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외롭거나 고단할 때는
얘들아, 외롭거나 고단할 때는
  • 김금옥
  • 승인 2017.08.02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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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금옥 진해냉천중학교 교장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이는 우리 어릴 적에 즐겨 부르던 가곡 ‘동무 생각’의 첫 부분이다. 방학이 되자마자 학생들과 문학기행으로 청라언덕을 다녀오게 됐다. 독서토론동아리 학생과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학생 그리고 도서 최다 대출자들 중 희망자들과 함께였고, 여행 일정은 대구 근대골목 2코스였다. 대구의 더운 날씨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밤새 꽁꽁 얼린 생수를 손수건에 돌돌 말아 하나씩 학생들의 겨드랑이에 끼워 준 채, 해설사의 뒤를 따라 여행길을 다녔다.

 청라언덕에는 선교사들의 주거를 위해 1910년경에 건축됐던 붉은 벽돌집 세 채가 서 있었는데 현재는 각각 선교박물관, 의료박물관, 교육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스윗즈 주택(선교 박물관)은 빨간 벽돌에 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로 창문을 단 서양식 주택인데, 지붕만 기와로 돼 있어 이색적이었다. 해설사는 학생들에게 건물의 기초 부분은 1736년 영조 때 축조된 대구읍성이 철거될 때 가져온 성돌로 지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교박물관 정원에는 대구를 사과의 도시로 만든, 그 옛날 선교사가 들여온 최초의 사과나무의 손자 나무가 햇사과를 조롱조롱 달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언덕 곳곳에는 ‘청라’라는 이름에 걸맞게 푸른 담쟁이들이 경쟁하듯 담벼락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답사 중간에, 혹여 더울세라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줬더니, 아이들은 일제히 껍질을 벗겨 쓰레기는 주머니나 가방에 넣었다. 해설사는 “저 얘들 좀 봐!”라며 놀라더니, 날씨 때문에 걱정했는데 이처럼 집중해서 듣는 학생들은 처음 봤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청라언덕 푸른 숲에 높직하게 자리 잡은 대구제일교회나 청라언덕을 바라보고 서 있는 계산 성당 둘 다 뾰족한 첨탑의 고딕 양식이어서 멀리서 바라보니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이나 빈의 슈테판 성당을 닮아 유럽을 산책하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백합 만발한 동산 한가운데는 시인 이은상이 작사하고 박태준이 곡을 붙인 ‘동무 생각’ 노래비가 서 있었다. 동산 구석 ‘은혜의 정원’에는 이곳에 터를 잡고 나환자들을 치료하고 보건사업을 펼쳐 숱한 생명을 구했을 선교사 가족들이 잠들어 있다. 신명 여학교와 계성학교 등을 설립해 학생들을 가르친 그분들이 교육계의 선배라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뒤, 네 명씩 한 조가 돼 ‘동무 생각’ 노래 대회가 시작됐다. 식당 사장님도 다른 손님이 없었던 탓에 흔쾌히 양해하셨다. 아이들은 나눠준 악보를 펼쳐 들고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열심히 연습을 했다.

 나는 흰 나리꽃 향기 맡으며/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청라 언덕과 같은 내 맘에/백합 같은 내 동무야…. 불협한 음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팀도 있었지만 다들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구경하던 식당 종업원들도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한 덩어리가 돼 즐기는 모습을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했다.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도 노랫말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모기에게 물려 긁적대는 동무의 다리에 약을 발라주던 아이들은 서로에게 기대어 얕은 잠에 빠져있다. 노랫말처럼, 우리 아이들에게도 ‘백합 같은 동무’가 생겼으면 좋겠다. 세월이 가도 마음 한쪽에 꽃처럼 향기가 남아 있는…. 1937년 신명 여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는 헬렌 켈러는 듣지도 보지도 불편함 속에서도 “내 생애 행복하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는 고백을 남겼단다. 얘들아! 세월이 가고 세상 살아가면서 외롭거나 고단한 날에는, 오늘 청라언덕에 서서 함께 웃고 함께 노래하던 친구들을 기억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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