작은 반발을 계속하고 있다. 해 볼만큼 해 보자는 식으로 전전 정부, 혹은 전전 대통령의 행적까지 끌고 와서 국민 앞에 던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니면 말고 식의 막 던지기도 부지기수다.

 적폐청산이 그동안 이뤄지지 않았던 원인은 무엇일까. 중국 고사 중에 ‘당단부단(當斷不斷) 반수기란(反受其亂)’이 있다. ‘결단해야 할 때 결단하지 않으면 도리어 화를 입는다’는 뜻이다. 천하를 통일한 한나라 고조가 세상을 떠나고, 한나라는 여 황후와 그 인척들에게 넘어가게 됐다. 한 고조의 아들 도혜왕은 여씨일가를 없애려 하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여씨일가 편에 붙은 자신의 신하 소평에게 감금당하고 말았다. 도혜왕은 꾀를 내어 소평에게 사람을 보내 이 사실을 빨리 조정에 알리라고 말했다. 소평은 조정에 가려고 자리를 비웠고, 도혜왕은 빠져나와 군사를 이끌고 소평을 뒤쫓았다. 도혜왕의 군사에게 포위된 소평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결단해야 할 때 결단하지 않으면 도리어 화를 입는다더니, 이걸 두고 한 말이구나.” ‘사기’의 도혜왕세가에 나오는 이야기다.

 소평이 도혜왕을 가두고 조정의 처분을 기다리며 머뭇거린 탓에 도혜왕은 꾀를 내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는 이야긴데, 결국 적폐는 결단해야 할 때 결단을 내리지 못해서 만들어진 나쁜 것들이 자리를 잡고 쌓여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일이다. 또한 이들을 한꺼번에 청산하려니 저항을 만만치 않게 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정말 중요한 일은 적폐를 만든 원인에 주목하는 일이다. 적폐청산을 외치는 쪽에서도 자각이 가능한 부분이다. 적폐는 나 외의 어떤 것,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만 찾아 없앤다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진리다. 누가 나서서 자신은 적폐의 대상이 아니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한다면 어리석기 그지없는 존재일 것이다. 그런 식의 판단이 이어진다면, 그야말로 정치보복 수준, 현재 권력 가진 이들이 권력 놓친 자들, 권력 없는 자들을 향한 복수 수준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진정한 적폐청산이 불가능한 증거로도 악용(?)될 수도 있다.

 적폐청산은 외부뿐만 아니라 주체의 내부에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반발을 막고 이후에 정반대 프레임에 의한 복수에 가까운 희생을 막을 수 있다. 정의롭고 공정한 적폐청산은 분노로만 가능하지도 않다. 차갑고도 따뜻한, 아이러니하지만, 적폐와 적폐 아닌 것을 동시에 끌어안고 갈 수 있는 호기도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이뤄질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칼날이 내부로 향했을 때 우리는 얼마나 그 칼날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판단하고 결심해야 한다.

 적폐청산이 힘을 받다 보니, 도가 넘거나 그저 충정심(?) 같은 적폐청산 주장도 나온다. 아산 현충사의 본전 현판이 조선 시대 숙종이 내린 것 대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것으로 걸려있는데, 그것 역시 적폐 대상이라는 주장이다.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자리에 일왕을 상징하는 금송이 심어져 있는 것도 적폐라는 주장 역시 나오고 있다. 차라리 그런 역사를 가르치고 싶다면 현판을 함께 거는 것은 어떨까. 그 당시는 일왕을 상징한다고 일부러 심은 것이 아니라, 일반 소나무보다 아름다워서 심은 것이다. 아름다웠던 금송이 무슨 죄가 있는가. 만일 그것도 적폐청산의 대상이라면, 일제강점기 때 경성역으로 만든 서울역도 내려 앉히고 그들이 놓았던 철도도 없애야 하지 않을까. 때를 넘겨도 화를 당하지만 도를 넘어도 적폐청산 명분과 국민의 응원을 잃는다.

 적폐청산의 전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문제라면 신속한 판단이 더 중요할 것이다. 이미 일어난 일들을 위한 것이라면 더 정확한 판단이 요구된다. 지금 이뤄지고 있는 적폐청산이 향후 우리 한반도와 후손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적폐청산을 지켜보는 국민인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을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어떤 이는 적폐청산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이 스스로 자신의 판단을 믿는다면 자신의 판단이 옳은지 성찰하고, 자신을 믿는다면 그런 자신이 믿어주는 정부가 할 수 있으리라는 것도 믿을 수 있다.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적폐청산은 가능하다. 사실, 쌓여온 세월보다 더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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