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1:27 (금)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 서울 이대형 기자
  • 승인 2017.08.15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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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형 서울지사 정치부장
 문재인 정부의 초기 내각 구성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취임 100일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가장 많은 논란이 쏟아진 분야는 인사다. 취임 초 ‘파격’ 인사란 호평 속에 인사 정국을 무난히 출발하는 듯 보였지만 이후 ‘코드 인사’나 ‘내로남불’ 논란까지 거론되는 등 인사를 둘러싼 잡음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역대 정권 초기마다 발목 잡은 인사 난맥은 문재인 정부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권은 야당의 송곳 인사검증에 ‘촛불 정부에 대한 불복’, ‘적폐세력’이라며 오히려 강력하게 몰아붙였다. 청와대와 여권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높은 국민 지지 여론을 등에 업고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인사 5대 원칙’을 스스로 정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사실상 공약을 그대로 이행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며 국회의 이해를 구했지만 정작 문 대통령의 지명철회는 나오지 않았다.

 인사원칙 후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야권과의 간극도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문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던 일부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각종 국정 현안까지 올스톱됐다.

 아무리 강력한 개혁 의지도 ‘인사 실패’의 본질을 덮기엔 구차한 변명으로 들렸다. 오랜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개혁일수록 참신하고 깨끗한 인사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국민의 공감을 얻고 추진 동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인사 검증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후보자의 구태는 오히려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청문 대상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라는 야당의 공세가 공허하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이같은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실패는 ‘내로남불’ 정신이 그 기저에 깔려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 즉 나는 정당하고 상대방은 나쁜 놈이라는, 현대 민주정치 정신과는 아주 거리가 먼 ‘구태’ 그 자체다.

 ‘내로남불’을 ‘구태’로 표현한 이유는 ‘절대 선과 절대 악’이라는 중세 신정일치 사회에서나 볼법한 이분법 때문이다. 나와 반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적폐’라고 규정해놓고 밀어붙이는 것 그 자체가 ‘적폐’다.

 인사청문 정국으로 수세에 몰렸던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문건을 발견했다고 기자회견을 하면서 수세 반전에 나섰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국민들의 반응이 싸늘했다.

 논문표절, 자녀 이중국적, 탈세, 부동산투기, 고액자문료, 음주운전 및 음주운전 기록 은폐, 자녀 부정입학 및 부정취업 의혹, 성희롱 각종 교통법규 위반, ‘내로남불’ 적폐 장관들을 내세워 국방ㆍ교육 등 적폐청산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니 국민들이 황당해한 것이다. 자기 자신은 무슨 짓을 해도 개혁세력이고 타인은 적폐세력인가?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하더니 자신은 소통도 하지 않고 원전중단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자사고 및 특목고 폐지 일방 추진, 비리 공직자 일방 임명, 중소기업, 반기업 정책 영세업자를 죽이는 최저임금 16.7% 인상 등 무소불의의 힘을 과시했다.

 지금 막 권력을 새로 잡은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이들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며 댓글로 응원하는 지지자들이 진정으로 ‘성공한 정부와 대통령’을 원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내로남불’이란 적폐를 스스로 먼저 버려야 한다.

 이제 우리 국민은 더 이상 불행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명심해야 한다. 불행을 불러올 도화선의 불씨가 무언가 국면전환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 싶은 불안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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