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9:13 (토)
추석 명절 소고
추석 명절 소고
  • 정영애
  • 승인 2017.10.09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영애 금성주강(주) 대표이사

 올해 추석은 공휴일과 한글날이 끼인 데다 대체휴일까지 지정해 장장 10일간의 긴 추석 명절이 됐다. 해외여행 예매 티켓은 한 달 전에 이미 동이 났으며, 국내 유명 관광지의 숙박예약도 마찬가지였다. 정부에서는 대외수출 경기와는 달리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내수경기진작을 위해 대체 공휴일까지 지정했지만 기대한 만큼 낙수효과를 거뒀는지 의문스럽다. 사드 발 중국의 무역보복으로 중국을 상대로 한 물적 인적 거래와 교류는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와 같이 중추절을 즐기는 중국인들이 이번 추석 때 얼마나 한국을 방문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장기간의 추석 명절 특휴로 너도나도 해외여행을 떠났다. 국내 여행경비와 비슷한 동남아 지역으로의 여행이 급증하는 대신 한국을 찾는 외국인(유커)의 방문은 대폭 줄어들어 제주도의 관광산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고 한다.

 이러한 추석 명절 특휴에도 명암은 존재한다. 추석날 단 하루만 쉬고 일하라는 모 대학의 현장직원에 대한 근무 지시로 근로자들이 발끈했다. 참 딱한 노릇이다. 세상 돌아가는 흐름도 파악 못 하는 대학교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추석 명절도 각각 달랐을 것이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정부에서 정한 대체휴일까지 즐길 만큼 여유가 있을까. 물론 시장의 메커니즘을 정부가 천편일률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은 제시해야만 거기에 준해서 각자 상황에 맞춰서 적절히 조절해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추석 기간 중 지난 3~5일까지 3일간 고속도로통행료를 면제했다. 금전적 부담경감과 함께 도로소통의 흐름도 빨라지는 이중효과를 노린 것 같다. 그러나 150억 원이라는 큰돈이 세금에서 충당됐다. 정부의 통 큰 조치로 새 정부의 인기는 높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복지 사각지대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추석을 보낼 사회 취약계층에 이 돈이 지원됐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따른다. 65세 이상 독거노인들에게 10㎏ 쌀 한 포대와 과일 1박스, 또는 온누리 1만 원 상품권 다섯 장(자선단체에서 지원받은 것 같다)을 보낸 것으로 복지 행정 만세를 외친다면 큰 오산이다. 노인 인구 750만 명에 독거노인 120만 시대를 맞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기초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생계대책을 완벽하게 수립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독거노인들의 자살 소식을 접하면서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라는 대외위상과는 달리, 아직도 후진국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 복지정책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

 최장 추석 명절에 고속도로와 국도는 꼬리에 꼬리를 문 귀성 귀경 자동차 행렬로 몸살을 앓았다. 말이 10일간의 휴일이지 정작 귀성객들이 자기 부모형제들과 고향에서 보내는 기간은 고작 2~3일 정도이다. 전날 도착해서 일박한 후 다음날 차례 올리고 성묘를 다녀오면 귀갓길에 오른다. 개인주의가 몸에 밴 신세대에겐 적막한 시골의 삶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가족 간의 대화도 별로 없고 온통 휴대폰에 혼을 빼앗긴 채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애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모처럼 시가에 온 며느리는 추석 차례상 준비와 뒤치다꺼리로 피곤하다며 귀가를 재촉한다. 추석 차례라 해봐야 하루 일거리도 안 되는 작은 일이지만 그런 일을 귀찮게 여기는 신세대 여성들은 시가에 가기조차 꺼린다. ‘시가 먼저’, ‘친정 먼저’ 하며 입씨름하다가 부부싸움까지 한다. 급기야 이것이 빌미가 돼 이혼까지 한다니 통탄할 일이다. 또 명절 때만 되면 차례상 준비와 뒤치다꺼리로 몸에 이상이 생겨 한국에만 있는 ‘명절 증후군’이라는 희한한 병명까지 생겨났다. 물론 이에는 아직도 가부장적이며 가사에 무관심한 한국남성의 책임도 크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1년에 두 번 있는 명절조차 감당 못 할 정도라면 무슨 일을 하겠는가.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고는 하지만 한국인의 정서적 유대감은 끈끈한 가족애이다. 그렇다고 수직적인 가족애와 의무적인 효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 흐름과 자기 분수에 맞게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리를 다하면 되는 것이다.

 고향은 언제나 고향이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항상 고향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그리움은 계속되고 떠난 고향에 대한 향수는 이런 추석 명절 때 더욱 간절한 것이다. 떠나온 조국과 고향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국외 추방자와 실향민은 세계도처에 산재해 있다. 1천만 실향민과 새터민 3만 명의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추석 명절을 맞아 임진각 방배단에서 고향을 향해 절하며 부모형제 그리워 눈물짓는 그들의 슬픔은 우리 민족의 비극이다. 통일된 한국의 행복한 추석 명절을 그리면서 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