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0:58 (토)
청춘 예찬 어디 가고 청춘 비가뿐인가
청춘 예찬 어디 가고 청춘 비가뿐인가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7.08.10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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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고 위축되더라도 가슴을 펴고 고함을 질러야 한다.
청춘은 인생의 황금 시대이니까.
▲ 류한열 편집부국장
 청춘이 흔들린다. 불안한 미래 때문에 흔들린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고 했지만 취업 벽을 넘지 못하고 흔들리는 청춘을 보면 마음이 안쓰럽다. 학교를 마치고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인생이 꼬인다. 결혼을 포기하고 나중에는 인간관계까지 내던지는 경우도 있다. 포기의 수를 세지 못해 N포세대까지 나왔다. 꿈을 꾸는 게 되레 이상한 청춘의 우울증은 더 깊어만 간다.

 그렇다면 취업에 성공한 청년은 어떨까? 취업 초년생 10명 가운데 7명이 바늘구멍 같은 취업 문을 뚫은 뒤에 불행하다고 느낀다. 이영민 숙명여대 교수팀이 지난 5월 29일부터 한 달간 만 19∼34세의 청년 1천5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년 삶의 질 실태조사 결과’에서 나온 대한민국 청년 보고서다. 응답자 가운데 26.2%는 결혼 계획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내세우는 이유 대부분은 주거지 마련 어려움과 결혼비용 부담을 꼽았다. 취업을 못 해 아프고 취업을 한 후에도 아픈 청년이 너무 많다.

 예전 고교 국어 교과서에서 읽었던 민태원의 수필 ‘청춘예찬’ 첫 부분.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과 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라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얼음이 있을 뿐이다.” 너무나 많이 읽어 외울 뻔한 괜찮은 문장들. 그 당시 고교생들은 이 글을 읽고 청춘의 피가 끓을 걸 확인했다. 요즘 청춘은 끓는 피를 혈관에 채우기는 고사하고 아예 힘을 못 쓴다.

 청춘은 인생의 가장 젊은 시절이다. 가장 생명력이 넘쳐야 하고 앞으로 펼쳐질 삶을 가슴 두근거리며 맞아야 한다. 교과서 같은 말이지만 실제 그래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은 누구나 예외 없이 소중하다. 어떤 청춘도 앞날을 보며 허망한 웃음을 짓게 해선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청춘들에게 손을 불끈 쥐고 하늘에 대고 큰소리칠 수 있는 마당을 열어줘야 한다. 이영민 교수팀의 조사를 보면 대학생 10명 가운데 6명꼴로 결혼할 의사가 없고 혼밥ㆍ혼술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춘 가운데서도 더 빛나는 때를 누리는 대학생까지 삶을 삐딱하게 보고 스스로 담을 쌓고 자기를 가두고 있다. 세태가 그렇게 흐른다고 몰아붙이기에는 청춘이 너무 아깝다. 이들이 벌써 빚 부담을 지면서 청춘의 생명력까지 사그라뜨리고 있다.

 청춘의 피를 데우는 몫은 국가와 사회에게 있다. 국가가 청춘의 기를 세우지 않으면 그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다. 취업을 위한 마중물인 청년수당을 줘 다리에 힘을 길러줘야 한다. 다양한 지원책으로 청년들에게 미래를 설계하는 단단한 체력을 길러줘야 한다. 청년에게 ‘포기’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희망’을 들려줘야 한다. 사회를 끝 간 데 없는 경쟁으로 몰고 가선 안 된다. 사회에 공유의 틀을 마련하고 그 틀 안에서 경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흙수저의 눈물이 없게, 전 사회를 평평한 운동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꿈을 가지는 게 사치가 되지 않도록 해서 꿈이 삶의 한 부분이 되는 유연한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인구 고령화가 노동수급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고령화로 우리나라가 이르면 10년 후부터 본격적인 노동력감소 문제에 직면한다. 오는 2050년 경제활동인구는 현재보다 13%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력 부족은 구체적인 데이터를 들추지 않아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청춘은 흔들리고 고령사회의 노동력 부족은 닥쳐온다. 청춘이 흔들리지 않아야 우리나라 미래가 흔들리지 않는다.

 청춘예찬 끝부분. “청춘은 인생의 황금시대다. 우리는 이 황금시대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하여, 이 황금시대를 영원히 붙잡아 두기 위하여, 힘차게 노래하며 힘차게 약동하다.” 청춘의 정열을 찬미하고, 청춘의 이상을 노래하고, 청춘의 육체를 감탄하는 작은 힘이라도 있으면 그대들은 용수철처럼 뛰어올라야 한다. 주위를 둘러보고 위축되더라도 가슴을 펴고 고함을 질러야 한다. 청춘은 인생의 최고 시대이니까. 국가와 사회, 부모를 탓하고 싶어도, 아파하는 청춘이여 지금을 누려라.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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