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길에서 진정한 상생이란
창업의 길에서 진정한 상생이란
  • 정원영
  • 승인 2017.09.11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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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영 인제대학교 교수ㆍ창업교육센터장 / 프라임사업단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정부나 기관이)제한된 재원으로 창업을 지원해야 한다면 학생을 지원해야 하는가, 중ㆍ장년(시니어)을 지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한 나의 주저 없는 대답에 지인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며 상당히 당황해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의 대답은 “당연히 시니어 창업이지요!”였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 질문은 국내 굴지 보증회사 입사 지원서의 마지막 질문이었다. 그 기업을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던 지인은 학생창업교육에 몸담고 있는 만큼 당연히 학생 창업이라 답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나에게 질문한 듯했으나, 내 대답이 학생 창업이 아닌 시니어 창업이었으니 얼마나 당황했을까.

 개인적인 입장에서만 보면, 이 질문의 답은 지극히 간단하고 명확하다. 질문의 전제가 ‘제한된 재원’이었고 이 재원은 ‘공공재’이므로, 현대국가 운영의 근간인 공리주의적 사상에 입각해 ‘공공에 최대한 이익이 되게 사용하는 방법’, 즉 창업 성공 확률이 높고 상대적인 사회 기여도가 높은 쪽의 창업을 지원하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명쾌한 원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 문제가 복잡한 문제가 됐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K-Startup’ 같은 창업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어느 순간인가부터 40대 이상 창업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그나마 있다손 치더라도 중ㆍ장년 창업지원은 가뭄에 콩 날 정도이거나 구색을 갖추는 정도로, ‘청년=창업’, ‘중ㆍ장년=자영업’이란 구조가 굳어진 것은 아닌지 적잖이 우려된다.

 창업은 철저하게 현실 속에서 이뤄진다. 열정과 꿈이 창업을 성공에 이르게 하는 원동력임은 틀림없다고 생각하지만, 열정과 꿈만으로 창업에 성공할 수 없음도 엄연한 현실이다. 창업이란 것은 냉엄한 현실을 바탕으로 치열한 경쟁, 수많은 실패와 좌절, 그리고 도전을 통해 성공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 생태계가 잘 갖춰진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조차도 창업 성공률은 1%가 채 되지 않는다(한국인터넷진흥원).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열정과 꿈도 필요하지만, 이에 더해 해당 분야의 생태계에 대한 이해, 인맥, 기술 트랜드, 산업 이해도, 자본 조달, 관련 법규 등의 다양한 역량이 축적돼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은 대개 어느 정도의 경험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현재는 많은 부분을 멘토와 관련 기관에서 지원해 주고는 있지만, 결국 마지막에 결정하고 해결하는 것은 창업자 본인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사회는 미처 준비도 되지 않은 청년들에게 ‘창업=성공=부’라는 장밋빛 꿈을 갖게 해 무한 경쟁의 전쟁터로 내몰고 있는 것인가? 이건 나만의 생각일까?

 “만약 경제성장률이 예전과 같이 7%대로 지속되고 있다면 취업률과 고용률도 예전과 같았더라도 과연 현재와 같이 창업에 관심을 가지고 아낌없는 지원을 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100세를 살아가고 53세에 명예퇴직을 하며, 올해 출산율이 40만 명을 밑돌 것이라 예상되는 노령화 시대로의 갓 진입하는 지금 창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사과를 좋아한다’는 것이 ‘배를 싫어한다’는 것이 아니듯, ‘청년이냐? 시니어냐?’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원칙에 보다 충실하고 성공 확률이 높은 방법을 찾아 지원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한 중ㆍ장년, 청년이 함께 창업할 경우 최대 1억 원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호보완적 창업환경 속에서 대학은 꿈과 열정 그리고 창업 역량을 가진 동량을 육성하고, 은퇴한 시니어는 자신의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실제 창업 또는 창업에 기여하고, 정부는 규제보다는 창업 친화적인 생태계라는 창업 플랫폼 조성을 위한 역할에만 충실하다면 머지않아 대한민국에서도 창업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가 나오고 신산업ㆍ신기술이 창출되며 이러한 산업 활성화를 통해 다시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진정 우리가 원하는 모습의 창업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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