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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와 쉼표의 경제학
여름휴가와 쉼표의 경제학
  • 원종하
  • 승인 2017.07.26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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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하 인제대 산업융합대학원 의료관광산업학과 주임교수ㆍ금연교육연구소 소장
 이번 주부터 여름휴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1천2명을 대상으로 ‘2017 여름휴가 계획’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휴가를 간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78%이다. 10명 중 8명 정도가 간다고 하니 대부분 휴가계획을 세운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휴가 기간은 평균 3.9일이며, 휴가지는 국내가 82%이다. 휴가비용은 국내 여행이 평균 54만 원, 해외는 193만 원으로 책정했다. 모처럼 가족과 사랑하는 연인, 그리고 친구 등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거나 아니면 홀로라도 쉬는 시간을 갖는 것은 새로운 활력과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에 늘 필요한 것이다.

 좋은 휴가는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인 여력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시간이 있으면 경제적으로 힘들고, 경제적으로 괜찮으면 시간이 없다. 이 둘 중 더 힘든 것은 경제적인 부담일 것이다. 휴가는 정신적으로 행복감을 느끼게 하지만 당장은 보이지 않는 경험과 추억뿐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니 하루하루가 힘든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지출이 증가해 결국 휴가는 마이너스라고 생각하기 쉽다. 쉰다는 것은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나 아닌 누구로부터 간섭과 구애받음이 없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기쁨을 발견하는 순간들이다. 올여름 휴가는 대통령이 나서서 21일의 연차휴가를 모두 쓰겠다고 했으니 직장에서도 조금 신경을 쓸 것 같다.

 인간은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위해 쉴 권리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제도적으로 만들어져있다고 해서 다 실행되는 것은 아니다. 제도에 맞는 조직의 문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이 나서서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지는 휴가에 대한 새로운 바람을 불게 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휴가를 근로자의 기본 권리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일찍 자리 잡았다. 단순히 근로시간을 늘려 근무하게 하는 것보다는 ‘쉴 권리’를 보장하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와 고용 모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세계에서 휴가를 가장 많이 즐기는 나라인 프랑스 그리고 독일은 장기휴가를 법제화하고 있어 1년에 30일 안팎의 휴가를 모두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네덜란드는 근로자가 자기계발을 위해 장기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커리어-경력 휴가제’가 대표적 사례이다.

 이렇듯 선진국들은 휴가를 개인의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한국과 일본에서는 개인보다는 조직을 우선시하는 문화 때문에 휴가를 근로자와 종속 관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게 퍼져있는데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식의 개선이 시급하다. 물론 “회사가 어려운데 무슨 휴가냐, 상사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부하직원이 무슨 연차냐 할 수 있다. 또 소득이 있어야 휴가를 갈 것이 아니냐” 하는 말도 일리는 있다. 여가활동에 경제적인 여력이 필수적인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마음 놓고 휴가를 갈 수 있는 환경조성을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때가 됐다.

 일본의 경우에는 최근 휴가를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올해 4월부터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30분씩 초과 근무해 모은 2시간으로 한 달에 한 번씩 금요일에 2시간 일찍 퇴근하는 ‘프라임 프라이데이’를 정부 부처에 도입해 실시해오고 있다. 제대로 실행된다고 볼 때 연차휴가 소진의 경제파급 효과를 11조 8천억 엔 (약 118조 4천3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렇듯 잘 쉬는 것만으로도 경제파급 효과와 소비증가, 신규고용창출, 생산성 향상, 대체고용 창출 등 2중 3중의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어떻게 하면 모든 국민을 잘 놀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1982년부터 ‘체크바캉스’를 도입해 휴가의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휴가 갈 형편이 안 되는 저소득층에게 국내 여행경비를 지원하는 일종의 국민 휴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기업과 노동자가 여행경비를 공동으로 적립하면 국가와 연계된 기관이 교통, 숙박, 식사비용 등을 할인해 주는 제도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새정부경제정책 방향에 ‘한국형 체크바캉스’ 도입 계획이 있다 하니 기대해 볼 만하다. 놀면서도 경제에 기여하는 사회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여가부를 만들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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